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56) 엄마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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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시한줄(56) 엄마마중
  • 조경훈 시인
  • 승인 2020.05.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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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그림 : 아원(兒園) 조경훈 시인ㆍ한국화가, 풍산 안곡 출신

엄마 마중 - 이태준

추워서 코가 새빨간 아가가 아장아장 전차 정류장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낑 하고 안전지대에 올라섰습니다. 이내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오?”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차장은 “땡땡”하면서 지나갔습니다. 또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오?”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이 차장도 “땡땡”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그 다음 전차가 또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오?” “오! 엄마를 기다리는 아가구나” 하고 이번 차장은 내려와서, “다칠라. 너희 엄마 오시도록 한 군데만 가만히 섰거라. 응?”
하고 갔습니다. 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꼼짝 안하고, 전차가 와도 다시는 묻지도 않고 코만 새빨개서 가만히 서 있습니다. <1938>

 

 

 

 

 

 

 

 

지게꾼과 나비 - 신영승

할아버지 지고 가는 나뭇지게에
활짠 핀 진달래가 꽂혔습니다.
어디서 나왔는지 노랑나비가 
지게를 따라서 날아갑니다.
뽀얀 먼지 속으로 노랑나비가
너울너울 춤을 추며 따라갑니다.

 

롱펠로의 시에 <화살의 노래>라는 시가 있다. 활을 쏘고 노래를 불렀지만 화살은 어디에 떨어졌는지 찾을 수 없고, 불러 보낸 노래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한 세월이 지난 훗날 커다란 참나무 아래 그 화살은 떨어져 있었고, 그 노래는 그곳 사람들 가슴에 담겨 부르고 있었다했다. 문인들이 글을 쓰고 시를 쓰는 이유도 먼 훗날 내가 쓴 말이 오래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면서 쓰고 있을 것이다.
여기 올린 이태준 작가의 <엄마 마중>은 오래오래 우리들 가슴에 남는 여운을 갖고 있다. 그것은 무엇인가, 누구인가를 우리는 기다리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기다리면 언제인가는 온다는 믿음이다. 이 짧은 동화가 발표된 시기는 1938년, 일제강점기 때이다. 그럼 이 작가는 그 어린아이를 통해서 누구를, 어떤 것을 포기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기다리게 했던가? 많은 사람은 작가의 어머니는 아홉 살 때 돌아가셨으니 우리나라의 해방의 날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엄마 안 오?” 그렇게 기다리던 해방은 이 글이 발표된 후 7년만에 왔다. 그럼 지금도 그 소녀가 그 자리에 서 있다면, 무엇을 아니 누구를 기다리고 있을까? ‘지게꾼과 나비’라는 시는 초등학교 어린이가 쓴 시로 1953년쯤 교과서에서 읽은 시로 나에게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시다. 할아버지 지게에 꽂혀있는 진달래를 따라가는 나비, 여러 의미를 담고 있겠지만, 나는 지금도 나비가 되어 그 진달래꽃을 따라가고 있다.

■ 이태준 1904~1969 강원도 철원 태생
소설가. 초장기에는 주로 짧은 동화. 슬퍼하는 나무 등 여러 편의 동화를 발표했다
.

글ㆍ그림 : 아원(兒園) 조경훈 시인ㆍ한국화가, 풍산 안곡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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