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성어 ‘선우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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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성어 ‘선우후락’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0.01.0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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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후락(先憂後樂)은 “세상의 근심할 일은 남보다 먼저 근심하고 즐거워할 일은 남보다 나중에 즐거워한다는 뜻으로, 지사(志士)나 어진 사람의 마음씨를 이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북송(北宋) 때 혁신적인 정치가이자 학자인 범중엄(范仲淹, 989~1052)이 지은 「악양루기」(岳陽樓記)에 나오는 말이다. 범중엄은 성품이 청렴결백한 애국 충절자였단다. 그는 1045년, 중국 강남 지역의 3대 명루(무창의 황학루, 남창의 등왕각, 악양성의 악양루) 중 하나인 악양루를 개수할 때 지은 「악양루기」에서 인자(仁者)들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밝혔다.
“옛날 인자들의 마음을 찾아보건대 지위나 명예를 기뻐하거나 신세를 비관하지 않았다. 조정에서 높은 지위에 있을 때는 오로지 백성의 노고를 근심하고, 조정에서 멀리 물러나 있을 때(강호의 먼 곳에 있을 때)는 오로지 임금의 과실을 근심하였다. 이는 벼슬에 나아가도 물러나도 항상 근심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언제 즐거워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틀림없이 ‘천하의 근심을 앞서 근심하고, 천하의 즐거움을 뒤로하여 (나중에) 즐긴다’(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고 대답할 것이다.”
모름지기 위정자란 ‘모든 백성이 근심하기 전에 먼저 우려함으로써 백성들의 근심과 걱정을 덜어주고, 모든 백성이 즐거움을 다 누린 다음에야 비로소 자신의 즐거움을 찾아야 하는 법’이라니, 지도자나 공직자, 목민관(牧民官)들의 마음가짐을 이르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선우후락(先憂後樂)은 순창군수 10년을 맞는 황숙주 군수가 2020년 ‘신년사’에서 밝힌 사자성어라 더욱 의미가 크다. 새해 벽두에 군청 700여명 공무원과 군민들을 향해 ‘자신보다 세상을 먼저 생각하는 지사(志士)의 마음씨’를 강조한 군수의 신년사를 읽으며 “이리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둘러보니 ‘선우후락’을 들며 다짐하는 위정자들이 꽤 많이 보인다. 지방의원부터 군수, 국회의원, 장관도 보인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정운천 국무총리가 취임하면서, 2018년 문희상 국회의장이 백봉신사상 시상식에서도 인용한 성어(成語)이니 그 뜻이야 더할 나위 없겠다.
하지만, ‘백성이 근심하기에 앞서 근심한다’는 의미는 위정자나 공직자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자세를 지칭하는 것이니 백성보다 먼저 여러 상황을 준비하고 대책을 세워 백성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다짐이다. ‘백성이 다 즐긴 후에 즐긴다’는 것은 심오한 사려이니, 모든 백성이 다 즐긴 후에 즐긴다는 말은 어쩌면 ‘즐길 겨를이 없다’는 의미인 것 같다. 실제로 수천만 국민을 위해 일하는 대통령이나 수만명 군민을 위해 일하는 군수는 ‘자신을 즐겁게 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백성의 즐거움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사는 위정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신년 성어를 발표한 것은 ‘일신의 욕심과 즐거움을 버리고 순창군과 군민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다짐으로 받아들여진다.
군수는 신년사에서 내외 군민과 함께 동료 공직자에게 호소하며 다짐했다. 군정 3대 비전(예산 5000억, 관광객 500만명, 인구 4만명) 실현을 위해 6대 역점 분야(농민이 행복한 순창, 관광이 돈 되는 순창, 문화가 숨 쉬는 순창, 교육 1번지 순창, 복지가 먼저인 순창, 경제활동이 활발한 순창) 추진에 온 힘을 쏟겠다면서, “저를 포함한 전 공직자는 ‘군민보다 먼저 근심하고, 나중에 즐긴다’는 자세로 군민의 행복과 군정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다짐이 군민 일상에서 확인되고 실현되기 위해서는 군수만의 다짐이 아니고 700여명 공무원의 결의로 실천해야 한다.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다 내 책임인 것 같았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치 군정에서 순창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공과를 군수와 연결하는 군민들의 인식은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자기 생각과 다르므로 군민들 생각이 틀렸다고 탓하면 ‘선우후락’할 수 없다. ‘선우후락’은 군수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우선 700여명 공무원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고, 군민 한 사람 한 사람까지 깊이 명심해야 할 경구이다. 실제로 군정을 이끄는 군수와 공무원은 ‘선우후락’이 버거우면 ‘동우동락(同憂同樂)’은 꼭 해야 한다. ‘하얀 쥐의 해’를 맞은 군민들은 순창 군정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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