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울증 투병 도운 가족,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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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울증 투병 도운 가족, 감사합니다
  • 양귀중 독자
  • 승인 2019.12.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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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지는 가을과 함께 느끼는 외로움과 쓸쓸함을 극복하지 못하면 심한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내가 우울증에 빠져 자주 눈물 흘리기 시작한 건, 늘 느티나무 같은 존재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때부터 시작된다.
우리 아버님은 어릴 때 양친 모두를 잃고, 졸지에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남긴 빚 그리고 남동생 둘과 여동생 다섯 명을 보살펴야 하는 가장이 되었다. 아버님은 생전에 가끔, 가난한 시절 배고픈 설움과 기댈 곳 없는 어린 가장 생활이 고단하고 서글펐다고 회고하셨다. 아버님은 ‘입 하나 덜어 동생들 고생 덜 시키겠다’는 생각으로 딸만 여섯인 친척 집의 양자가 됐다. 그 결과 아버님은 우리에게 열 한 명 고모님을 주셨고, 그 열 한 분 고모님은 현재, 모두 생존해 계신다.
그런 아버님이 세상을 떠나시고 일 년 지나 탈상을 치렀다. 나는 아버님을 제대로 봉양하지 못한 죄책감과 어린 시절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아버님 속 썩인 죄스러움에 매우 괴로웠다. 더구나 당시 어울렸던 선후배 모임의 분열로 겪어야 하는 갈등과 반목도 버겁게 다가왔다. 건설업에 종사하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내 현장처럼 일했지만 손해는 항상 나의 몫이었다. ‘행운은 따로 액운은 함께’라고 하더니 선후배 갈등, 사업 실패에 이어 아내와 별거, 이혼 등 불운이 연속되었다.
성질이 급하고 다혈질이어서 클레이사격, 사냥, 루어낚시(쏘가리낚시) 등 굉장히 활동적인 취미를 즐기던 나의 생활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8년 전, 나를 옭아맨 우울증은 나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깊은 나락으로 빠뜨리고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하게 했다. 컴퓨터, 핸드폰 등을 모두 끄고, 가족ㆍ친구ㆍ지인들과의 연락을 끊었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다.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에 불빛 하나 없는 암흑과 온기 한 점 없는 작은 방에서, 전기장판 한 장에 의존하며 지독한 괴로움과 분노, 피해망상, 환청, 가위눌림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에 눌린 채, 하루 한 끼 식사로 연명하며 고통을 잊으려 술을 마시고, 술의 힘을 빌려 세상과의 이별을 시도하기 여러 차례, 하지만… 나를 위해 평생 헌신하시는 사랑하는 어머니와 나이 어린 두 아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생각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 이혼, 사업실패, 직장 해고 등 상실감에 잠 못 이루고, 이어 엄습한 우울장애, 공황장애는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한다. 우울증은 나이ㆍ성별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흑사병과 같이 무서운 질환이다. 우울증 환자 대다수는 정신의학 치료를 거부하며 화부터 낸다. 치료받은 기록이 남을까 두려워하고,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괴로워한다.
자신을 점점 옭아매는 무서운 병을 이기는 길과 쫓아내는 일, 모두 자신의 의지와 노력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않으면 그 무서운 질병에서 해방될 수 없다.
내가 내 아들과 어머니, 형제, 친척 그리고 지인들과 밝은 하늘 아래에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나보다 더 노력해주신 어머니, 형제에게 감사드린다.
다시는 혼자,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갇히지 않기 위해 밝은 생각으로 환한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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