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아이들과 예술인이 만든 뮤지컬 ‘쏜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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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아이들과 예술인이 만든 뮤지컬 ‘쏜뇨’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1.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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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지역 교육력 키우는 발걸음

 

지난달 23일 뮤지컬 공연을 마친 학생들이 뒤풀이 자리에 모였다. 뮤지컬은 노래, 연기, 율동을 동시에 해야 하고, 큰 무대가 낯선 순창의 학생들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공연 내내 학생들은 전문 연기자 못지않은 실력을 뽐내 관객에게 큰 격려와 응원을 받았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시나리오부터 노래 가사까지 순창의 학생들과 친구, 이웃의 이야기로 꾸민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의 목소리, 우리의 몸짓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포기 안하고 끝까지 해낸 게 제일 보람돼요”

공연을 마친 소감을 묻자 학생들은 앞다퉈 “개운해요”, “저번 공연보다 더 잘한 거 같아 기분 좋아요”, “홀가분해요” 라고 대답했다.
힘들었던 점을 묻자 유성훈(동계중 3년) 학생이 쑥스럽게 웃었다. “처음에는 발음도 안 되고, 연기도 안 되고… 그만 두려고 했어요. 그런데…” 옆에 있는 형을 가리킨다. “이 형이 그만두면 가만 안 둔다고 했어요.” 지장수(동계고 3년) 학생이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그랬어요. 성훈이 역할은 성훈이가 없으면 안 되니까요.”
끝까지 해낸 비결을 성훈학생에게 묻자 “그 전에 포기는 많이 해봐서요. 공부도, 악기도… 그런데 한 번쯤 포기 안 해 본 게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기 안 하고 끝까지 해낸 게 제일 보람돼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뮤지컬 ‘쏜뇨’의 숨은 주인공들

학부모들도 뮤지컬 쏜뇨의 숨은 주인공들이다. 내 아이, 남의 아이 가리지 않고 애들 데려다주고, 머리 묶어주고, 간식을 챙겨주었다. 학부모 밴드를 만들어 정보와 사진을 공유했다. 부모들도 아이들 성장을 지켜보며 많이 달라졌다.
중앙초 이안진(5학년) 어머니 김선경 씨는 “뮤지컬 연습을 거듭하면서, 자신을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스러웠어요. 순창에서 기적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뮤지컬 쏜뇨 공연는 자원봉사자들의 몫도 컸다. 읍사무소에서 공익 근무하며 자원봉사를 한 차유환(23ㆍ순창읍) 씨는 “봉사한 게 아니라 제가 많이 배웠어요. 뮤지컬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다 볼 수 있어서 행운이었지요. 연출한 박희진 선생님, 연극인 지미리 선생님, 음악 감독 박진영 선생님께 감사하죠”라고 말했다.
공연 끝나고 섭섭한 게 무엇인지 묻자, “얘네들 이제 자주 못 보는 거요.” “저도요, 언니들 하고 같이 노래할 때 제일 재밌었는데” 한 목소리였다.
“얘네들 모두 동생 같아요. 더 친해지고 싶은데…” 학생들 얼굴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순창에 공동체 하나가 생겼다

이스트런던대학교 이민ㆍ난민 소속 연구소장은 공동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단결을 통해 동질적인 하나가 되는 ‘공동체(共同體)’가 아니라. 서로 다르지만, 함께 행동할 수 있는 ‘공-동체(共-動體)’여야 한다.”
순창에 ‘공-동체(共-動體)’가 하나 생기고 있다. 어떻게 함께 움직여갈지, 순창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 주목된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
뒤풀이를 마무리할 시간, 아이들이 입을 모아 노래를 불렀다. 뮤지컬 쏜뇨의 주제가이기도 한 ‘꿈꾸지 않으면’이다. 아이들의 청아한 노랫소리가 순창의 겨울 밤하늘을 울렸다.
 이 공연은 공연기획사 스페이스 피(Space P)가 기획하고, 교육지원청 주최ㆍ주관, 박희진 연출, 군내 학생 25명이 오디션을 거쳐 참여했다. 기획부터 제작, 연습까지 지역 학생과 문화예술인들이 힘을 합쳐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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