학생자치 꽃피는 ‘동산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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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자치 꽃피는 ‘동산초등학교’
  • 김수현 기자
  • 승인 2019.12.19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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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직접 위원회 6개 만들어 6학년이 위원장 맡아
서로 배려하고 돌보는 ‘학생자치문화’ 자연스레 정착
▲동산초에는 매주 금요일마다 '행복시장'이 열린다. 6학년 학생들이 운영하고 모두가 손님이다.
▲동산초에는 매주 금요일마다 '행복시장'이 열린다. 6학년 학생들이 운영하고 모두가 손님이다.

 

복흥 동산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금요일 점심시간에는 서둘러 밥을 먹고 교실로 향한다. 책상에 물건을 종류별로 늘어놓는다. 핫팩, 과장, 사탕, 지갑, 공책, 풀, 블록, 실내화 등 다양하다. 물건 앞에는 100원에서 1200원까지 가격표가 매겨져 있다. 학생들은 물건을 사고 돈 대신 행복씨앗을 낸다. 일종의 지역 화폐이다. 학교에서는 크고 작은 축하금이나 부상으로 행복씨앗을 준다. 행복씨앗은 장난감 돈 같지만, 학생들에게는 요긴하다. 잘 모아두었다가 행복시장에서 쓴다. 벽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교통이 불편하고 문화의 혜택이 적은 곳)여서 문구점이나 가게가 부족해 학교에서 주 1회 시장이 열린다. 이름은 ‘행복시장’. 물건은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 학교에서 준비한다. 운영자는 6학년 학생들이다. 물건을 팔고, 누가 무엇을 얼마나 샀는지 일일이 기록한다. 결산도 해야 하고 내년 행복시장 운영자들에게 물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벌어들인 돈은 장애인복지시설인 로뎀나무에 기부하거나 동산마을 회관 방문 공연 등에 쓴다.

▲동산초 지역화폐 행복씨앗.
▲동산초 지역화폐 행복씨앗.

 

“다모임 시간이 제일 좋아요.”

학생들에게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언제냐고 물었다. 대부분 학교에서는 중간놀이 시간이라고 하는데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동아리 시간이요.”, “다모임 시간이요.”, “따라오세요. 지금 자치회의 할 시간이에요!” 3학년 학생이 안내한 곳은 도서관. 전교생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학생들은 여섯 모둠으로 나뉘어 앉는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고르게 모여 있다. 행복시장의 운영자 6학년 학생들이 각 위원회의 위원장이다. 행복시장에서 산 과자나 사탕을 나눠 먹느라 정신이 없는 것도 잠깐. 자치 회의가 시작되자 모두 집중한다. 장난치는 1학년 동생의 손을 6학년 누나가 지긋이 잡아주기도 한다. 올해 위원회 활동을 정리하고 동아리 활동 발표회를 준비하기로 했다. 동산초등학교에는 도서위원회(위원장 배석현), 페스티벌 위원회(위원장 홍은경), 환경사랑위원회(위원장 정윤하), 생일잔치위원회(위원장 김초이), 스포츠위원회(위원장 서호승), 헤아림위원회(위원장 오현수)가 있다. 모든 위원회는 새 학년이 시작하면 새로 구성되며 이름도 새로 짓는다. 전교생이 36명인 작은 학교라 대부분의 활동은 전교생이 같이 하므로 역사탐방, 산프로젝트, 가족캠핑, 체험학습 대부분 활동을 위원회 단위로 한다. 올해 활동한 것을 되돌아보며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적는 시간. 위원회별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나누기 시작한다. 동생들이 알아듣도록 이야기해주는 것도 선배 학년들의 몫이다. 발표할 때는 위원회 모두가 나가서 돌아가며 발표한다. 아직 글 읽는 것이 서툰 동생에게는 선배가 작은 목소리로 읽어준다.

▲환경사랑위원회가 만든 포스터.
▲환경사랑위원회가 만든 포스터.

 

