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논의 개구리 울음 ‘와, 길-다. 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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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논의 개구리 울음 ‘와, 길-다. 와, 길-다’
  • 열린순창차은숙(글 짓는 농부)
  • 승인 2020.05.20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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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벌써 초여름 날씨다.
우리 동네 용내뜰, 논 웅덩이에서 올챙이를 본 게 한 달 가까이. 그때는 논갈이를 언제 하나 싶게 태평이더니, 몇 주 사이 물을 대고 논 갈고 써레질을 하고 모내기까지 마친 논이, 하나 둘 늘어간다. 
그래도 아직은 무논의 풍경이 많다. 오월의 무논에는 온 마을이 목욕한다. 녹슨 함석지붕이며, 오래된 빈집과 빨간 벽돌집, 새로 지은 전원주택도 한탕에 들어가 앉았다. 전봇대며 트랙터까지. 당산나무도 그 큰 머리채를 감는다. 하늘이며 산은 진즉 들어앉았고 바람은 써레질로 바쁘다.
밤에는 그래도 쌀랑하다. 겉옷을 하나 걸치고 개구리울음을 들으러 용내뜰을 한 바퀴 돈다. 개구리 소리를 들으면 “개구리들이 달달 울음을 볶는다”는 김륭의 동시가 생각난다. 오월 무논은 시인에게는 중국집 같고 개구리들이 울음으로 볶음밥을 만드는 주방이다. 그 주방에서는 달빛도 별빛도 와글와글, 와글 끓어오른단다. 
그 밤 어떤 개구리는 찔레꽃 향기가 하도 슬퍼 울 테고,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하는 일생 최대(?)의 고민이 깊어지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사랑 찾아 숨을 멎을 듯 울음 운다.
“와, 길-다. 와, 길-다”
내게는 요즘 개구리 우는 소리가 이렇게 들리는 것 같다. 일찍 날이 밝아 여섯 시가 되기 전 일을 시작해야 하니 하루가 참 길기 때문이다. 긴 하루를 마치고 듣는 개구리 울음소리라서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거다.
방울토마토 하우스 우리 집은 할 일 천지다. 
토마토를 키우는 일은 곁순을 따는 일이다. 곁순은 모종을 옮길 때부터 보이기 시작해서 순 지르기를 하고 열매를 모두 수확할 때까지도 보인다. 
곁순은 힘이 세다. 잎이 돋아나는 곳마다 나고, 따고 난 뒤에도 또 올라온다. 그래서 따고 또 딴다. 손으로 똑똑 따내면 된다. 물론 어릴 때다. 곁순에도 잎이 나고 줄기도 튼실해져 곁가지 자라나면 쉽게 잘리지 않는다. 더 오래 두면 원래 줄기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가 된다. 그러니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제때를 맞추지 못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곁순 따기는 반복이다. 하우스 첫 동의 맨 첫 줄을 시작으로 끝동 마지막 줄로 갔다가 다시 첫 동으로 돌아오면 곁순이 또 창궐(?)을 하셨다! 수확 전까지는 곁순을 따느라 토마토 나무 하나하나를 만지다 보니, 토마토와 함께 무엇이든 듣는다. 시사 라디오, 과학 팟캐스트, 세바시 강연, 더러는 ‘즉문즉설’, 더 많이는 오디오북으로 소설을 듣는다. 어떤 녀석은 소설 토마토, 어떤 녀석은 시사 토마토가 되는 것이다. 가끔은 우주 토마토도 있다. 
아무튼, 그렇게 이것저것 듣는 사이 토마토는 익어간다. 그러면 순지르기를 한다. 더 이상 자라지 말라고 원줄기의 성장점을 잘라내는 것이다. 더 많이 키우고 더 많이 따겠다고 욕심을 부리다가는 힘만 들고 제대로 농사가 안 된다고. 
농사 첫해는 순지르기는 시기를 망설였다. 욕심이 조금, 부족한 경험, 모름, 그런 이유들이었다. 제때 순지르기를 못 하고 날씨가 점점 더워지니까 곁순 따기도 놓쳤었다. 울울창창. 

농사의 제때를 놓치지 않으려, ‘와-길다, 와-길-다’ 개구리 소리를 듣는다. 그래도 밤이 오면 와글와글 개구리울음을 볶는 동시를 생각하는 동네 한 바퀴를 하고, 달밤에 희끄무레한 찔레꽃 향기도 맡는다. 소리쟁이 씨앗이 익어가는 것처럼 나도 ‘동시’ 하나를 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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