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우리역사(6) 고구려 국모ㆍ지모신 ‘유화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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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역사(6) 고구려 국모ㆍ지모신 ‘유화부인’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0.02.0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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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부 많았던 나라 ‘고구려’

동북아 대제국을 건설한 고구려는 여성들의 기백도 강인했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추모왕)의 어머니 유화부인, 고구려와 백제의 건국 주역 소서노, 만만치 않은 권력욕을 가졌던 3대 대무신왕의 왕후, 태조왕의 모친 부여태후, 왕명을 거스르고 서민 출신 온달을 남편으로 삼아 내조한 평강공주, 불상 제작에 시줏돈을 내고 당당하게 자기 이름을 광배(불상의 후광)에 남긴 아엄(兒奄)이란 귀부인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압록강가 웅심연에서 물을 다스리던 하백(河伯)의 딸이자, 북부여왕 해모수와 동부여왕 금와를 차례로 남편으로 두었고,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의 어머니인, 아름다운 여인 버들꽃 ‘유화(柳花)’는 고구려 국모(國母)이자 지모신(地母神)으로 모셔졌다. 
 

‘농업의 신(神)’이 된 유화부인

이규보의 《동명왕편》과《세종실록》 권 154 지리지에 보면, 주몽이 동부여에서 도망쳐 구사일생으로 강을 건너 대소가 보낸 군사들을 따돌린 직후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 주몽이 어머니(유화부인)와의 이별에 임해 차마 떨어지지 못하니 유화부인이 말하되 “너는 어미 염려는 하지 말라”하고 오곡 씨앗을 싸서 주었는데 주몽이 생이별하는 마음이 간절해서 보리 씨앗을 잃고 말았다. 
주몽이 큰 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두 마리의 비둘기가 날아왔다. 주몽은 “이것은 틀림없이 신령스러운 재간을 가진 어머니가 보리씨를 보내는 것이로다” 하고 활을 당겨 쏘니 화살 하나에 두 마리의 비둘기가 맞아 땅에 떨어졌다. 그 비둘기들의 목구멍을 헤쳐 보니 보리씨가 나왔다. 기절한 비둘기들에게 물을 뿜어주니 곧 살아서 날아갔다. -

이처럼 전해져오는 기록으로 볼 때 유화 부인은 주몽에게 오곡 종자를 주었는데, 그중 보리 종자를 하나 빼놓았다. 그래서 나중에 비둘기를 보내 보리 종자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고구려 건국 이후 농업의 비중이 더욱 커지면서 주몽에게 오곡 종자를 준 유화부인은 ‘신모(神母)’로 불렸다. 또한 국모이자 땅의 신이며, 농업의 신으로까지 섬겨졌다.
그러면 주몽이 동부여를 떠나 남쪽 땅으로 내려갈 때 유화부인은 왜 아들에게 오곡 종자를 준 것일까? 당시만 해도 나라의 지도자가 되는 조건은 우선 무술과 지략이 뛰어나 적국으로부터 안전하게 백성을 보호하는 것이었고, 다음으로는 농경사회에서 많은 곡식을 생산해 백성들이 굶지 않도록 하는 일이었다.
농사가 잘되는 조건은 기름진 땅과 곡식이 자라는 데 적절한 기후겠지만, 그것은 자연조건이기 때문에 사람의 능력으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다만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농사가 잘되는 좋은 씨앗을 농부들에게 공급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유화 부인이 남쪽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오곡 종자를 주었다는 것은, 바로 주몽으로 하여금 새로운 나라를 세워 왕이 되어달라는 부탁이나 다름없었다. 활을 잘 쏘는 아들은 이미 훌륭한 무예와 지략을 지녔으므로 나라의 우두머리가 되는 첫 번째 조건은 갖추었다고 보았다. 거기에다 백성들이 농사를 잘 지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조건만 실현되면 나라를 세워 우두머리가 될 수 있는 두 가지 조건이 다 갖추어지는 셈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유화 부인이 주몽에게 오곡 종자를 들려 보낸 것은 농경사회인 고구려에서는 대단히 큰 공헌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유화부인이 고구려 사회에서 ‘신모(神母)’로 신격화되어 농사신으로 떠받드는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농민들이 그 공헌에 대한 최상의 배려를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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