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검사를 잡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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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검사를 잡아 주세요”
  • 조재웅 기자
  • 승인 2020.02.20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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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사칭한 전화 사기범 잡아달라 청원
보이스피싱 당한 20대 청년 극단적 선택
청년 아버지, 청와대게시판에 억울함 호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당한 군내 20대 청년이 지난달 22일경, 극단적 선택을 했다. 청년 아버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전화금융사기 처벌을 강화하는 청원을 올려 많은 국민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청년의 아버지에 따르면 아들은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지방검찰청 김민수 검사입니다. ○○○ 씨지요? 지난 2020년 1월 13일 금융사기단인 최민경 일당을 검거하였는데, 최민경 일당의 계좌에서 ○○○ 님 통장으로부터 수백만 원을 인출한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에 ○○○ 님의 개인정보 유출인지, 아니면 이번 사건의 가담자인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니 수사에 협조해 주십시오. 만일 이에 불응하거나 중간에 통화를 중단할 시에는 공무집행방해죄로 2년 이하의 징역 및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될 것이며 전국에 지명수배령이 내려지며 즉시 처벌받게 됩니다”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청년의 아버지는 “평소 예의 발라 동네 어르신들에게도 늘 칭송이 자자했던 아이였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양보하며 “전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배려심 깊은 아들이다. 그런 아들은 행여 수사에 누가 될까 검사라는 사람을 ‘선생님’이라 부르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였다. 그 검사는 아들 전화가 끊길까 배터리 용량까지 체크하며 ‘지금 배터리가 몇 퍼센트 남으셨지요?’, ‘그럼 이제 충전기를 꽂으세요’라고 정신없이 몰아붙였다. ‘제 말을 똑바로 들으세요, ○○님이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겁니다’하며 무섭게 다그쳤다. 하지만 핸드폰을 옮기는 상황에서 순간의 실수로 통화가 끊겨 버렸다. 아들은 본인 의지와 달리 끊긴 전화를 어찌할 줄 몰라 당황했고,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10시간이 넘게 시달리며 혼을 빼앗긴 듯 통신 노예가 되어버린 아들은 본인에게 다가올 처벌(징역 2년, 3000만원 벌금, 공개지명수배)을 기다리는 동안 불안과 초조함에 떨며, 스스로를 질책하고 고독과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검사의 말이 두려워 어떤 친구나 친지, 부모에게도 의논하지 못했다. 결국, 사건이 벌어진 지 3일 만에 옥상으로 올라가 가슴 아픈 결단을 했다”면서 “대한민국 검사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펴고 감히 도전할 수 없는 현실, 잘못된 법 체계 등을 비관하며 이를 세상에 알려 다시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 것 같다. 아들이 써 놓은 유서와 녹음된 통화 내용으로 알게 되었다. 이 모든 일에 너무 억울하다. 이런 경우 어리숙하다고 쉽게 판단하지만,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1년에 약 2만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사람들을 모두 운이 없다, 어리석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청년의 아버지는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요구사항과 함께 아들 유서 내용도 게시판에 적었다. “첫째,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매뉴얼 및 사례집을 제작하여 각 가정과 학교에 보급. 둘째, 직장과 학교를 대상으로 예방 교육 실시. 셋째, 보이스피싱 관련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했다.
이 청원을 지난 12일 등록했고, 2월 18일 오전 11시 기준 1만8111명이 동의했다. 청원마감은 3월 13일까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에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정부와 청와대 책임자가 답변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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