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가, 우애ㆍ환대 공간으로 ‘변신’
상태바
흉가, 우애ㆍ환대 공간으로 ‘변신’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5.20 16:1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림 운향마을
다 쓰러진 집, 귀농 선ㆍ후배 우정으로 새단장
노임 아끼느라 아내 손 빌려 ‘사고없어 고맙죠’
▲철거가 예정돼 있던 옛집 모습.
▲새단장된 운항 귀농인의 집. 
▲공사 이전 모습.
▲집 전체를 손봐 새집과 같다.

순창에 명물로 손꼽는 강천산 가는 길을 따라가다 강천산 입구를 지나 몇 고비 오르막 길을 돌아 월정저수지를 보며 올라가면 눈이 시원하게 트이면서 구림면 운항마을이 보인다. 비가 오락가락해서인지 산안개 속에서 신선이 나와도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신비스러운 광경이 펼쳐졌다. 새집 자랑을 위해 나온 주민들을 따라가니, 마을회관 뒤, 여분산에 사뿐히 들어앉은 작은 집이 눈에 띈다. 작고 아담해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린다. 석축을 새로 쌓고 지붕도 번듯한 말끔한 집이다.
“저 집이 저승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난 집이야” 차건희(82) 노인회장이 집 소개를 재미있게 한다. 심용섭(61) 이장이 덧붙인다. “하도 낡고 오래되어 수리도 불가능하고, 마을 경관까지 해치니까 헐기로 다 이야기돼서 철거만 기다리는 집이었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제가 사인을 안 했어요. 어쩐지 걸리더라고요. 고인 벌초도 마을에서 해드려야 하는데, 고인에게도, 동네 입장에서도 집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어요.”
이 집은 작고하신 갑동 어르신이 땅 900평과 함께 마을에 희사한 것으로 철거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그때만 해도 이렇게 변신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마을 분위기가 확 달라졌지요.” 마을 주민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게, 이 집의 변신이 ‘신통방통’한 듯하다. 
귀농인의 집 지원 예산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집을 수리해서 귀농할 사람을 들이기로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일은 이장 몫이었다. 
“워낙 우리 마을에 귀농귀촌인이 많고, 주민들하고 어울리며 살아서 주민들이 쉽게 마음을 모아주셨어요.”
운항마을은 군에서 귀농귀촌 우수마을로 표창받은 마을이다. 그때 받은 상금으로 마을 길을 닦는 등 잘 사용해 마을 분위기가 밝아지고, 편리해졌다. 전체 34가구에 귀농귀촌인이 몇 가구냐는 질문에 이장은 고개를 갸웃한다. 
“이제는 누가 원주민이고, 누가 이사왔는지 몰라요. 다 오래되고 섞여서... 아무튼 반도 넘지요.” 
문제는 예산이었다. 집이 많이 낡았고, 석축도 무너지고 지붕도 내려앉아 쉽게 손 댈 상황이 아니었다. 지원되는 예산은 주택 내부 수리 용도로 2000만원 뿐이다. 이때 귀농귀촌협의회 감사인 권태옥(70) 씨와 심 이장이 강중선(59ㆍ미성인테리어) 씨에게 집을 보이고 수리를 부탁했다. 
“나도 건설업을 해서 잘 알지요. 내부만 수리해서 될 집이 아니에요. 2000만원은 택도 없어요. 부탁하면서 미안했지요. 그래도 어떡해요. 마을에 폐가를 그냥 둘 수도 없고 …”
구림면에 살며 귀농귀촌협의회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 집수리에 재능봉사를 해오던 강 씨는 흔쾌히 수락했단다.
“저도 귀촌한지 1년7개월입니다. 선배님들 덕분에 이제 자리를 잡아갑니다. 귀농귀촌 후배들이 잘 정착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결정했지요.”
집수리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서까래도 썩어있고 지붕도 내려앉아 가슴 쓸어내린 순간이 많았다. 귀농인의집 수리 지원금은 선불되지 않아 강씨가 빚을 내 진행해야 했다. 인건비 줄이느라 아내 손도 빌렸다. 각 파이프를 다시 짜 올리고, 정화조ㆍ보일러도 새로 놓았다. 석축 쌓고 집 울타리ㆍ지붕을 새로 올렸다. 창틀도 짜넣고, 시골집에 잘없는 현관문도 만들었다. “그저 사고 없이 공사한 게 감사하지요.”
다 쓰러져 가던 집은 마을을 생각하고 우정을 나누는 마음들 덕분에 우애와 환대의 공간으로 변신했다. ‘순창 우애와 환대의 집’ 1호다. 2호, 3호… 이런 공간이 늘어나기를, 농촌 마을에 더는 흉가가 느는 일이 멈추기 바라는 마음이 오롯이 담겼다. 이제는 살 사람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진짜 마을에서 살 사람이 왔으면 해요. 주소만 두고, 돈 있다, 도시에서 뭐 했다 하면서, 일하는 마을 사람들 맥 풀리게 하는 사람만 아니면 되지요. 마을에 살면서 텃밭이라도 열심히 가꾸고 재미나게 살고 싶은 사람이 왔으면 해요.” 
“우리 마을은 귀농귀촌인들이랑 마음이 잘 맞아서 누가 오든 잘해 줄 거예요.”
귀농귀촌인과 선주민이 너나 없이 어울려 사는 운항 마을 사람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 이 사업은 귀농인의 집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빈집을 7년간 귀농귀촌협의회에 위탁하는 조건으로 수리비용 2000만원 한도로 지원해 귀농인이 1년 동안 임시거주하며 귀농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군에는 귀농인의 집 40여 채가 있다. 올해 두 곳 수리를 완료하고 세 곳은 공사 중이다. 이 사업에 참여할 빈집 수리신청은 읍ㆍ면 산업계로 문의하면 된다. 

▲귀농인의 집 완공에 기뻐하는 차건희, 심용섭, 강중선 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강철 2020-05-22 10:35:00
구림면 운항 마을 화이팅~!!!
한번 구경가봐야겠네요^^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
  • 순창군청 여자 소프트테니스팀 ‘리코’, 회장기 단식 우승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