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계열전/ 거저먹으려는 야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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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계열전/ 거저먹으려는 야비한
  • 정문섭 박사
  • 승인 2020.02.12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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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08

《사기》골계열전(滑稽列傳)에 나온다. 돼지 발굽과 술 한 잔. 작은 물건이나 정성을 들여 큰 것을 구하려고 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18년 간 전자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P사장은 마침내 한 특허기술을 개발하여 양산체제에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자금이 부족하여 할 수 없이 모 대기업을 찾아가 공동생산을 제안하였다. 대기업 담당 상무는 그 특허내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도면과 설명서를 우선 보여 달라고 했다. 그때부터 P사장은 코가 꿰였다. 주어버린 것이다. 그 상무는 차일피일 미루더니 회장이 ‘하지 않겠다.’고 하여 계약서를 쓰지 못하게 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그 몇 달 후, 같은 업계에 있던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야! 네가 특허 받았다던 그 제품이 시중에 팔리던데 도대체 얼마 받고 팔았어? 한턱 쏴라.”
이게 웬 날벼락인가? 결국 긴 소송에 들어가 승소는 했지만, 날로 거저먹으려던 그 대기업, 자기들 노력을 들일 생각은 않고 얄팍하고 야비한 수작으로 그 약한 중소기업의 특허를 갈취하려 한 그들에게 좀 더 큰 응징을 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 순우곤(淳于髡)은 데릴사위로 천한 신분에다 키가 7척도 안 되는 왜소한 사람이었지만 익살스럽고 변설에 뛰어났다. 재치가 있고 반어와 풍자를 잘 써 제후들에게 자주 사신으로 나갔으나 굴욕을 당하는 일이 한 차례도 없었다.  
위왕(威王) 8년에 초나라가 크게 군대를 동원하여 제나라를 침공했다. 왕은 순우곤(淳于髡)에게 조나라로 가서 원병을 청해 오도록 하면서 황금 백 근과 수레 열 대를 예물로 가져가게 했다. 순우곤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크게 웃자 관의 끈이 모두 끊어졌다. 왕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선생은 이것을 적다고 생각하시오?”
“어찌 감히 그렇다고 하겠습니까?”
“그럼 웃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게 아니요?”
“어제 신이 동쪽으로부터 오던 중에 길가에서 풍작을 비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돼지 발굽 하나와 술 한 잔을 놓고(操一豚蹄, 酒一盂) 다음과 같이 빌었습니다. ‘높은 골짜기에는 광주리에 가득 찬 수확이 있고, 낮은 들판에는 수레에 가득 찬 수확이 있게 해주소서. 오곡이 풍성하게 잘 여물어서 집안 구석구석 넘쳐나게 하옵소서.’ 신은 그 손에 잡은 것은 그렇게 작으면서 원하는 것은 그처럼 큰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걸 생각하다가 그만 웃음이 나온 것입니다.”
위왕은 곧 황금 천 일(溢), 백벽(白璧) 열 쌍, 네 마리가 끄는 마차 백 대로 예물을 늘려 주었다. 순우곤이 예물을 갖고 조나라에 들어가자, 조나라 왕이 바로 정병 10만과 가죽수레 천 대를 보내 주었다. 이 말을 들은 초나라는 밤을 틈타 군사를 돌려 철수했다.
이 성어는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남의 재산이나 노력을 갈취하는 것을 조롱하는 말이다. 힘 안들이고 거저먹으려는 수작을 비난하는 말이 되었다. 
최근 고대 4대 발명국가에서 모방의 천재로 전락한 중국이 우리 보다 3-5년 뒤쳐진 반도체산업을 일으키려고 우리 반도체 산업인재를 빼 가는데 혈안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대국(大國)이라고 자처하면서…, 참 창피란 나라다. 우리 기업이 애써 양성한 인재를 7-8배가 넘는 연봉을 제시하며 노골적으로 유혹하니 안 넘어갈 도리가 없을 것이라는 업계의 장탄식이 들린다. 돈제일주하여 수십 조 원을 거저 챙겨 먹으려 하는 중국인들의 심보에 더 화가 치민다. 
S기업이 관련 임원 및 기술요원의 전직금지 소송을 냈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중국의 야비한 술책을 근본적으로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게 더 큰일이다. 넘어간 자도 문제지만 그들이 유혹에 넘어가지 않게 적절하게 대우하는 등 대응방안 마련이 더 시급하다 하겠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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