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분다(27)/ 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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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분다(27)/ 오월
  • 선산곡
  • 승인 2020.04.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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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다. 

전과 달리 계절의 변화가 빨라졌다. 예전 같으면 사월의 끝자락에 벚꽃이 폈던 것을 기억한다. ‘사월이 가면 떠나갈 사람, 오월이 오면 울어야할 사람’. 노래 <사월이 가면>을 부르며 그 벚꽃 잎 휘날리는 윤무를 바라보았던 그때가 청춘이었던가. 그 시절이 엊그제 같다. 언제부턴가 벚꽃은 사월이 시작되면서부터 피기 시작했다. 계주하듯 피고 지던 꽃들의 개화질서가 무너진 지 이미 오래다. 다투어 핀 꽃들이 어찌 한 둘 이랴만 어쨌든 봄꽃이 져야 잎들은 핀다.

오만가지 색깔들이 함께 피어오르는 산 풍경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다. 곧 천지가 푸르러지겠지. 그 푸름은 절대 같은 푸름이 아니다. 비슷한 색의 물결들이지만 각기 다르다. 그 빛들이 장관을 이룰 것이다. 그러나 아직 더 기다려야한다. 한 사흘, 아니면 넉넉잡고 열흘이면 풍성해 질까. 지금 잎들은 피지만 아직은 녹황색에 가까운 새순들이다. 암록으로 가득하기 전까지의 순간은 불과 며칠인데 그 풍경을 놓치면 어떡하나 걱정이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심해질 때도 되었건만 이 조바심 여전하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과 오월의 신록. ‘잔잔한 슬픔의 카타르시스’라는 나만의 느낌이 있다. 오월이면 그 협주곡의 음표에 휩싸여야하는, 일종의 계절병이다. 이유 없이 가슴 서늘해지는 감상(感傷)에 빠지고 그 감상의 마디마디를 그 음표가 다지고 지나가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아주 오래 전, 먼 길 통근하면서 차 안에서 자주 들었던 음악이었다. 들을 때마다 우수(憂愁)의 흔들림이 있었고 투명한 잎사귀들이 물방울처럼 쏟아지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피아노 선율과 신록의 접목. 그 동일시(同一視)는 지워지지 않은 채 20여년의 세월을 넘겼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의 카덴차 중에 베토벤이 작곡한 게 있다. 협주곡에서 관현악이 멈추고 연주자가 즉흥으로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독주부분이 카덴차다. 작곡자들이 짧은 부분 여백을 주어 연주자의 마음대로 기량발휘를 해보라는 것이지만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0번의 카덴차를 베토벤이 작곡했다는 것은 신기하다. 모차르트 음악 중에 베토벤의 작곡이 끼어있는 셈이다. 처음엔 전부 모차르트가 작곡한 것으로 착각을 했다. 실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웬만한 연주자들이 베토벤의 카덴차를 연주한다. 그만큼 훌륭한 선율이기 때문이다. 최근 자주 듣는 조성진의 연주도 베토벤의 카덴차다. 훌륭한 연주다. 그의 연주를 듣다보면 오싹한 전율이 인다. 저 젊은 아티스트가 날 무섭게 하다니. 

어느새 오월. 
곧 아카시꽃이 필 것이다. 내 주민번호앞자리는 음력이 아닌 양력이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난 날을 정확히 호적에 올려 주셨다. 해마다 축복. 때 맞춰 그 무렵이면 아카시꽃도 만발한다. 계절의 변화가 빨라졌다지만 고맙게도 아카시꽃 만은 서둘러 피지 않는다. 이렇게 오월, 신록의 계절이면 잔잔하게 밀려오는 그리움에 몸살을 앓는다.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그 그리움이 서러움이라는 것에 몸살을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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