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목소리 가득한 ‘적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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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목소리 가득한 ‘적성교회’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4.23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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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나눔ㆍ희망의 곳간이자 보루
뿌리 살아있는 공동체 만들고 싶어
▲적성면 마스크 무료 나눔 등 지역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적성교회 설상원 목사.
▲적성면 마스크 무료 나눔 등 지역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적성교회 설상원 목사.

적성면 고원리에는 적성교회가 있다. ‘예배가 삶이 되는 교회’를 꿈꾸는 적성교회는 지역에 단단히 뿌리 박고 있다.  교인 대부분이 어르신들이고, 유ㆍ초등 학생까지 신도 100여명과 21년째 설상원 목사가 일구고 있는 교회 공동체이다. 
지난 3월, 코로나19로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을 때 순창도 예외가 아니었다. 마스크를 구매하려고 농협에서, 우체국 영업 창구 앞에 긴 줄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때 적성교회에서 3주 동안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주었다. 마스크 한 장을 못 구해 종종거릴 때, 어떻게 나눌 생각을 했을까? 
“코로나 때문에 예배도 못 드리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암울함과 좌절감을 느끼던 중, 마을 어르신들이 마스크를 구하러 다니시는 모습을 보았어요. 걸음은 내가 더 빠른데… 싶더라고요. 작은 교회라 살림이 빠듯했지만 한 주간 마스크를 후원하기로 했어요. 따로 부탁하지 않았는데, 한 신도가 ‘이번 주에는 우리가 해볼게요’ 이어 다음 주에는 또 다른 가정이 이어 주셨어요. 마을 어르신들이 오셔서, 웃으며 고맙다고 손을 잡아주시는데, ‘아무리 암울해도 웃을 수 있구나!’하는 깨달음이 오더라고요.”
적성교회는 해마다 12월이면 지역에 깜짝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누고, 바지런히 성금을 낸다. 적성교회보다 어려운 교회를 지원하기도 하고, 남원의 한 교회에서 어려운 학생 수술비를 만들 때도 빠지지 않았다. 시골 작은 교회의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에 대해 설 목사는 “신앙 여부를 떠나 교회를 쳐다보는 이유가 있을 거예요. 우리 삶은 팍팍해도 정직, 나눔, 희망의 곳간이자 보루로 보시지요. 그런 바람 앞에 부끄럽지 않고자 합니다. 교회를 넘어 건강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게 교회의 의무지요.”

어린이 없는 농촌 교회,
아이들 생기가 공동체 탄력 있게해

적성교회에는 아이들 목소리가 크다. 
“농촌 주민의 고령화로 아이들이 없어요. 어린이들 존재가 더욱 소중한 이유죠. 교회에서 아이들이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도록 합니다. 예배 시간에 아이들에게 성경을 읽게 하고(봉독), 절기 기도 등 톡톡하게 한몫을 하게 합니다. 아이들 목소리와 생기가 공동체를 탄력 있게 만드니까요. 아이들 장학금도 일 년에 두 번 꼬박꼬박 챙깁니다. 신도들도 아이들 성장을 지켜보며 뿌듯해 하십니다.”
대학생인 강호(가명) 씨는 설 목사에게 든든한 신도이자 동지이다. 설 목사가 적성교회에 부임할 때 만난 강호 씨는 조손가정으로 가정적, 사회적 돌봄이 절실했던 학생이었다. 신도들과 함께 신발, 옷, 책 등을 구해주고 강호 씨를 돌봤다. 유독 공부를 열심히 하던 학생이라 학원도 보냈다. 학원에서도 학원비의 절반을 감해줬다. 교인 아닌 주민이 식비를 지원해주기도 했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강호 씨의 부담을 다소 나눠달라고 요청을 했더니, “어려우면 공장을 보내서 제가 벌어 가게 하지, 왜 목사가 나서는가?”라는 핀잔도 들었다. 설 목사는 더는 다른 곳에 손 벌리지 않는다. 
“‘너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있고, 후원하는 사람이 있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고, 나도 그 책임을 지고 싶다. 그것이 공동체가 아닌가” 설 목사가 그리는 공동체 그림이다. 

시골 작은 교회 목사지만 신도 많은 대형 교회가 부럽지 않다. “농촌 교회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것,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웠습니다. 함께 움직여주시고, 묵묵히 따라주시는 어르신들을 통해 예수의 순종과 겸손, 섬김에 대해 배웠습니다.”
그의 바람은 ‘더 좋은 목사가 되는 것’이다 “어려운 농촌의 교회일수록 좋은 목사가 있어야 한다. 그게 당신이면 좋겠다”라는 아내의 응원은 ‘더 좋은 목사’를 향한 설 목사의 소망에 풀무질했다. 더 공부해서 더 좋은 영적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2007년, 목회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또 하나 바람은 교회 재건축이다. 낡은 건물이라 누수 등 보수해도 너무 낡아 재건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설 목사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나무는 잎사귀가 말라도 뿌리만 살아있으면 기어코 잎을 피워내고, 열매를 맺지 않습니까? 뿌리가 살아있는 건강한 교회 공동체로 가꾸어 나갈 것입니다. 곧 잎이 피고 열매가 맺겠지요.”

▲코로나19로 가정예배를 하고 있는 적성교회 신도 가정. 현재는 엄격한 주의 속에 예배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정예배를 하고 있는 적성교회 신도 가정. 현재는 엄격한 주의 속에 예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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