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57) 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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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시한줄(57) 낙화
  • 조경훈 시인
  • 승인 2020.05.27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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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그림 : 아원(兒園) 조경훈(1939~ ) 풍산 안곡 출생
· 중앙대 예술대 문창과, 미술과 졸업. 2001년 문학21로 등단
· 시집 : 섬진강에 보내는 편지 외 다수 · 현 한국예조문학회장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 시를 독자들이 많이 애송하는 이유는 어떤 까닭일까?
우리가 산다는 것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선에 있다 할 것인데 어쩌면 만남보다는 이별이 더 슬프고 애절하기 때문은 아닐지...
이 시는 인생론적인 의미와 더불어 삶의 의지를 스스로 다스려 가는 독특한 멋의 품격을 갖추면서 그 속에서 상생하는 모든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많은 언어로 속삭이듯 말해주고 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라고 했다. 결국은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결별을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라고 하였으니 그 이유는 꽃이 져야 열매가 맺는다는 것이고 석별의 만찬을 끝내야 새로운 내일이 온다는 것이다.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으로 말 맺음 하면서 사랑하기 때문에 이별하면서 그리고 다시 샘터에 물고이듯 성숙된 슬픈 눈으로 다시 오는 새 세상을 맞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이 시는 이형기 시인의 초기 작품이다. 후기에는 형이상학적인 세계를 지향하여 즉물적이고 내재적인 시를 남기셨다.

■ 이형기(1933~2005) 경남 진주 출생. 고교 시절에 (1949) 문예지 추천으로 문단에 나옴. 시집으로는 《적막강산》, 《돌베개의 새》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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