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논의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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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논의 시작하자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0.03.0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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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ㆍ1절 기념식이 조촐하다. 101주년 삼일절 기념식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역대 최소 규모로 치러졌다. 올해는 ‘전 세계에 알리는 독립선언서’라는 주제로 당시 원문과 영어ㆍ일본어ㆍ중국어ㆍ러시아어ㆍ수어 쉽고 바르게 읽는 독립선언서 순으로 낭독해 특이했다.
코로나19는 독립기념관 광장을 가득 메웠던 3ㆍ1절 기념식을 국무총리를 제외한 5부 요인, 행정안전부ㆍ보건복지부장관을 제외한 국무위원, 정당 대표, 광복회장과 지회장 등 60여 명만 참석하게 했다. 연일 확산되는 코로나19로 요즘 어딜 가도 썰렁하다. 거리가 시장이 북적거리던 대형매장도 헐렁하다. 마스크를 사려는 주민과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 줄과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만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런 때, 이재웅 쏘카 대표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난기본소득’를 제안했다고 보도된다. 그는 “코로나 경제위기에 ‘재난국민소득’을 50만원씩 어려운 국민들에게 지급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리고, 지금 상황을 “일자리의 위기, 소득의 위기, 생존의 위기”로 진단하고 “경계에 서있는 소상공인, 프리랜서, 비정규직, 학생, 실업자 1000만명에게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집세를 낼 수 있는, 아이들을 챙길 수 있는, 집에서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는 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재난기본소득을 50만원씩 1000만명에 주면 5조, 2000만명에 주면 10조원이다. 20조원의 추경을 준비한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10조원이 될 것”이라고 했단다.
기본소득이란 자산이나 소득, 노동 활동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 모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따라서 재난기본소득은 재난 때 재산이 얼마든 일하든 말든, 모든 국민에게 국가가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겠다. 기본소득은 별도의 지급 심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런 개념을 단기적으로 빌리자는 취지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몇몇 정당과 인사들이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기본소득당’은 “약 15조 추경으로 온 국민에게 10일간의 휴식과 30만원의 일시적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신생정당 ‘시대전환’도 “자영업자ㆍ프리랜서ㆍ가사노동자 등 비임금 노동자 650만명과 비정규직 임금노동자 750만명 등 1400만명에게 월 30만원, 2개월치를 주는 긴급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촉구했다고 한다. 온갖 기행으로 유명한 허경영의 ‘국가혁명배당금당’은 온갖 명목의 현금 지급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뿐 아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씨는 “전 국민에게 보름치 긴급생활비 50만원 지급”하자고 했고, 한 민간 정책연구소 정책팀장은 “전 국민에게 30만원씩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예산 낭비’라고 비판하며 ‘부유층까지 혜택을 줄 필요가 있냐’며 기본소득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그냥 사라지는 돈이 아니다. 기본소득 지급을 통해 늘어나는 소비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성장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람이 버텨내야 경제가 버티고 성장으로 연결될 것이다. 임대료를 내리면 건물주에게 내린 절반만큼 낼 세금을 깍아주는 ‘착한 임대인’ 지원정책은 고소득 임대인일수록 감면 세금이 늘어나는 역진형이다. 자동차를 사면 개별소비세를 깎아주고,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올려주고, 휴가ㆍ문화ㆍ관광 등 쿠폰을 지급하겠다는 소비 진작 대책은 당장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에겐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감영병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그냥 ‘집에 머물라’는 것이다. 위험하고 불안한데 일하러 나가고 싶은 사람은 있을까. 문제는 생계다. 재택근무를 하거나 가족 돌봄 휴가를 활용할 수 있는 노동자는 많지 않다. 이런 혜택이 남의 일인 사람들이 잠시 멈추고 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2주간 일하지 않고도 밥 먹고 월세 내고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살 수 있는 소득’을 지원하는 일은 가장 효율적인 방역 대책이다.
“한국에는 2주 공백만으로도 ‘흔들’거릴 사람이 너무나 많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사람’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은 오십보백보가 아니다. 오십보만보다. 임금노동자가 아니라서 두렵다. 임금노동자라도 비정규직이어서 두렵다. 누구나 하루, 한 달, 일 년을 걱정하지만, 그 빈도와 강도는 천차만별이다.”(한 사회학자의 페이스북)
아직 코로나19 관련 빈곤층의 폐해를 지원할 ‘담대하고 파격적인 상상력’은 보이지 않는다. 세계 10위 안이라는 대한민국의 공동체 신뢰를 단단히 하기 위한 ‘기본소득’을 논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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