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택이어/ 속임수가 당장은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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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택이어/ 속임수가 당장은 좋지만
  • 정문섭 박사
  • 승인 2020.03.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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竭澤而漁 (다할 갈,연못 택,어조사 이, 고기잡을 어)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10

연못을 다 말리고 고기를 잡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온다.
박 회장은 사업실적이 부진한 조 사장을 내보내고 최 전무를 사장으로 앉혔다. 신임 최 사장은 박 회장이 원하던 대로 많은 이익을 안겨주었다. 최 사장이 다른 사장들보다 더 많은 상여금과 주식을 받았고 업무추진비도 많이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최 사장이 갑자기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직을 청하였을 때, 박 회장은 그간의 실적에 고마워하며 거액의 상여금을 주었고, 병원진단을 위해 미국에 간다기에 비행기 표까지 끊어 주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주요 모터가 고장이 난 며칠 후 제때에 납품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보고가 들어왔다. 신임 정 사장의 보고는 이러했다.
“회장님. 생산 라인의 설비들이 거의 다 망가져 있습니다. 3년 동안 다 마모될 때까지 그대로 쓰기만 하고 새로 갈아 끼우거나 고쳐 쓴 것이 거의 없네요. 다 뜯어 고치고 바꿔야 하는데…, 큰돈이 필요합니다. 제때 납품도 못하니 손실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사장자리에 앉혀 놓았더니 이놈이 자기 실속만 챙기고…, 왜 서둘러 이민을 갔는지 이제야 알다니. 아!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나를 이용했구나!
중국 춘추시대, 남방의 초가 송을 치므로 당시 중원의 맹주로 자처한 진(晉) 문공(文公)이 초를 응징한다며 군대를 모아 나섰다. 그러나 성복(城濮)에서 맞붙은 초의 군사력이 진보다 훨씬 많아서 이길 승산이 없었다. 그래서 문공이 무슨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 신하 호언(狐偃)에게 물었다. “초가 우리 병력보다 많으니 고민이 되오. 이길 방법이 없겠소?” “예절을 중시하는 자는 번거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움에 능한 자는 속임수 쓰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속임수를 한번 써 보십시오.” 나중에 문공은 호언의 말을 옹계(雍季)에게 들려주며 물었다. 옹계는 호언의 속임수 작전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별다른 뾰쪽한 수가 없어 이렇게 말했다. “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물고기를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다음 해에는 잡을 물고기가 없게 될 것이고, 산의 나무를 모두 불태워서 짐승들을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다음 해에는 잡을 짐승이 없게 될 것입니다. 속임수는 지금은 쓸 수 있지만 뒷날에는 다시 쓸 수 없을 것이니 장기적인 술책은 아닙니다.” 문공이 호언의 계책을 써 마침내 전쟁을 이겼다. 논공행상자리에서  그는 뜻밖에도 옹계를 호언의 앞에 놓았다. 신하들이 어리둥절해하자 그가 말했다. 
“옹계의 말은 백세의 이익이고, 호언의 말은 일시적인 방책이다. 어찌 일시적인 방책을 백세의 이익 앞에 놓을 수 있겠는가?” 이 성복대전의 승리를 계기로 문공은 명실공이 패자(覇者)의 지위를 확보하여 천하를 호령하게 되었고, 훗날 춘추오패(春秋五覇)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게 되었다.  
이 고사는 훗날 사람들에 의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먼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을 비유하는 성어가 되었고, 지도자들에게 임시방편보다 후일을 도모하는 영원한 국가관을 가지고 살아가야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한 지방의 시장으로 연임에 성공한 그와 통화가 되었다. “노파심일지 모르지만, 내 말 좀 들어봐. 남쪽지방의 한 군수가 다음 4년을 기약하기 위해 자기가 가동할 수 있는 예산을 주민들의 숙원사업에 집중하였더니 주민들이 좋아하며 또 찍어줘 연임이 되었지. 자신이 붙은 그는 더 많은 채권까지 발행해가며 여러 가지 눈에 잘 보이는 토목공사를 벌이고 그 업자로부터 뭔가를 챙겼지. 또 인사권을 최대한 이용하여 또 뭔가 챙겼다. 남는 것은 채권이라는 빚과 불공정 인사 관행이었다네. 이조시대 말기 삼정(三政)의 문란과 뭐가 다른가?” “이 친구, 난 절대 아냐. 걱정 붙들어 매시게. 비유를 해도 참.” 화가 난 짜증석인 말투로 전화를 끊었다. 몇 년 후, 그가 재판에서 4년 형을 받았다. 뇌물을 수뢰한 죄다. 그때 그가 좀 새겨들었더라면, 이처럼 뒤끝이 좋지는 않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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