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대학진학축하금, 정책목표 모호하고 차별적이다
상태바
[논단] 대학진학축하금, 정책목표 모호하고 차별적이다
  • 윤찬영 교수
  • 승인 2020.03.11 15: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 윤찬영 전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순창군의 옥천인재숙과 더불어 대학진학축하금 지원조례를 보면 짠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두 정책 모두 매우 차별적 정책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농촌의 현실이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구가 감소하고 드디어는 소멸까지 걱정해야 하는 농촌 지역의 가슴 아픈 현실을 볼 때 자치단체장의 이러한 노력은 한편으로는 눈물겨워 보이기도 한다. 
이 조례가 근거로 하는 법은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법』과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에 관한 특별법』이다. 이 법률들과 조례의 취지를 긍정해본다면, 대학진학 축하금을 지원하여 순창군의 인구가 증가하고 순창군민의 삶의 질이 상당한 정도 향상되어야 할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될까? 선뜻 공감되지 않는다. 
재수하지 않은 대학진학자에게 200만원의 축하금을 지원하는 것이 순창군의 인구를 증가시키고 군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으로 거리가 멀고 심지어 억지라는 감마저 느끼게 한다. 대학 등록금 관련하여 국가장학금이 상당한 정도 지급되는 현실에서 대학진학 축하금은 어색해 보인다.
게다가 이 조례는 차별적이고 불공평하다. 대학진학을 도모하지 않거나 실패한 경우는 지원받지 못하고 또한 재수생의 경우는 대상이 되지 못하는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차별적 정책을 내세우는 것이 진정 순창 지역사회의 미래 발전에 대해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필자 또한 농촌 출신으로서 이와 관련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명문대학에 합격한 지역인재를 위해 읍내에서 요란한 축하 퍼레이드를 벌였던 장면이 떠오른다. 축하받은 본인과 그 집안은 평생에 남을 영광의 추억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축하를 받은 인재는 곧 고향을 떠났다. 그런 인재들 중에 간혹 선거 때 후보가 되어 고향을 찾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잘 되면 군수나 국회의원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그것이 개인으로서는 금의환향일지 모르겠으나 지역 발전과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측면에서는 거의 관계가 없거나 무의미하다. 
등 굽은 소나무가 고향을 지킨다고 했다. 출세하여 서울이나 대도시에 살고 있는 자식은 자랑스럽겠지만 그뿐이고, 고향에 남아 지역을 지키고 부모를 돌보는 자식은 누구보다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다. 어차피 순창을 떠날 대학 진학생을 축하하는 것도 좋지만 순창에 남아 지역을 채우고 일궈낼 청년들을 격려하고 포용하는 것은 더욱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지자체의 예산은 지역 발전과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쓰여야 한다. 더욱 큰 사회로 떠나는 청년들도 중요하겠지만 고향에 남아 꿈을 키우고 지역의 일꾼이 될 청년은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개인의 성공을 위해 고향을 떠나갈 인재를 축하할 뿐만 아니라 지역에 남을 등 굽은 소나무들에게도 물을 주고 쓰다듬어주는 정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니 오히려 이것이 주된 정책이 되고 대학진학을 축하하는 정책이 부수적인 것이 되는 것이 정상이다. 
이처럼 볼 때 이 조례가 추구하는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불분명하고 모호해 보인다. 실제로 조례 제1조의 목적 규정을 보더라도 명확한 목적이 보이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법률에 따라 교육의 경제적 부담 경감, 교육 기회 보장, 인재 양성 등을 위하여 축하금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모호한 목적들을 중언부언 나열하고 있다. 근거 법률로 보아 인구증가나 군민의 삶의 질 향상이 목적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교육기회보장, 인재양성 등을 거론하니 쉽게 요약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조례는 미래지향적 비전을 담은 청년지원조례로 전부 개정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 대학진학 청년도 축하하고 미진학 청년도 격려하는 내용을 종합적으로 담아 순창의 미래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농촌 지역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지역의 가치와 미래에 대한 희망찬 비전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
  • 순창군청 여자 소프트테니스팀 ‘리코’, 회장기 단식 우승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