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분다(22)/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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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분다(22)/ 감염
  • 선산곡
  • 승인 2020.02.2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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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그리고 감염. 요즘 자주 쓰고 자주 들리는 말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을 유령처럼 떠도는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말은 공포 그 자체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설 지나 보름 쇠고 한참 만이었다.
“어떻게 지내?”
“맥 빠져 운신을 못하고 있네.”
“왜?”
농담 섞어 비루스라고 했더니 못 알아듣는다. 바이러스감염 탓이라고 고쳐 말하자 화들짝, 그가 놀라 정색을 했다.
“감염? 아, 아니! 그 사이 중국 나갔다 왔어?”
“그게 아니고 내 컴퓨터. 컴퓨터가 또 한 방 맞았네. 그 바이러스가 또.”
“또?”
소설가인 그에게 컴퓨터바이러스 감염은 공포에 가까운 언어다.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몇 해 전 공교롭게도 그와 내가 똑같은 일을 경험한 처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그도 나도 저장된 사본이 있어 별 손실 없이 오염된 컴퓨터를 청소할 수 있었다. 
“책 1권 원고가 날아갔어. 그동안 음악 레퍼토리 디자인, 사진까지 전부!”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원고가 사라져버린 상실감은 헛헛한 웃음으로밖에 대체가 안 된다. 20여 년 전에도 ‘체르노빌’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컴퓨터바이러스에 짧은 글 두 편을 공중분해 당한 적이 있다. 곧바로 머릿속의 기억을 되살려 다시 쓰기를 했지만 사라진 글과 똑같을 수 없었다는 씁쓸함을 기억한다. 
그러나 이번 감염은 그 양과 질이 다르다. ‘이 파일은 복구할 수 있으니 하라는 대로 따라 하면 된다’는 맹랑한 메시지가 사람의 피를 말린다. 곧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를 뜨지 못하게 막아놓고 돈을 받고 풀어주는 일종의 ‘작품납치’를 당한 것이다.
그 순서를 따르는 것도 내 실력으로는 미흡하기만 한데 고삐 쥔 악당의 유도(誘導)에 꼼짝없이 휘말리는 것처럼 자존심 상하는 일도 없을 것 같다. 도대체 천재에 가까운 능력을 왜 하필 이런 악덕 프로그램을 만들어 고통을 주는지 모를 일이다. 사스나 메르스, 코로나19 못지않은 ‘민폐 인간 바이러스’다. 
“돈을 주고 복구를 한다면 그들에게 지는 거지. 다시 창의력 발휘하라는 교훈으로 알아야지 할 수 있나?”
친구와의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글은 다시 쓰면 된다. 원고지 환산 600장이 아니라 6만장을 테러당했어도 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일이 우리 인간사에 어디 한 두 가지일까. 코로나19의 예방법도 익히 알려져 있는데 내가 당한 컴퓨터바이러스 대응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외출을 자제하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라는 말은 공연히 인터넷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말라는 말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세상사 뭐 그리 알고 싶어서 가십거리를 찾고, 사지도 않을 상품들이나 검색하는 등 온라인에 시간을 허비하느냐는 스스로 질책이다. 만약 전할 수 있다면 그들에게 해줄 말이 어디 한 둘 일까. 다 빼고 점잖은 척 한마디 할 수밖에 없으니 못된 천재들이 들었으면 하는 말.
잘 먹고 잘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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