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우리가 그렇게 솟기를 바라는 그 해는 우리 모두의 내일이고, 너와 나이고, 우리 모두의 희망이다. 우리에게 희망이 없으면 삶도 또한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 해가 비춰지는 쪽으로 옮겨가고 다가간다. 사람뿐만 아니고 온 만물이 그렇다. 그토록 우리는 해를 사랑한다. 올해도 새해가 오는 날 아침에는 그 해를 만나보기 위하여 밤길을 달려가 바다 앞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소망할 것이다. 언제나 우리 가족이 건강하기를…. 또 내가 소망하는 것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그렇게 기다림 속에 바라보며 산다.
이 시를 쓴 해는 1946년이다. 해방 이듬해 첫 새해이니 얼마나 환희였고 바라는 것이 많았으랴. 그러나 시인은 ‘산 넘어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했고, 다시 ‘나는 늬가 오면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라고 했다.
이 시적 경지를 무엇이라 정의할까? 시인이 추구하고 있는 완전완미(完全完美)하게 이상화된 자연에 대한 절대 가치로서 사랑, 평화, 진선미, 질서 모두를 조화롭게 아우르는 합일체가 이 시 속에 담겨있다 할 것이다. 혹 에덴적 풍속에서 꿈이 아니라 하더라도 계속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외치고 있는 것은 일찍이 동양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시적 표현으로 언제나 유효한 말이다.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는 오늘도 떠오른다. 혹 오늘은 내가 하는 일이 실패했더라도 내일 다시 해는 뜬다는 것을 믿고 해처럼 살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