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자 열린순창 신문에서 봄날같이 싱그러운 기사를 만났다.
하나는 군청 클린순창 추진단이 상습 투기장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수거한다는 내용이었고 또 하나는 쌍치면 만수마을 이승기 지적 장애인이 마을 곳곳의 쓰레기를 줍는다는 것이었다. 요즘은 인스턴트식품이 발달하고 소비가 커져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는 양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생태계 파괴 등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몇 달째 세계인의 삶을 마비시키고 경제 파탄으로까지 몰아가고 있다. 무분별한 자연 파괴, 쓰레기로 뒤덮인 불결한 환경, 변태적인 식문화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원인을 제공했을 거라 한다.
이 바이러스는 막대한 피해를 남기고 진정되겠지만 인간의 비이성적인 생활이 계속되면 또 다른 형태의 변종 바이러스가 나와 더 큰 피해가 있을 거라 한다. 이미 사스, 메르스 등을 전조 현상으로 겪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깨끗한 환경이라 생각한다.
클린순창 추진단 기사를 보면서 읍장으로 일할 때가 생각났다. 그때 가장 신경 쓴 게 시가지 청소였다. 순창은 고추장고을, 장수고을이다. 오랫동안 군민들이 이룬 값진 성과이고 자산이다. 이에 걸맞게 고을이 깨끗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명제일 것이다. 청정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맛있는 고추장과 장류, 깨끗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가지 청소를 하는 미화원들은 새벽 4시에 출근해서 일한다. 나도 일찍 나와서 자전거로 시내를 돌아보며 일하고 있는 미화원들과 눈인사도 하고 청소 상태도 점검했다. 어떤 사람은 읍장이 아침부터 돌아다니면 직원들이 부담 갖는다고도 했지만, 조직에는 적당한 긴장과 노고에 대한 인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가지 청소는 그런대로 되는데 읍 외곽 구석진 곳에 버려진 쓰레기들이 꽤 있었다. TV, 냉장고, 소파, 변기, 싱크대, 타이어 등 폐기물을 몰지각한 사람들이 차에 싣고 와서 버렸다. 미화원들은 시가지 청소를 맡고 있기 때문에 외곽에 버려진 쓰레기 처리에 손이 가기 어렵고 뒤처리도 쉽지 않아 고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번에 기사를 보니 그런 쓰레기를 치우고 있어 옛날 속앓이 했던 일이라 더 반가웠다. 어느 눈 밝은 공직자의 아이디어인지 박수를 보낸다!
또 하나는 쌍치면 만수마을의 이승기 씨 선행이다. 그분은 지적 장애인으로 몸이 불편한데 마을 주변에 있는 쓰레기를 줍는다는 것이다. 그 동기도 참 소박하다. 쓰레기가 있고 더러워서 줍는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선 이런 분이 천사일거다! 우리의 인정은 마을에 장애인이 있으면 이웃들이 도와줬다. 마을의 업(業)을 그 사람이 대신 지고 있다 해서다.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에 있는 사람이 보상도 없는데 스스로 쓰레기를 줍고 있다. 이런 분들이 걱정 없이 일하도록 주변에서 신경을 써줘야 한다. 청소에 필요한 집기, 옷, 도구를 챙겨주는 것도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언론에서는 이렇게 귀감이 되는 선행을 찾아서 널리 알리면 밝은 기운이 확산하여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농촌은 고령화로 쓰레기 처리가 쉽지 않다. 내 몸 간수도 힘든 노인들이 많다. 그래도 내 집 주변, 내 논밭에 쓰레기가 없도록 하고 동네에서는 만수마을 계획처럼 주민들이 함께 공터 개울 등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군청에서는 주민들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이번처럼 치우면 깨끗한 순창이 될 것이다. 깨끗함은 모든 일의 기본이고 시작일 것이다. 특히 전통 음식, 건강 장수 고을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