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센 건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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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센 건 우리다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3.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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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니스 센터 내 기관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 기관들이 모두 법에 의해 만들어지고,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만들어도 참여가 없다면 점점 축소되고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다. 이번엔 자원봉사센터였다.  취재도 접촉이라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고, 맥락을 알게되면 마음이 간다. 게다가 자원봉사센터가 아닌가. 한 줄이라도 더 쓰고 싶고, 사진도 잘 나온 사진을 골라싣게 된다. 최연소 자원봉사단원 연옥 씨와는 같이 봉사를 하러 가기로 약속도 했다. 기사 내용 중 주민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가지고 동아리를 만들어 봉사할 수 있는 공모가 있었다. 봉사와 취미와 공동체, 한 번에 세 마리를 잡을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겠다 싶었다. 공모 기간은 20일까지. 다음 신문에 내는 건 불가능했다. 어떻게든 써보려니, 지면이 부족했다. 센터에 전화해서 그 공모를 광고로 돌리면 어떠냐고 물었다. 통화하는 걸 들은 취재 부장이 옆에서 낮게 말했다. 
“기사 쓰시면서 광고 의뢰하지 마세요.”
일단 전화를 끊었다. 
“그런 식으로 하다보면 광고와 기사가 구분이 안 됩니다. 그게 기레기들이 주로 하는 수법입니다. 우리 신문은 광고부와 취재부가 독립되어 있습니다.” 
세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취재부장이 덧붙였다.  
“의도는 알겠는데요. 애초에 오해를 살 수 있는 건 아예 하지 마세요.”
작년 말, 안 해본 기자노릇을 망설일 때, “적어도 기레기는 안 되겠지” 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었다. 실은, 지역 신문사까지 기레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기레기는 뭔가 대단한 조직에서, 굉장한 자본을 투자해가면서 조작. 왜곡, 호도, 오보를 해대는 집단일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기레기가 되는 길이 이렇게 쉽고 가깝고 심지어 부드럽다니!
처음 매실 가지치기를 할 때, 선배가 도장지를 밑둥부터 야멸차게 제거하는 걸 보고 물었다. 도장지는 수직으로 올라오는 가지다. 
“그렇게 확 깎아야 해요? 올라오느라 얼마나 힘들었을텐데? 놔두면 점차 자리잡지 않을까요? 겨울에 이렇게 자란 거 보면 잘 자랄 거 같은데?”
선배가 말했다. 
“도장지 놔두면 다른 놈도 못 자라요. 열매도 적고요. 전지할 때, 적당히는 없어요. 아예 제거해야 해요.”
그리고보니, 도장지가 기레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 저 혼자 살겠다고 나무의 자연스런 성장과 생육을 방해하고, 애초부터 싹을 제거해야 한다는 대처법까지.
“요 놈이 에너지가 강한 가지가 아니예요. 에너지가 약하니까 지 혼자 살겠다고 이렇게 자라는 거예요.”
내가 헷갈렸던 지점이 이것이었다. 기레기들은 에너지가 약한 가지다. 나무 전체와 함께 자랄 시간도 안목도 없어서 서둘러 수직으로 뻗어버리는. 우리 신문사는 ‘나무 전체와 함께 자라겠다는 풀뿌리 지역언론’이라는 단단한 기치가 있으며, 이를 지키는지 감시하고, 응원하는 8000개의 눈이 있다. 기레기의 싹을 애초에 방지하는 독립적 시스템과 시시때때로 토론하고 뛰어다니는 동료들이 있다. 에너지가 강한 건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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