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빈사양처/ 아내가 그리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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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빈사양처/ 아내가 그리울 때
  • 정문섭 박사
  • 승인 2020.01.15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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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빈사양처(家貧思良妻, jīa pín sī líang qī)
집 가, 가난할 빈, 생각할 사, 어질 양, 아내 처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07

《사기》 위세가(魏世家)에 나온다. 가난해지면 좋은 아내를 생각하게 된다. 어려운 시기에는 유능하고 어진 인재가 필요하게 된다.

네팔에서의 홀아비 생활이 어느덧 3개월째다. 이곳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니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하루 중 중요 일과가 ‘먹거리’ 챙기는 일이 되어 버렸다. 먹는 게 부실하니 몸무게도 줄었다. 그간 아내가 챙겨줘 얻어먹은 밥과 반찬이 그리우나 멀리 떨어져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SOS를 보냈다. 국내에서도 할 일이 많다며 아내가 말한다.
“밥이나 해주러 네팔에 가고 싶지 않아요. 혼자 해 먹는 방법을 찾아야지, 나만 바라보고 있으면 어떡해요.”
“어…? 아니야. 내가 지금 일등 요리사가 다 되었어. 여기 오면 관광하기도 바빠. 당신이 없으니 입에 거미줄 치게 생겼어. 너무 심심해, 당신도 심심하지 않나?”
“속 보이네요. 알았어요. 다음 달 갈게요. 나 옛날 같지 않아요.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아요. 이제는 당신이 날 챙겨줘야 해요. 당신 생각나죠? 아버님이 하신 말씀.”
“그거? 어머니 일찍 돌아가시고 15년이나 홀아비 생활하신 아버지 말씀? 당근, 잘 기억하지, 하고말고.”
-어쩌네 저쩌네 해도 지 아내가 제일 좋은 것이다.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에미한테 잘해라. 어려울 때일수록-

중국 춘추시대 위(魏)나라 문후(文侯)가 재상 임명을 위해 이극(李克)에게 조언을 요청했다.
“선생께서 과인에게 말씀하시기를 ‘집안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를 그리게 되고, 나라가 혼란하면 훌륭한 재상을 그리게 된다(家貧思良妻, 國亂思良相)’라고 하셨습니다. 제 동생인 성자(成子)와 적황(翟璜) 중 누가 재상에 적합하다고 보십니까?”
이극이 다음 다섯 가지 진언을 올리며 문후가 판단하도록 하였다.
“평소에 지낼 때는 그의 가까운 사람을 살펴보면 그 사람됨을 알 수 있고, 부귀할 때에는 그와 왕래가 있는 사람을 살펴보면 부귀하면서도 어떤 처세를 하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관직에 있을 때에 그 사람이 천거하거나 등용한 사람을 살피면 용인술을 알 수 있고, 곤궁할 때에는 그가 하지 않는 일을 살펴보면 그의 의로움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려울 때는 그가 취하지 않는 것을 살피면 그의 청렴함을 알 수 있어 능히 재상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재상이 된 사람은 바로 성자였다. 그는 비록 문후의 동생이었지만, 소득의 1할만을 생활에 쓰고, 나머지 9할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였다. 아내로서 역할을 하였고 어진 재상으로서도 적임자였다.

사회는 이제 자유보다는 평등 쪽으로 기울어지는 추세다. 과거에 당연시되었고 별다르게 느끼지 못했던 불공정 관행들, 특히나 남녀의 불평등 문제는 최근 ‘미투’를 통해서 우리의 생활에 열화처럼 변화와 영향을 주고 있다. 아내를 그저 밥 짓고 빨래나 해주던 여편네로 생각했다간 큰코 다치기 십상인 것이다. 남자가 우대받던 시대는 이제 가고 없다.
기실 부부간 애틋한 감정이 살아 있더라도 그것이 실천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공허한 것이 되고 나중에 혼자가 되었을 때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고 말한다. 이 성어는 특히 어려울 때일수록 어진 아내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내가 이 글을 보더니 한마디 한다.
“그냥 사시던 대로 사세요. 갑자기 생뚱맞기는…, 헷갈린다고요. 그래도 당신 역할과 내 할 일이 분명 따로 있으니 그렇게 맞추어 살자고요.”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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