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첫날은 두 번의 천년(밀레니엄)을 지내고 다시 두 번째 10년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2019년 12월 31일과 2020년 1월 1일은 단 1초로 갈린다. 그 장엄한 순간을 맞으려 밤을 하얗게 지새우지만, 그저 의미일 뿐 새해는 묵은해의 연장이다.
고대 중국의 성군(聖君) 탕(湯)왕이 매일 사용하는 세숫대야에 새겨놓고 자신을 경계했다는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은 “하루를 새롭게 하려거든(진실로 새로워질 수 있다면), 나날이 새롭게, 또 날로 새롭게 하라” 뜻이다. 나쁜 것에 휘둘리지 않고 착한 바탕을 그대로 지켜나가는 것이 새로운 것이 된다.
새해를 맞으며 사람들은 저마다 새롭게 실천할 목표를 정한다. 산등성이를 넘어오고, 멀리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소원을 다짐한다. 바다에, 들판과 산골짜기와 마을에 쏟아지는 빛을 바라보며 항상 환하게 따스하게 고루 비치기를 소망한다. 행복한 일, 불행한 일 모두 겪고 버티며 생긴 소망을 간절히 희망한다.
2020년 새해는 2019년 지난해의 연장이다. 2019년은 공정과 평등이라는 사회적 의제를 놓고 대립하는 공동체의 위기 조짐이 거센 해였다. 연대와 공감, 신뢰를 잃은 허약한 사회 기반에서는 공정을 실현할 수 없다. ‘조국사태‘로 촉발한 논란은 정치적 공방 속에 검찰 수사로 대체됐다. 정부(대통령)는 전체적인 불공정성 타파 방안보다 대학입시 차원의 대책을 우선 추진했다. 불평등한 학벌 사회에서 ‘조국사태’는 불평등의 상징이다. 무한 경쟁교육, 부당한 능력주의, 배타적 가족주의, 승자독식 등 사회 전반에 만연한 잘못된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
극심한 빈부격차ㆍ양극화ㆍ차별 등으로 인한 불평등과 불공정 문제는 내버려 두고 ‘잘사는 나라’, ‘참 좋은 지역’을 만들 수 없다. 반목과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신뢰와 연대를 이룰 수 없다. 완벽한 공정 사회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수가 인정하는 실질적인 공정성 실현을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정의 확립, 약자 보호, 소수자 배려, 차별 배격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정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기회를 먼저 제공해야 한다. 정보 독식, 기회 편중, 진입 방해 등 기득권자의 과도한 욕심과 독점을 깨지 않으면 공정 사회 구현은 요원하다. 공정한 법 집행ㆍ인사ㆍ경쟁ㆍ분배 등도 공정한 기회로부터 시작되는 것임을 인정하고 제도로 보증해야 한다.
사회 전반의 극한적인 대립과 반목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서로 다른 시각과 정치적 지향 간격에 따른 치열한 토론과 격렬한 싸움을 피할 수 없지만, 제도와 상식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국가는 국민을, 지역은 주민을 중심에 두고 그 뜻에 따라 방향을 정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오는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불완전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접목했고 18세 유권자가 처음 투표하는 선거다. 국회의원을 뽑고,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는 날이 될 것이다. 총선에서 국민 지지를 얻은 정당은 선거 결과에 담긴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선거법이 바뀌어, 작은 정당들의 의회 진출도 예상된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이 국회에 반영되도록 유권자가 각성하고 권리를 바르게 행사해야 한다. 새 국회에서는 거대 정당 간의 반목과 대치보다 국민을 위해 타협하는 정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통합과 타협의 정치는 지역부터 시작해야 한다. 주민들의 의견에 행정이 더 귀 기울이고, 의회와 행정, 의원과 자치단체장의 소통과 타협, 협치가 수시로 자주, 여러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 서로 손을 내밀고 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군수는 ‘의회를 군정 운영의 동반자로 삼아 수시로 만나고, 지지 여부에 상관없이 지역 주민을 위한 일에는 허심탄회 자세로 협의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군민의 신뢰와 찬사가 만발한 새로운 지역을 만들어야 한다.
<열린순창>도 ‘새해라서 새로운 게 아니라 새로워지려고 노력해야 새해가 된다’는 경구에 각성하며 ‘소통하며 발전하는 지역을 만드는 역할’에 충실할 것을 다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