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92)/ ‘바뀌어’를 ‘바뀨ㅕ?’ ‘바껴?’…축약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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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92)/ ‘바뀌어’를 ‘바뀨ㅕ?’ ‘바껴?’…축약의 함정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9.12.2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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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휴대전화로 바삐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면 ‘이런 말도 있었나? 이렇게 써도 될까?’ 멈칫할 때가 꽤 많다. 제한된 시간에 최대한 빨리 말이 아닌 글로 대화하려다 보면 한 글자라도 줄이려 들기 마련이다.
“아기 때문에 밤낮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회식장소가 바뀌어서요”, “사무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지” 등 ‘바뀌다’를 활용할 때 이처럼 ‘바껴서’, ‘바꼈어요’로 쓰는 경우가 있다. 처음엔 ‘바뀌어서’를 ‘바뀨ㅕ서’로 시도했다가, 아예 글 자체가 써지지 않으니 아마 ‘바껴서’로 적었을 것이다. 어쨌든 ‘바뀌어서’, ‘바뀌었어요’는 길어서 쓰기 불편하다고 생각해 줄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모두 잘못된 표현이다.
‘바껴서’, ‘바꼈어요’를 자세히 살펴보면 ‘바끼+어서’, ‘바끼+었어요’의 형태다. ‘바끼다’에 ‘-어서’, ‘-었어요’를 붙였다. 그러나 ‘바끼다’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바껴서’와 ‘바꼈어요’도 만들어질 수 없다. 이는 ‘할퀴다’와 ‘사귀다’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고양이가 손을 할켰어요”, “비슷한 또래의 아기 친구 엄마를 사겼어요” 등처럼 쓰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할퀴었어요’, ‘사귀었어요’가 바른 표현이다. 그렇다고 ‘바뀌었어요, 할퀴었어요, 사귀었어요’를 일상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기엔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안타깝게도, ‘바뀌다’의 어간 ‘바뀌-’에 ‘ㅓ’를 붙여 줄여 쓸 경우 ‘ㅟ’와 ‘ㅓ’가 합쳐져야 하는데 이를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은 없다. 다시 말해 ‘ㅟ’와 ‘ㅓ’는 합쳐지지 않으므로 ‘바뀌다’에 ‘ㅓ’를 붙여 활용할 땐 ‘바뀌어서’, ‘바뀌었다’로 적어야 한다. 결국, 유일한 해결책은 ‘ㅟ’와 ‘ㅓ’가 축약된 발음을 담당하는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것이다. 아마도 그 글자의 모양은 ‘ㅜㅕ’가 될 것이다. ‘바뀌어’의 축약형을 ‘바’로 표기할 수 있도록 한다면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것이다.
참고로 ‘속았다’라는 의미로 흔히 신조어 ‘낚였다’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 친구의 거짓말에 속았을 때 “친구에게 낚였다”라는 말을 하게 된다. 낚시할 때 미끼를 물어 잡힌 물고기에 빗댄 재치 있는 표현인데, 이때 ‘낚였다’는 어법상 맞는 말이다. ‘낚다’의 피동형이 ‘낚이다’이니까 ‘낚이+었다’는 성립하는 말이다. “낚였다”라는 신조어를 소개하며, 재치를 언급했는데 그렇다고 “속았다”보다 더 나은 표현이라는 뜻은 아니다.
때론 어법상 맞다 해도 축약이 어색할 때도 있다. “제가 발목뼈를 뼈서요”, “제가 발목뼈를 삐어서요” 두 예문 모두 맞는 표현이지만 자연스러운 면에서는 뭔가 다른 느낌이다.
축약을 비롯한 어떤 표현도 원활한 소통 보다 우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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