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노지말/ 막판에 힘이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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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노지말/ 막판에 힘이 빠져
  • 정문섭 박사
  • 승인 2020.04.1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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強弩之末 강노지말-(강할 강),(쇠뇌 노),(어조사 지),(끝 말)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11

《사기》 한장유열전(韓長孺列傳)에 나오며, 《한서(漢書)》 한안국전(韓安國傳)에도 나오는 고사성어다. 강한 쇠뇌로 쏜 화살의 끝 즉, 힘차게 쏜 화살도 마지막에는 힘이 떨어진다.

마라톤, 중학시절 ‘망고개’까지 왕복하는 4km를 달리던 때, 시작은 기세등등했지만, 반환점을 돈 후로 파김치가 되어 꼴찌 그룹에 섞여 들어 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 얻은 느낌은 ‘처음부터 너무 큰 욕심을 내면 안 되는구나’였다. 
이제 70을 바라보면서 내 인생의 마라톤은 어떠했는가? 가끔 이런 우(愚)를 범한 것들이 떠오르며 후회가 된다. 
한편, 우리 정치사를 돌아보면, 선거 때면 무슨 되지도 않는 달콤한 공약을 남발하여 국민을 현혹해 놓고, 당선되면 언제 그랬냐 하거나 현실에 안 맞느니 재정이 부족하다는 등 갖은 핑계를 대다가 연기하거나 폐기 수순에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러한 악습을 없애는 데 앞장서는 시민단체는 왜 없는가? ‘강노지말’하지 않도록 정말 나라와 다수 국민을 위한 공약인지,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정말 실천되었는지를 체계적으로 검증하고 감시하며 확인하는, 그리고 이 결과를 선거 전에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중립적인 그런 시민단체는 언제쯤이나 나타날 것인가.

중국은 춘추시대부터 흉노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북방의 나라들은 성을 쌓았고, 전국시대를 통일한 진시황은 만리장성을 축조했다.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여 한나라를 세웠지만, 북방의 이민족 흉노(匈奴)는 두려우면서도 귀찮은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한 초기에 흉노의 세력이 크므로 많은 물자를 주고 교역을 하며, 또 황실의 여자를 보내는 등 유화정책을 폈다. 그러나 한 무제는 이러한 굴욕외교를 타개하고 싶어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흉노족들이 사신을 파견하여 화친을 제의해 왔다. 흉노에 대하여 강경했던 왕회(王恢)는 화친을 반대하면서 무력으로 흉노를 완전히 정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제는 내심 그의 말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이때 어사대부 한안국(韓安國)이 한 발을 내밀며 말했다.
“저들이 화친을 제의해왔는데 우리 쪽에서 오히려 무력으로 치면 어찌되겠습니까? 그리고 항차 우리 군이 천 리 길을 원정하게 되면 아무리 강한 군사라 하더라도 막판에는 ‘아무리 강한 화살이라도 나중에는 맥을 못 추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될 것입니다. 토벌하기가 어려운 바에야 차라리 화친하는 것이 낫습니다.”
왕회의 논조를 이처럼 반박하니 많은 신하가 한상국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아직 강한 군사력을 갖추지 못한 무제도 할 수 없이 화친에 동의하였다. 
나중에 흉노의 변경 침입이 끊이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므로 무제는 더 참지 않고 강공정책으로 선회하였다. 흉노의 약점을 알아낸 무제는 위청과 곽거병에 명하여 대대적인 흉노토벌에 나서게 하여 마침내 북방의 근심을 덜었다.  
훗날 사람들은 한안국이 인용한 ‘강노지말, 역불능입노호(强弩之末, 力不能入魯縞, 힘찬 활에서 튕겨 나온 화살도 마지막에는 힘이 떨어져 노나라의 비단조차 구멍을 뚫지 못한다)’는 이 말을 ‘아무리 강한 것도 시간이 지나면 쇠약해진다’는 의미를 주는 성어로 사용하였다. 세력이 강하였던 것도 그 쇠퇴하는 시기에는 아무것도 해내지 못함을 비유한 말이다. 예를 들어, 지금 모든 게 풍족하다 하여 미래의 어려움에 대비하지 않으면 ‘강노지말’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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