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 좋은 기사 쓰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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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좋은 기사 쓰게 해주세요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2.12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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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지구가 몸살을 앓는데도 대보름 달이 휘영청 떴다. 절로 손이 모이고 고개가 숙여진다. 
대보름날 풍산 두지마을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당산제는 저녁이지만, 준비하려면 하루가 부족하다. 복이 덜어질까 봐 한 푼도 깎지 않고 사 온 제물로 정성스레 상을 차리고, 한편에서는 짚으로 날개를 엮고 새끼를 꼰다. 이른 아침이라 바람이 찬데 맨손으로 새끼를 엮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마을 젊은이들은 대나무를 베어와 달집을 세우기 시작한다. 불쏘시개 나무에 대나무를 둘러 세우고, 짚 날개로 대나무를 감싸고, 잘 엮은 새끼로 달집을 둥글게 묶는다. 달집이 완성될 즈음, 날이 어두워지며 마을 농악대가 출동한다. 
당산제에 앞서 풍물굿 앞놀이가 시작된다. 풍물굿은 신이 내린 복을 받는 굿이다. 물이 빈 곳을 채우고 흘러가듯, 풍물 소리가 마을 곳곳에 울려 퍼진다. 정성스레 준비된 제사상에 초를 켠다. 제주가 술을 올리고, 축문을 읽고, 축문을 불사르고 나면, 다시 풍물이 울린다. 풍물패는 한 줄로 늘어서 마을 곳곳을 돌기 시작한다. 지신밟기다. 지신밟기는 잡귀를 쫓아 터를 다지는 것. 잡귀란 귀신만을 뜻하지 않는다. 터의 나쁜 기운이나, 마을 구성원 간 소원하거나 서먹한 관계도 잡귀다. 풍물굿은 잡귀를 풀어 마을에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가려는 다짐이기도 하다. 풍물굿에 쓰이는 쇠, 장구, 북, 징은 신을 부르는 악기라고 한다. 북의 울림은 구름을, 장구의 몰아가는 소리는 비를, 징의 울림은 바람을, 쇠의 울림은 우레를 닮았다 하여 풍물굿은, 추운 겨울 꽁꽁 얼었던 구름과 비, 바람과 우레를 깨우는 소리일 터. 땅과 하늘이 풍물 소리 닿은 곳마다, 겨우내 묵었던 몸을 풀고, 기지개를 켠다. 마을주민들이 소원지에 소원을 써서 새끼줄에 꽂는다. 소원이 빠짐없이 꽂히면 마을 어르신들이 달집에 불을 댕긴다. 기다렸다는 듯이 달집에 불이 붙는다. 소원지도 타들어 간다. 장삼이사의 간절하고도 서로 똑 닮았을 소원들도 연기가 되어 하늘에 닿는다. 대나무 매듭마다 폭죽소리가 툭툭 터진다. 한 겨울 추위, 코로나로 답답했던 가슴도 툭툭 터진다.
달집이 불에 잘 타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올해 달집도 환하게 남김없이 타올랐다. 달집의 불빛이 하늘을 환하게 밝힌다. 농도 순창은 올해 풍년이 분명하다.
<열린순창> 누리집과 유튜브에서 풍산 두지마을 대보름제를 검색하면 준비과정부터 행사 전체가 나온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영상을 찍고 편집해 올려주신 황의관 정주기자의 작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도 불구하고, 온종일 손수 짚을 엮고, 대나무를 올리고, 상을 차리신 몇 마을 덕분에 올해도 순창의 당산제를 이어갈 수 있었다. 순창 장삼이사들의 소원도 하늘로 가 닿을 수 있었다. 본업도 바쁠 텐데 늘 발 벗고 나서는 열린순창 정주기자들이 꼭 그렇다. 이 기사 쓰라고, 기사 좀 더 잘 써보라고 채근하고, 직접 취재하고 사진 찍고 영상 작업해서 가져온다. 정주기자뿐 아니다. 신문(배달)이 안 왔다는 전화나 기사 제보 전화가 온다. 일부러 신문사에 오셔서 구독료를 내거나, 신문을 가지러 오는 분을 뵈면, 정신이 번쩍 차려진다. 이분들 덕에 신문사가 굴러가고, 순창 풀뿌리 민주주의가 싹을 틔우는 것이리라.
달님. 저도 올해는 좋은 기사 쓰게 해주세요. 두 손 모아 빌고 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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