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쉬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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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쉬렵니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0.04.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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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절대로 평등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하다.” 
미국 유명대학 교수가 한 말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미국과 유럽 여러 국가가 ‘한국식’ 코로나19 대응법을 모범 사례로 지목하고 배우기에 나섰다고 합니다. 우쭐하기보다, 코로나19 극복에 힘을 보태는 시민들의 크고 작은 나눔과 연대가 헛되지 않고, 삶이 위태로워진 서민들을 지탱해줄 안전망 확보와 불평등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가슴에 돌덩이 하나가 얹혀 있는 듯 답답합니다. <열린순창>을 창간하고 다음 주 5월 5일은 10주년 되는 날입니다. 편집인을 맡아 10년을 걸었습니다.
‘언론’이 무엇인지 제대로 공부한 적 없는데 ‘바른언론’이 되겠다며 지난주까지 498호를 만들었습니다. 언론의 책무를 제대로 했는지 되돌아봅니다. 독자들의 <열린순창>에 관한 평판과 신뢰가 궁금합니다. 지역 주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꼭 필요한 신문인지 생각하며 마음이 몹시 무겁습니다.
간혹, 아니 수시로 <열린순창>에 걸려오는 독자님의 전화에 노여움이 담겨 있습니다. 욕심 많은 이웃에 대한 짜증, 행정에 대한 섭섭함 그리고 <열린순창>에 대해 불만과 분노를 털어놓습니다. 그때마다 “오만한 취재, 균형 잃은 논조, 자의적인 기사 판단과 편집”은 아닌지 들춰보았습니다. 오만해진 언론과 기자 때문에 화난 독자가 없도록 다잡았습니다. 10년 전 다짐했던 ‘따뜻한 정직한 참신한’ 신문을 만들었나 자문하며 매우 부끄럽습니다.
열린순창주식회사는 영리 민간기업이지만 <열린순창> 발행은 공적 활동이니 무엇보다 윤리적이어야 합니다. 2010년 5월 5일 창간하면서 국내 손꼽히는 진보언론인 《한겨레》의 ‘윤리강령’과 ‘취재보도준칙’을 본떠 공포하며 실천을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그저 준칙일 뿐 조곤조곤하게 평가해 본 기억이 희미합니다. ‘만드는 것보다 실천이 중요’한 것은 만고의 진리이니, 원칙과 준칙을 제대로 지켜 독자님의 노여움을 삭히겠다고 또, 다짐해 봅니다.
오래 입은 옷처럼 익숙해진 ‘관행’에 취해 ‘강령과 준칙’을 실천하지 않았습니다. 행정이 써준 ‘기사형 보도자료’로 지면을 채웠습니다. 독자와 시민을 더 화나게 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우선 써먹기 좋고, 여러 신문이 함께 쓰는 자료라 일말의 가책보다는 ‘마감’을 핑계로 순간의 편안을 택했습니다. 
육하원칙(누가ㆍ언제ㆍ어디서ㆍ무엇을ㆍ어떻게ㆍ왜)을 강조하면서 ‘누가’라는 주인공 선택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보도의 주인공은 대부분 권력자이거나 가진 자들이었습니다. 겉으로는 ‘민주주의’와 ‘서민중시’를 내세우면서 시민(주민)을 주인공으로 삼기를 주저했습니다. ‘권력자냐 주민이냐는 권위주의 사회와 시민 민주주의 사회의 갈림길’이라고 되뇌면서 오랜 전통(?)의 ‘높은 사람 주인공, 가진 사람 주인공’을 떨쳐내지 않았습니다.
주어를 바꾸겠습니다. 주민이 지역사회 일상 속의 주권자(주인)임을 알리겠습니다. 국민은 관료 독재와 천민 자본가의 노복이 아닙니다. 국민이 선거 때만 잠시 주권자 대접을 받는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정경유착’보다 ‘정론직필’을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적극적으로 판단하되 근거가 무엇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 보도하게 되었는지 투명하게 밝히겠습니다.
<열린순창> 누리집에 적은 “땀 흘려 일하는 삶의 현장 속에서 그 진정과 그 열정과 그 성정을 알리는 ‘희망 전도사’가 되겠습니다. 열린 창을 더 활짝 열고 순창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같이 고민하고 함께 해결하는 ‘소중한 친구’가 되겠습니다.” 매주 마감할 때마다 읽고 또 읽고, 다짐하며 주민과 독자의 믿음과 사랑받는 지역신문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황금연휴와 창간기념일을 핑계로 한 주를 쉰다고 알리며 오랫동안 부끄럽고 송구한 마음을 여러 다짐으로 피해 보려다가 양심을 누르는 돌의 무게가 점점 불어납니다. 아프고 슬픈 사연을 외면하고, 진실을 찾는 소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힘들다’고 뇌까리며, 더 힘들고 억울한 사연을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다들 힘들지만 서로 말하고, 한걸음 쉬다가 어떻게 완주할지 같이 모색하자”고 청해야겠습니다. 부끄럽지만 <열린순창> 500호, 1000호, 1만호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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