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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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자성어’에 담긴 의미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9.12.1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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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불교 우화에 등장하는 공명지조(共命之鳥 : 한 몸통에 머리가 두 개인 새)를 선정했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최근 나는 이 시대에 필요한 말이 ‘공명지조’라 생각하고 수시로 입에 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지금 좌우라는 진영 논리로 쫙 갈려져 살벌하기 때문이다. 도처에 죽기 아니면 살기로 서로를 쳐다보며, 독이 오를 대로 올라 있다. 갈기갈기 찢어진 사유와 이념의 영토. 그곳이 바로 전쟁터이고 지옥 아닌가. 남(타자)은 상처이고 고통이고 절망이다. 희망은 타자를 철저하게 죽임으로써 획득된다고 ‘믿는다!’ 그런 믿음이 지배하는, 인간의 마음을 다스릴 법이 없는 ‘말법(末法)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진리[道]보다도 독선과 교만과 시비가 난무하는 시대”라며 ‘이 대목에서 불교의 여러 경전에 등장하는 새의 이름, ‘공명지조’를 문득 떠올렸다’고 했다.
공명조는 “목숨[命]을 함께 = 공동 유지[共]하는 새[鳥]. 히말라야 기슭이나 극락에 사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새이다.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몸은 하나인데 마음이 둘인 셈이다. 두 마음이기 때문에 화합이 쉽지 않다. 시기ㆍ질투하며 으르렁대던 어느 날, 한 머리가 맛좋은 과일을 저 혼자 먹는 걸 다른 머리가 알고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다른 머리는 한 머리에 복수하기 위해 독 있는 과일을 먹는다. 결국은 독이 온몸에 퍼져 둘 다 죽고 만다.” 경쟁 관계에 있는 두 개체가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눈앞의 자기 이익만 좇다가는 모두 죽는다는 것이다.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로 양분된, “한 나라의 백성인데 두 가지 마음으로 쫙 갈라진 현실과 흡사하다”라고 지적한다.
교수신문은 올해 추천된 상위 5개 사자성어 간 경쟁이 유독 치열했다고 밝히고 있다.
2위 어목혼주(魚目混珠)는 ‘어목(물고기 눈)이 진주로 혼동을 일으켜 무엇이 어목이고 진주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가짜와 진짜가 마구 뒤섞여 있는 상태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던 조국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 하나는 어목이거나 진주일 수 있고, 아니면 둘 다 진주이거나 어목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올해는 무엇이 진짜 어목이고 진주인지 혼동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면서 추천했다.
3위 반근착절(盤根錯節)은 ‘뿌리가 많이 내리고 마디가 이리저리 서로 얽혀 있다’라는 뜻이다. “정부가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개혁하고자 여러 노력을 했으나 성과는 미흡했다. 내년에는 그 뿌리를 일부라도 제거하길 국민은 바랄 것”이라며 추천했다.
4위 지난이행(知難而行)은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한다’는 뜻이다. 이 글을 추천한 교수는 “설사 성공을 기약하기 어렵더라도 개혁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현 정부가 성공과 실패는 하늘에 맡기고 중단 없는 개혁을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5위 독행기시(獨行其是)는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처사한다’는 비판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글을 추천한 교수는 “사회 지도층은 그 사고와 처사에 합리성과 융통성을 가미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올 한 해 우리나라는 독단과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라고 지적했다.
교수신문의 올해의 사자성어에 대해 한 신문의 칼럼에서 “2017년 파사현정(破邪顯正 : 그릇된 것을 깨뜨려 바른 것을 드러낸다)에서 지난해 임중도원(任重道遠 :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을 지나 공명지조가 나온 뜻을 여권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걸었던 기대가 2년 반 만에 실망으로 바뀌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도 여지는 있다. 어목혼주에는 진짜와 가짜를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내 달라는 요청이 들어 있다. 반근착절, 지난이행 등에서는 ‘방법에는 동의하지 못해도 개혁에는 공감한다’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조국 전 장관을 고집한 것은 잘못됐지만 검찰개혁이라는 대의에는 동의하는 것이다. 교수신문은 ‘독행기시’에 대해 “군자는 곧고 바르지만 늘 자기 의견만 옳다고 고집하지 않는다”(군자 정이불량, 君子 定而不諒)는 <논어> 구절을 강조했다. 총선의 해인 내년을 위해 모두가 새겨들어야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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