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우리역사(8) 유리왕과 '황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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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역사(8) 유리왕과 '황조가'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0.03.1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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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왕(琉璃王)은 주몽의 아들이자 고구려 제2대 왕으로 유리명왕이라고도 불린다. 유리왕은 주몽의 빛에 가려 역사적 중요성이 다소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받지만, 한국 고대사와 고대문학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이다. 

백제 건국에 영향 

주몽이 부여를 탈출하기 전에 예씨의 딸에게 장가들어 아이를 가졌는데 주몽이 떠난 뒤에 아이를 낳았으니 이 아이가 고구려 2대 왕이 되는 유리다. 
주몽은 부여를 탈출하며 예씨부인에게 “아들이 태어나면 부러진 칼날을 ‘일곱 모 난 돌 위에 서 있는 소나무’ 밑에 숨겨두었으니 찾아오라”며 일종의 숙제를 주었다. 유리는 성장한 후 일곱 모 난 돌을 찾아 여러 날을 산으로 들로 다녔다. 어느 날 자신의 집의 주춧돌이 일곱 모 난 돌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기둥 밑에서 칼 조각을 발견한다. 
유리 모자는 주몽의 어머니이자 유리의 할머니인 유화부인의 보호 아래 살아갔을 것이다, 그러다가 유화부인이 세상을 떠나자 몇 년 후 징표인 부러진 칼, 한쪽을 가지고 옥지ㆍ구추ㆍ도조 세 사람과 함께 고구려에 나타난다. 
주몽을 징검다리 삼아 자신들의 후예로 왕통을 이어 나가려 했을 소서노와 졸본의 토착 세력에게는 위기가 닥쳤다. 이때 주몽은 유리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소서노와 비류ㆍ온조는 남쪽으로 이주해 새로운 나라 백제를 건국한다. 그러니 백제와 고구려의 왕가는 혈연으로 연결된 것이고, 유리는 간접적으로 백제의 건국을 초래한 인물이 되었다. 
가장 오래된 서정시 <황조가>

유리는 왕위에 오른 이듬해 송양의 딸을 왕비로 맞이하나, 그녀는 1년 만에 세상을 떠난다. 왕비가 죽자 바로 두 사람의 부인을 맞이한다. 바로 화희(禾姬)와 치희(雉姬)였다. 화희는 유력자 집안의 딸이었고, 치희는 한인(漢人) 출신으로 미모가 빼어났다고 한다. 
두 여인은 유리왕을 두고 서로 사랑 다툼으로 불화가 끊이지 않았다. 어느 날 유리왕이 기산이란 곳으로 사냥 나가 7일 동안 머물며 궁을 비운 사이에 화희와 치희는 또 다툼을 벌였다. 치희는 화희의 구박과 모욕에 너무 분해 친정으로 떠나버렸다. 사냥터에서 뒤늦게 돌아온 유리왕은 사랑하는 치희가 떠났다는 보고를 받고, 손수 말을 달려 쫓아갔다. 서쪽 변경의 집까지 찾아가 치희를 만났으나, 끝내 그녀를 설득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유리왕은 치희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무 밑에서 쉬다가 다정하게 노니는 황조(黃鳥ㆍ꾀꼬리)를 보고 치희를 생각하며 노래를 읊조렸다. 이것이 바로 유리왕이 지었다는 <황조가>(黃鳥歌)다.《삼국사기》에 4언 4구의 한시(漢詩) 형태로 번역되어 전하고 있다. 

훨훨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답구나
외로워라 이 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꼬

<황조가>는 두 후궁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유리왕의 애달픈 심정이 잘 녹아있는, 우리나라 최초(가장 오래된)의 서정시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그런데 유리의 여인들은 누구였는가? 벼 화(禾) 자 화희(禾姬)와 꿩 치(稚) 자 치희(稚姬)라는 두 여인이다. 농경 세력과 수렵 세력의 상징을 담고 있는 이름이다. 이중 떠난 여인이 치희였다. 그래서 일부 문학평론가들은 당시 역사 발전과정에서 수렵 세력이 농경 세력에 밀려 쇠퇴해 갔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보기도 한다.
유리는 자신의 취약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고, 재위 22년(서기 3) 겨울 10월에 국내(國內ㆍ통구)로 수도를 이전하고 위나암성을 쌓았다. 재위 37년인 서기 18년 10월에 사망했다. 아들 여섯을 두었는데, 첫째가 도절이고 둘째가 해명, 셋째가 제3대 왕이 되는 대무신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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