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장, “오늘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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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대목장, “오늘만 같아라”
  • 김상진 기자
  • 승인 2020.01.22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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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대이동’하는 명절인 설날은 많은 귀성객으로 모처럼 순창에 활력이 넘친다.
해가 지면 사람이 없던 길거리도 오랜만에 보는 가족들과 술 한 잔 마시고 즐기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그 활력은 순창 전통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설날을 코앞에 둔 장날은 ‘대목장’이라 불리며 많은 사람이 시장을 찾는다. 상인들도 오랜만에 목돈을 벌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안에 있던 자리에 노점까지 펼친다.
순창에 살면서 보았던 지금까지의 5일 장과는 다르게 이번 대목장은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활력이 넘치는 시장을 보니 재미도 있고 나도 물건을 사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매일 이렇게 활기 넘치고 즐거운 시장을 볼 수 없다는 현실에 안타깝기도 했다.
도시의 전통시장과 농촌 지역의 전통시장이 어려운 이유는 다르다. 도시 전통시장은 일부 상인들이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거나, 요즘 소비 수단인 카드를 사용할 수 없거나, 카드수수료를 별도로 받는 사례가 있어 공정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 인식과 맞지 않는다. 또 불친절, 가격 덤터기 등 소비자들이 꺼리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점점 이용률이 낮아지고 있다. 더 큰 이유는 대형마트 등장이다. 대형마트는 없는 물건 없이 싼 가격을 앞세워 상권을 휘어잡아 도심 속 전통시장은 점점 쇠락의 길로 빠지고 있다.
농촌의 전통시장은 다르다. 카드사용은 마찬가지로 어렵지만,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작물을 파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간 유통 수수료가 없어 싼 가격에 신선한 농산물을 살 수 있고, 원산지를 속일 이유는 더더구나 없다. 더구나 뻔히 아는 사람끼리 가격으로 ‘장난’하면 금세 알려지고 소문이 나서 고객의 발길이 끊길 것이니 그런 걱정은 없어 보인다.
도시 전통시장과 비교해보면 장점이 많은 시골 전통시장이 쇠락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인구 감소 때문이다.
농촌 인구가 줄어들면 수요가 줄고, 수요가 주니 시장 규모도 축소되고, 언젠가는 5일 마다 열리는 시장을 볼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순창읍 전통시장에서의 추억을 많이 들었다. 경기도에서 살다 순창에 내려와 어머니를 따라 순창 전통시장은 방문했다. 그날 내가 본 순창읍 5일장은 “시골 시장은 정겨울까?”라는 기대를 충족시켰고, 그때 사 먹은 호떡, 튀김 등 먹거리도 그 식재료들에 대한 믿음도 만족하고도 남았다.
‘어떻게 하면 정겹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시장을 잃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봐도, 소비 인구 말고는 고민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군이 목표하는 ‘관광객 500만’ 정책을 받치는 강천산 방문객은 순창 강천산은 오지만 순창읍에 들려서 식사하거나 숙박하는 일은 매우 적다. 강천산, 회문산, 무량산, 향가리, 민속마을 … 에 구경 오는 외지인들을 ‘옛 추억이 담긴 전통시장’을 찾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모두 함께, 전통시장의 쇠락을 막을 방법, 순창의 지역경제를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설을 코앞에 둔 지난 21일, 순창읍 전통시장 ‘대목장’은 군수님, 교육장님, 서장님, 농협장님, 무슨 무슨 회장님 공무원님으로 가득했다. 문득, 추석에 등장하는 ‘더도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는 말이 떠오른다. 순창 5일장이 열릴 때마다 그날처럼 사람으로 인정으로 풍성하게 붐비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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