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 주인공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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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주인공은 누구인가?
  • 김상진 기자
  • 승인 2020.01.01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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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유등면노인회관 준공식이 열렸다. 준공식에는 황숙주 군수를 포함한 많은 관계자와 노인회관을 이용할 면민(어르신)들이 모였다.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열린 준공식은 젊은 기자도 추위를 참기 힘들었다. 이유가 어떠하든 어르신들이 모인 야외 준공식이니 ‘식을 빠르게 진행하고 마치겠지’ 생각했다.
경과보고를 하기 위해 처음 발언대에 선 사람은 유쾌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그는 경과보고 대신 황 군수에게 감사하다며 손뼉을 쳐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준공식에 참석한 인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렇게 20분가량 마이크를 잡고 참석 인사들을 칭찬하고 나서 경과보고를 했다. 경과보고는 5분, ‘아부’는 20분. 행사 기념식에 참석한 사람 대부분이 콧물을 찔끔거렸다. 이어서 축사가 시작되고 경과보고 하던 이와 흡사한 ‘감사하다’라는 인사치레가 반복되었다. 군수, 의원 등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또 박수를 보내 달라고 요청(강요)한다. 그렇게 축낸 20분, 경과보고와 축사만 했는데 참석자들은 추운 야외에서 차가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40분을 떨었다.
드디어 축사에 나선 황 군수는 “노인회관 준공식을 한 시간씩이나 하는 곳은 처음”이라며 경과보고에 나선 이를 타박한다.
내가 군수였다 해도 참 난감하고 민망했겠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만, 그 고래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을 거다. 군말 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면민들을 보며 ‘참 대단하시다’라고 생각했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노인회관을 이용할 주민, 어르신들이다. 참석한 사람 대부분도 어르신이다. 주최 측의 배려가 부족해 추위에 떤 것도 어르신들이다.
하지만 이날 마이크를 잡은 사람들은 주인공인 어르신들보다 높으신 분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바빴고 어르신들은 뒷전이었다.
회관을 짓기 위해 노력한 군수와 관련 공무원에 대한 칭찬을 빼먹어선 안 될 것이다. 또 십시일반 모금한 군민들 칭찬도 빠트려선 안 된다.
하지만 이날 무대에 선 사람들은 황 군수에 대한 칭찬 10번에 성금을 낸 군민이나 어르신들에 관한 이야기는 한 번 나올까 말까 했다.
그 자리에서 추위에 떨며 기념식이 끝나기를 기다린 면민들은 높은 사람들 칭찬 릴레이의 들러리인가. 기자의 눈에는 공간 없이 사람을 채워 행사를 성대하게 포장하려는 동원이자 희생양으로 보였다.
이날 행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추운 겨울날 참석자 대부분이 어르신들일 것으로 예상하는 행사를 야외에서 열었다는 것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야외에 장소를 마련했으면 참석자들을 배려해 빠르게 진행했어야 하는데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긴 시간을 축냈다는 것이다.
요즘 냉ㆍ온방이 완벽한 호텔급 연회장에서 열리는 결혼식에서도 지루한 축사 시간이 간소화되고 있다. 대신 주인공인 신랑과 신부, 친구들과 가족들이 춤추며 노래 부른다.
행정이 주도하는 행사장 문화도 변화해야 한다. 권위적이고 상투적인 축사 대신 취지에 맞는 내용이 담긴 행사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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