환경사랑위원회에서는 에너지 절약 등 포스트를 만들어 붙이고, 쓰레기 줍기, 폐건전지 수거함 마련, 미세먼지 측정기 마련, 중간놀이 시간에는 미세먼지 방송을 했다. 헤아림위원회는 마니또를 진행하고, ‘우리의 칭찬’을 설치했다. 학생들 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갈등 중재를 꾀하는 소리함을 만들어 운영했다. 생일잔치위원회는 학생 전체의 생일을 챙겼다. 영상을 만들거나, 부모님 편지를 읽어주는 등 감동적인 생일잔치를 준비하고 진행했다. 도서위원회는 중간놀이 시간을 내어 책을 정리하고, 도서관을 청소하였을 뿐 아니라 추천도서를 선정하고 인기투표까지 하는 등 책읽기 문화를 이끌었다. 스포츠위원회는 체육용품을 정리하고 스포츠클럽리그 대진표를 짰다. 페스티벌위원회는 장기자랑을 진행하고 점심시간 방송, 축제 준비를 했다.
발표에 이어 학생들은 새로운 제안을 써서 붙인다. 도서위원회 발표지에는 “다음 학년에는 고학년이 저학년에게 책 읽어주는 날을 만들어주세요.”, “도서위원회 고마워. 매일매일 책을 정리를 해줘서 고맙습니다.” 헤아림위원회에는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방안을 찾아주면 좋겠고, 친구 간에 싸움을 해결해주면 좋겠다.” 환경사랑위원회에는 “환경 잔치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스포츠위원회에는 “운동하면서 공이 넘어갔다, 아니다 이런 거 판단해주세요.” 생일잔치위원회에는 “뽑기 등을 나누지 말고 했으면 좋겠다.(매번 한 사람은 피해를 본다)” 등의 목소리가 담긴 쪽지를 붙였다.

▲행복시장에 모인 기금은 기부나 지역 공연을 위해 쓰인다.
▲행복시장에 모인 기금은 기부나 지역 공연을 위해 쓰인다.

 

모든 활동, 위원회ㆍ다모임 ‘중심’

발표회를 마친 학생들의 얼굴에는 뿌듯함과 내년에 대한 새로운 기대로 가득하다. 이어 동아리 발표회 준비로 숨이 가쁘게 넘어간다. 동산초 동아리는 풋살, 댄스, 십자수, 클레이, 리코더 등이다. 역시 학생들이 만들고 싶은 동아리를 신청하고 3명 이상이 모이면, 동아리가 만들어진다. 지도 선생님도 학생들이 직접 초대한다. 한 해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어떻게 발휘할지 학생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다시 머리를 맞댄다. 선생님들은 한 걸음 떨어져 앉아있다. 학생자치 활동에는 개입하지 않고 요청할 때만 달려가 도움을 준다.
진지한 모습에 인터뷰하지 못하고 발표회를 마치고 위원장들과 인터뷰했다. 생일잔치위원회 김초이 위원장은 “생일잔치 할 때마다 애들이 웃어주고 즐거워해서 열심히 준비한 게 헛되지 않다고 생각해서 보람이 느껴졌다.” 환경사랑위원회 정윤하 위원장은 “조 활동으로 환경 포스터를 만들 때 나도 모르던 걸 새로 알게 되고, 학생들에게 새로운 걸 알려주는 것이 보람찼다. 내년에는 나무 심기, 텃밭 가꾸기, 꽃 심기 등 직접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페스티벌위원회 홍유경 위원장은 “자람 주간때 열린 장기자랑 대회를 준비할 때 대본도 짜고 연습도 열심히 해서 직접 사회를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헤아림위원회 오현수 위원장은 “우리의 소리함을 설치하고 학교 문제가 해결되는 걸 보니 보람되었다. 내년에는 학생들끼리 싸우면 말려서 화해시키고 힘들겠지만, 학생들을 위해 배려해주며 감싸주면 좋겠다.” 스포츠위원회 서호승 위원장은 “스포츠 리그 때 학생들이 다치지 않고 시합이 원활하게 진행되어 학생들이 신나고 재미있게 해줘 보람 있었다. 장기자랑 때도 준비한 만큼 환호를 많이 받아서 좋았다. 다음 위원장은 강당 정리 미루지 말고 밖에 있는 쓰레기나 공 정리를 잘해야 한다. 위원장이 먼저 하는 걸 보여주면 후배들이 따라서 할 거니 명심하고, 나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해.” 내년 위원장 후배들에게 다짐을 잊지 않았다.

▲다모임에서 위원회별로 의견을 써 붙이고 있다.
▲다모임에서 위원회별로 의견을 써 붙이고 있다.

 

이홍파 교사는 학생자치 활동에 대해 “학교의 모든 활동이 위원회와 다모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고르게 섞여 서로 돌보고 배려하는 문화가 자연스레 만들어져요. 다툼이 거의 없어요. 자치활동을 오랫동안 지속해오면서 누적된 결과죠. 제가 동아리 활동 중에 잠깐 나갔다 오면 6학년 친구가 동생들에게 책 읽어주고 있어요. 그럴 때 감동받죠.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결정내용을 듣고 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요. 6학년이 되면서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능력을 갖춰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보람됩니다.”
올해 전북교육청에 학생자치조례가 만들어졌다. 조례를 살피지 않아도 동산초 위원장들의 인터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해서 행동할 때 가장 행복하다. 그리고 가장 크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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