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겨울 같지 않은 겨울, 심상치 않은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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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겨울 같지 않은 겨울, 심상치 않은 지구
  • 김민성 협의회장
  • 승인 2020.01.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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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민성 귀농귀촌협의회장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상 기후 현상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순창에도 성큼 다가온 듯하다. 몇 년간 여름 폭염이 나타나더니 이번 겨울에는 눈다운 눈을 볼 수 없고 동장군 맹추위는 사라졌다. 겨울 날씨가 봄 날씨 같다. 눈이 많기로 소문난 이곳 복흥도 제대로 눈이 내린 적이 없다. 고향에 내려온 지 거의 10여년이 되어 가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복흥에서 태어나 70년을 산 어느 어머니도 이런 날씨는 처음이라고 한다.
‘겨울에 눈이 와야 여름 농사가 편하다’는 어르신들 말씀이 있는데 이렇게 적은 적설량에다 지난해처럼 봄 가뭄이 심해진다면 농민들의 고통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찬 겨울을 뛰어버리면 각종 병충해가 왕성하게 활동하게 된다. 그래서 예전에는 논두렁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병충해는 작물에 악영향을 주고 병충해 비용도 더 많이 지출하게 된다. 따뜻해진 날씨 탓에 쉬어야 할 겨울철에 미리 일하는 이점도 있지만 벌써 농민들은 걱정이다.
작물선정이 고민이다. 열대가 점점 북으로 올라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열대-온대-냉대-한대 중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온대지역으로 사계절이 뚜렷해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이라고 배웠지만, 그것은 초등학교 때 기억으로 남겨둬야 할 것 같다. 봄 가을은 슬그머니 사라져가고 겨울도 고유 특성을 잃어가고 있으니 우리나라도 열대 특성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계속되면 결국 북극 툰드라는 녹아 사라지고 러시아와 같은 지역은 또 다른 곡창지대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농민들은 “농사지을 작목이 마땅치 않다”고 하소연이다. 복흥에서 한때 효자 노릇을 했던 복분자 오미자는 고사하거나 수확량이 줄어 고심이 깊다. 복분자의 경우 과거에는 5년 이상 수확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의 반을 기대하고 식재한다. 그나마 두릅이 봄철 나름 통장 잔고를 채워주기는 하나 그것마저도 죽는 경우가 많아 쉽지 않다. 순창산 두릅은 수확량만 있으면 유통은 품질에 따라 전량 소화되는데 고사의 원인을 잘 파악해서 대처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기후변화는 지구인 모두의 문제다. 역사를 보면 인간이 만드는 조건이 종종 질병 발생으로 이어졌다. 중세에 수천만 명의 사망자를 낸 흑사병은 주로 도시와 마을 중심으로 퍼졌는데, 도심에 만연한 쥐를 숙주(宿主)로 했다. 로마공화국에서 유행한 말라리아는 강을 따라 이탈리아 늪에서 발생했다. 오늘날에는 질병의 패턴도 계속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후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고 한다. 새로운 전염병은 백신을 개발도 하기 전에 언제 우리 인간에게 닥칠지 모른다. 그래서 지혜를 모아야 하는 것이다.
모두가 힘을 모아 나서야 할 때 국제 정치지도자나 국내 정치권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싸우고 총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탄소세를 강화하여 지구를 살려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로 인해 닥칠 기후변화가 우리 후손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세대가 직접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산화탄소로 인한 대기의 열기가 바다를 가열시켜 온도를 상승시키는 것이 기후변화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리고 인류는 증가하는 가뭄, 폭염, 홍수를 더 치열하게 체감하게 되고 지금 탄소 배출량을 줄이더라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미 배출된 탄소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요소이기 때문이다.
겨울 같지 않은 겨울, 대자연의 조화 속에서 계절도 제 역할을 하기가 참 힘들겠다. 눈 내리고 거기에 거센 바람까지 일으킬 힘을 잃은 것이 어찌 자연의 탓이겠는가. 우리 같은 사람들 탓이지. 인간이 더 편하려고 공장 짓고, 화석연료 사용하고, 자동차 사용하고, 겨울에도 반팔 입고 난방하는 이기적인 태도가 문제다. 우리 인간이 반성해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자연이 주는 경고에 인간이 심각하게 고민하고 반응해야 하는 시점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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