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51) 성북동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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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시한줄(51) 성북동 비둘기
  • 조경훈 시인
  • 승인 2020.02.26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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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그림 : 아원(兒園) 조경훈(1939~ ) 풍산 안곡 출생
· 중앙대 예술대 문창과, 미술과 졸업. 2001년 문학21로 등단
· 시집 : 섬진강에 보내는 편지 외 다수 · 현 한국예조문학회장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金珖燮)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문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조차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시인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가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해 시로 쓰신 분은 김광섭 시인이다.
<저녁에> 온 세상을 하나로 보는 어쩌면 고독한 내면의 세계를 다분히 관념적으로 쓴 시 같기도 하지만, 더없이 순결하고 고고한 존재로서 지순한 마음으로 독자들이 다가가도록 쓰신 분이다. 그런데 고요한 이 시인을 몹시 아프게 흔든 시가 이 <성북동비둘기>이다.
사람도 비둘기도 평화롭게 사는 성북동에 갑자기 채석장에서 돌을 깨는 포성이 천지를 흔드는 것이다. 그것은 개발붐이 성북동까지 밀어닥쳐 어쩌면 그곳에 사는 사람도 비둘기도, 모두 둥지를 잃고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산업화에 밀려 자연이 파괴되고 연약하고 착한 것들이 마구 헐리고 뽑히고 짓밟히는 것을 시인은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이 시를 썼다. 이 시의 울림이 오늘날에 이어지고 있음에 주목할 일이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자연을 파괴하는 극복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시인이 한탄한다면 어쩌면 하늘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은 도처에서 계속되고 있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으랴.

■ 김광섭 (1905~1977) 함경북도 경성출생, 1928년 해외문학동인으로 활동시작, ·저서 <동경> <마음> <성북동비둘기>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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