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농부(3) 갓꽃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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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농부(3) 갓꽃 피다
  • 차은숙 글짓는농부
  • 승인 2020.04.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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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로 얼굴을 반 넘게 가린 사람들의 사정이 아무리 흉흉해도 자연은 생명의 기운이 넘실댄다. 경천에 핀 벚꽃 흩날리는 동안 논둑, 밭둑에는 봄맞이꽃 아른아른 피어올랐다. 너른 밭에서 보리도 쑥쑥 자란다. 그리고 갓꽃이 피었다.
고추밭 한옆이 노란 갓꽃으로 봄볕보다 환하다. 작년 고춧대를 자르고, 사이사이 무와 배추를 심고 그 옆에 한 두둑에 갓을 심었다. 김장하면서 무, 배추는 모두 뽑아 알뜰히 썼고, 넉넉하게 심은 갓은 반 넘게 그대로 두었다. 고춧대며 깻대가 쌓여 있고 바닥에는 검은 비닐 멀칭이며 고추를 묶었던 끈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날이 풀리면서 밭을 정리하고 밭 한 귀퉁이에서 겨울을 난 갓은 어찌나 싱싱한지 그대로 두었다. 
봄 밭을 만들기 위해 거름을 뿌리며 보니, 꽃대를 올린 갓에 꽃이 피었다. 갓꽃이 봄볕보다 환해서 걸음을 멈추고 한참 들여다보았다. ‘세상은 노란색이야!’라고 땅에 엎질러지듯 피어 있는 유채꽃밭은 흔하게 보았어도 갓꽃 핀 건 처음 보았다. 사실은 갓에 꽃이 핀다는 걸 몰랐다. 꽃을 보고서야 유채꽃하고 같은 종인가 하고 찾아보았다. 갓꽃과 유채꽃은 같은 십자화과 배추속에 속한다. 농사를 시작하고 식물들에 대해 얄팍하나마 공부하고 찾아보면서 스스로 얼마나 무지한지 알게 되었다. 
식물 종은 농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십자화과는 꽃 모양이 네 갈래의 십자 형태로 피는 채소들이다. 배추, 무, 브로콜리, 겨자, 자주 먹는 식자재지만 십자화과라는 것을 모르고도 당연하게 여겼다. 아이들이 쌀을 논에 있는 벼에 연결하지 못하는 것과 나 역시 비슷한 상태였다. 
믿기 어려운 것은 감자, 토마토, 고추, 담배가 같은 가지과라는 것이었다. 감자 친척(?)이 고구마면 몰라도 토마토라니? 게다가 담배는 또 뭐지? 식물이 같은 과라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밀접하다는 것인데 땅속 감자와 빨간색 토마토를 한 집안으로 만드는 건 꽃과 열매라고 한다.
감자, 가지, 고추가 꽃의 색깔과 크기는 다르지만, 모양은 거의 비슷하고 토마토와 가지의 단면도 비슷해서, 사진을 보면 바로 수긍하게 된다.
텃밭 채소와 토마토를 키우면서 식물들의 한살이를 만났다. 씨앗 하나가 싹을 틔우고 떡잎을 내고 잎이 커지고 줄기가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토마토꽃도 노랗다. 솜털이 보송한 작은 꽃봉오리가 생겼다가 벌어지면서 별꽃이 핀다. 방울토마토 꽃은 한두 개 피었다가 꽃대를 키워가며 계속 꽃봉오리를 만들고 새로운 꽃이 피어난다. 먼저 핀 꽃이 시득시득 시들면서 꽃이 지는가 싶으면 그 자리에 쌀알처럼 작은 연둣빛 열매가 달린다. 
한 해 밭농사를 시작하려면 갓꽃을 갈아엎어야 한다. 갓꽃이 피었던 자리에는 또 고추를 심을 테고, 고추 농사가 끝나면 무 배추가 자라겠지. 그리고 그 언저리 또 갓을 뿌리고, 겨울을 난 갓은 꽃대를 올리고 노란 봄볕을 뿌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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