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돼지, 소크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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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돼지, 소크라테스
  • 김상진 기자
  • 승인 2020.03.25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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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상인, 귀농인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최근 인구 관련 취재를 하던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농촌에 오는 청년들은 실패를 경험한 친구들이 대부분입니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시골에는 ‘쭉정이’만 남아있다”라고 한 얘기가 떠올랐다. 내 이야기 같아 머리를 세게 맞은 거처럼 한동안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오랜 시간 답을 찾지 못하고 고민에 빠졌다. ‘맞는 말인 거 같다. 몇 번의 실패를 겪고 시도조차 두려워지며 자발적 쭉정이를 자처하며 순창에 내려온 거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무력감에 젖어 마음이 일어나지 못했다.
며칠 후 군내 한 카페가 위생등급제도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취재하러 갔다. 오다가다 ‘저 카페는 장사가 잘될까?’라는 괜한 의문이 들었던 카페다. 
내 생각과는 다르게 테이크아웃(포장) 해가는 손님이 많은 카페라고 한다. 사장님은 무려 14년간 서울에서 장사하고 고향인 순창에 내려왔단다. 순창에 온 이유를 물으니 “그냥 이곳이 편하다”라고 얘기하며 경영철학, 본인이 어떻게 이곳을 꾸렸는지,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어떤 행동까지 했는지에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거울에 보이던 쭉정이도, 드문드문 길에 보이던 쭉정이는 사라지고 민들레꽃이 피었다. 
처음 순창에 왔을 때는 목표와 내 인생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명확했다. 시간이 지나며 생각대로 살지 않고, 사는 대로 생각하며 안주하고 삶에 대한 열정을 뺏겼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라는 말이 있다. 질적 공리주의라는 철학을 펼친 19세기 철학자 존 스튜어 밀의 명언이다. 밀은 아버지와 벤담의 영향을 받아 공리주의를 믿었다. 공리주의는 선은 쾌락이고 고통은 악이며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쾌락을 주는 행위가 바람직하다고 믿는 사상이다. 
밀은 공리주의 사상에 더해 질적 공리주의 즉 쾌락의 가치를 질적으로 구분하고 위와 같은 말을 했다. 삶에 잠식당해 생각대로 살지 않고 사는 대로 생각할 때 나는 배부른 돼지와 다름이 없음을 깨달았다. 
4월 15일 총선까지 며칠 남지 않았다. 신문사 취재회의에서 기자들이 군민들에게 국회의원 당선자에게 바라는 소망을 물어 보도하기로 했다.
우선 읍내 상가를 방문해 상인들과 행인들에게 물었다. “할 말이 너무 많은데 말주변이 없어서…”라며 망설이는 주민부터 “관심 없다”며 단박에 거절하는 사람,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질려 투표도 안 할거다”는 사람도 있었다. 거절하는 사람 가운데는 자기 생각이 분명하지만, 신문기자에게 얘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정말 관심이 없어 보였다. 
관심 없다거나, 정치에 질려 투표를 안 한다는 사람을 보며 배부른 돼지가 생각난다. 먹고 사느라 바빠 관심이 없을 수는 있다. 하지만 선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내가 먹고사느라 바쁜 이 상황을 해결해줄 수 있는 티켓이다. 
코로나19 때문에 관심이 떨어지는 이번 선거지만 지금부터라 관심갖고 신경쓰면 좋겠다. 배부른 돼지가 아닌,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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