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자를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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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기자를 하고 있을까
  • 조재웅 기자
  • 승인 2020.05.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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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기자를 하고 있을까?’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다. 쉽고 명확하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서른 살 언저리까지 특별한 직업도 없었고, 그저 부모 등에 기대 살다가 서른두 살에야 <열린순창>에 입사했다. 현재는 가정을 이루고 나이는 마흔이 되었다.
보통 기자를 한다고 하면 글을 잘 쓰고, 아는 것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생각했다. 글이라고는 초등학교 방학숙제로 일기나 독후감을 몇 번 써봤을 뿐이고, 읽은 책이라고는 만화책 밖에 없었다. 학창시절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기자를 할 것이라고는 <열린순창>에 입사하기 전까지 꿈에서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그냥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해 현재도 배워가며 하고 있다. 
어쨌든 기자를 시작해 많은 일을 겪고,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며 8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사무실에서는 직원 가운데 최고참이 되었고, 그만큼 더 생각하고 해야 할 것들은 늘어났는데, 오히려 타성에 빠져 생각과 행동은 더 줄어들고 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취재는 얕아지고, 기사는 속 빈 강정이 되어간다. 한편으로는 이제 그만하려는 핑계를 찾기 위해 ‘나는 왜 기자를 하고 있을까?’라는 물음을 스스로 계속 던지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한다.
그런데 쉽게 그만두지도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만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만두면 안 된다는 생각이 더 강해지는 것 같다. 기자로서 이뤄낸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더 그만둘 수 없는 것 같다. 꼭 무언가를 이루려는 생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이대로 그만두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고민하면서도 그만두자는 결론에는 도달하지 않는 것 같다.
문제는 ‘왜 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그만두지도 못하는 상태가 길어지면 결국 그토록 벗어나자고 다짐했던 ‘기레기’가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이다. 기관의 보도자료만 가져다 아무런 필터 없이 오타까지도 신문에 그대로 실어버리는, 오히려 없는 것이 나은 기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문득 처음으로 ‘제대로 해보자’라고 마음먹었던 서른두 살 여름 즈음이 떠올랐다. 선배 기자를 따라 취재를 나가고, 선배 기자가 쓴 기사들을 보며 ‘불합리한 것들을 바로잡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지금 와서 보니 그 당시 느꼈던 불합리함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불합리한 것들을 보는 눈은 넓어졌지만 ‘힘들다’, ‘지인이다’ 등의 갖가지 핑계로 스스로 눈을 돌린 경우가 더 많았다. 스스로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왜’라는 물음에 답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초심을 잃지 말자” 흔히 하는 말이지만 쉽게 하지 못하는 일. 그럼에도 끝없이 추구해야 하는 마음자세. 결국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은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답을 외면하느라 계속된 질문은 아니었을까.
‘나는 왜 기자를 하고 있을까?’
“불합리한 것들을 바로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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