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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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없다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5.2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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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에 있는 작은 가게를 취재하러 한 면소재지를 갔다. 면소재지에는 작은 가게 하나, 식당 하나, 방앗간 하나, 그리고 농협하나로 마트가 다였다. 그나마 식당은 ‘하는 날은 하고, 안 하는 날은 안하’고 있었다. 가게 주인은 “가게 아니여, 담배만 팔아.” 하신다. 선반에 물건은 거의 없고 냉장고에도 물과 음료수뿐이다. 가게에는 둥그런 탁자에 어르신 세 분이서 맥주를 한 잔 하고 계셨다. 김치 한 소배기와 멸치를 내놓은 주인은 “농사철이라 논에 갔다 와서 한 잔 하시는 거여. 남은 술 있는 거 드렸어. 한 달에 한 번이나 모이시나. 마지막 남은 술 드렸어.”하신다. 40년 가까이 해오던 가게는 이제 담배만 남게 된다. 
“담배도 안 팔려. 끊어 불고. 이제 그만둬 버릴라고. 사람이 없어. 사람이.”
기본소득 취재를 위해 장에서 만난 어르신들도 이야기의 끝은 ‘사람이 없어. 맨 할배, 할매들’로 끝날 때가 많다. 두 분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본다. 
“그렇게 아파트를 지어대는데, 아파트는 늘고 사람은 없어. 어떻게 된 거시여.” 
“차만 있고 사람은 없어.” 
“껍데기만 남고, 알맹이는 가불고.”
두 분은 만담하시듯 하다가 쓸쓸하게 웃으셨다. 7, 80년대 급격한 출산율 저하를 겪은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저출산 현상에 대응한 나라로 꼽힌다. 스웨덴은 저출산에 대응해 단순히 보조금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보육과 여성의 노동참여정책 및 성평등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세계 처음으로 남성 휴직제를 도입했고 2016년에는 남성 의무육아휴직 기간을 여성과 같은 90일로 확대했다.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추가 수당을 주는 방식으로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했다. 또 여성이 출산으로 직장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에는 성평등 노력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스웨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성 고용률 2위이고, 장관 22명 중 12명이 여성이다. 특히 2014년에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스웨덴은 이에 대응해 노인의 경제활동 적극 장려하기 위해 근로소득세 일부 면제정책, 이민자 포용 정책을 적극 펼쳤다. 스웨덴으로 이주한 스웨덴대사관 박현정 공공외교실장의 책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는, “스웨덴은 출산장려 정책이 없다. 그냥 사회복지보장 제도 안의 가족정책이자 노동정책이다.”고 말한다. 스웨덴 시스템의 핵심은 '평등' 정신이다. 특히 여성들이 남성들과 정치적 사회적으로 동등한 기회와 보상을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두 번째 특징은 ‘사회적 합의’에 공을 들인다는 것이다.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따로 인구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안정된 사회보장 제도와 안정된 합의문화, 성평등 문화와 시스템 정착에 공을 들인 결과라는 것이다. 주민의 말대로라면, ‘껍데기와 알맹이가 따로 있는 정책’이 아니라 모두 ‘알맹이’로 존중받는 정책이다. 
순창은 2019년 귀농귀촌, 일자리창출, 출산, 보육, 환경조성, 여성친화, 정주여건 개선 등 인구 관련 정책에 총 184억9900만 원의 예산을 썼다. 전체 예산 4%를 훌쩍 넘는다. 2020년 4월 현재 순창군 인구는 2만8124명이다. 5년 전 2만9439명과 비교하면 1315명이 줄었다. 순창의 인구정책을 다시금 들여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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