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을 심판하자
상태바
거대 양당을 심판하자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0.04.01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공천 과정을 전달하는 단어들이 험악하다. 꼼수, 반칙, 편법, 후안무치, 요지경, 도박판, 개싸움… 선거 때마다 난장판 공천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번 선거보다 더 희한한 선거는 기억에 없다. 듣도 보도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3년전 ‘촛불을 들어 국정 농단 세력을 몰아낸 높은 정치의식’을 거대 양당이 노골적이고 파렴치한 행위로 결딴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그리고 그들의 위성정당은 자기 셈법대로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얕은수, 꼬닥수를 멈추지 않는다.
민주당과 민주자유당ㆍ신한국당ㆍ한나라당ㆍ새누리당ㆍ자유한국당ㆍ미래통합당은 이름을 바꿔가며 오랫동안 국민의 의사를 과잉 대표해왔다. 적대적 정당이면서도 대의제에서는 공조하며 오직 기득권 유지에 몰입해왔다. 노동자와 서민, 장애인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국회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막아왔다. 양당체제에서의 비민주성을 개혁하고, 민주주의 성숙을 열망하는 시민들은 유권자 지지의 비례성을 담보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개혁을 요구했다. 그러나 거대 야당은 애초부터 반대했고 소수 야당과 집권 여당의 연대는 깨질 듯 꺼질 듯 우여곡절을 거쳐 애초 취지가 크게 퇴색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했다. 통과했다.
어렵게 국회를 통과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은 누더기에 가깝다. 비례의석을 늘리지 않은 채, 30석만 연동시키는 매우 형식적이고 지극히 부족한 내용이다. 만족할 수 없지만, 다음 단계를 위한 발판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런데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이 비례정당(미래한국당) 창당을 선언하고 더불어민주당도 시간을 끌며 연막을 품어내다 ‘아닌 척하며 할 짓 다 하는’ 야바위꾼이 되었다. 거대 양당 모두 기득권 하나도 소수 정당에 떼어주기 싫어 의석 한 석이라도 더 긁어모으기 위해 혈안이다. 이들은 기득권 수호의 능력자들이다.
이번 선거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이 지원하는 위성 정당의 놀이터가 되었다. 서로가 상대를 향해 꼼수라고 비난하고, 자신은 정당방위라고 강변하지만, 결국엔 ‘오월동주’이다. 자기 정당 소속 의원 한 명이라도 더 제명해 위성 정당에 보내려는 경쟁을 벌이면서 오로지 국회 제1당 계산에 골몰한다. 선거를 양강 구도로 몰아붙이며 자기 위성 정당의 위력 키우기에 급급하다. 거대 양당과 위성 정당이 커질수록 소수 정당의 존재감은 작아진다. 선거법 개정에 ‘헌신’한 정의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호남 야당인 민생당 지지율이 바닥을 긴다. 거대 양당에 의해 선거판이 기형적으로 짜이면서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 장벽은 더 높아졌다. 
자당 지지층이 다른 선택을 하지 않으리라는 자만은 위성정당을 만들고 의원을 파견하여 세금(정당지원금)까지 도둑질하는 폭정으로 치닫는다. 반칙을 저질러도 커다란 역풍은 걱정할 것 없다면서 유권자를 얕잡아 본다. 미래통합당이야 사익 추구를 위해 염치를 내던진 이들이 많은 집단이지만, 촛불 시민의 지지로 집권한 더불어민주당까지 적폐 세력과 다를 바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을 보며 실망 넘어 절망이다. ‘진보’ ‘개혁’을 밥 먹듯 되뇌더니, 성소수자가 있다는 이유로 녹색당을 배제하고, 다루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정당들은 내치고, ‘친문ㆍ친조국’ 세력을 세워 비례 정당을 만들었다.
내 기억에 내가 투표해온 지난 40여년 동안, 양당은 ‘저들(상대당)이 제1당이 되면 나라 망한다’는 공포정치를 계속했다. 그러나 “제1당이 되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미래통합당이 180석을 얻거나, 더불어민주당이 홀로 180석을 얻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소수정당에 의원 몇명있다고 국회가 바뀌겠냐”며 냉소하지만,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의원 10석이 상가 임대차 보호, 무상급식, 산업재해 원청 처벌 강화를 주장해서 모두 정책이 된 사실을 기억한다. 그래서 쌈박질만 하는 국회가 보기 싫지만 투표해야 한다. 자기보다 조금만 더 수구적이고 부패한 정치 세력과 공존하는 정치에 맛 들인 민주당을 견제해야 한다. 촛불 시민의 힘으로 3년 전에 10%대까지 지지율이 추락했던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30% 넘는 지지율을 회복했다. 그것은 3년 동안 자유한국당과 다른 점을 보이지 못한 민주당 덕이다. 민주시민에게는 정치혐오와 냉소에 빠질 권리가 없다. 이번 총선에서 성숙한 정치의식을 보여주자. “우리의 냉소와 혐오는 ‘엔번방’이 뭔지도 모르고 김용균 씨가 중요하지 않고 ‘코로나19’조차 공포마케팅거리로 전락시키는 국회를 만들어낸다.” 꼭 투표하자. 거대 양당을 심판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순창 농부]순창군창업유통연구회 변수기 회장, 임하수 총무
  • 고창인 조합장 징역 2년 구형
  • 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정년퇴임
  • 순창읍 관북2마을 주민들 티비엔 '웰컴투 불로촌' 촬영
  • 선거구 획정안 확정 남원·순창·임실·장수
  • 순창시니어클럽 이호 관장 “노인 일자리 발굴 적극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