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분다(29)/ 지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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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분다(29)/ 지금2
  • 선산곡
  • 승인 2020.06.0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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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 놓인 가전품 하나를 치우자 벽면공간이 넓어졌다. 그 한쪽 벽에 걸린 소형을 떼어내고 좀 더 큰 스크린으로 바꾸어 달았다. 프로젝터 투사거리가 길어졌으니 이젠 좀 더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극장만은 못해도 그래도 원하는 영화를 집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래도 가끔 극장을 갔던 이유는 음향 때문이었다. 방음장치가 충분하지 못한 보통의 집에서 극장만큼의 입체음향을 재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한 달에 두어 번씩 극장가는 일이 우리 집 가족행사였다. 극장까지 걷기, 티켓을 구입한 뒤 커피 마시기, 입장을 기다리며 나누던 대화. 그 시간의 여유를 즐기는 것이 정해진 코스였다. 벌써 몇 달째 삶의 중요부분이었던 그 행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엊그제 새로 끼운 샤워기헤드를 또 바꾸어야할 것 같다. 재주 있는 사람의 발명품인 듯 물의 세기가 이만저만 강한 게 아니다. 그런데 그 물줄기가 수평에 가깝게 머리 위로 날아가는 점이 문제다. 헤드걸이에서 사선으로 물이 떨어지지 않으니 한 손으로 들고 씻어야만 한다. 이 앞에 산 국폐(國弊)만 끼치는 나라에서 만든 제품은 물줄기가 힘이 없었다. 국산으로 고집하여 다시 산 것이 이젠 너무 강성(?)인 것이다. 이래저래 철물점에 가야할 일이 또 생겼다. 최근에 샤워기헤드는 물론, 수도꼭지, 선풍기날개, 고무호스, 장석 등을 사기 위해 들락거린 어느 철물점이 이제 단골이 돼버렸다.
“그 음악 제목이 뭡니까?”
제목? 통화를 끝낸 나에게 곁에 있던 누군가 물었다. 전화가 왔을 때 울리는 음악을 묻는 것 같다. ‘장 필립 라모의 <야만인의 춤>’이라고 말해 줬더니 고개 한 번 갸웃하고 그냥 넘어간다. 묻지를 말던지. 
휴대전화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심었던 음은 <카니발의 아침>, <라 마리자>, <화양연화(花樣年華)>, 그리고 지금 <야만인의 춤>이다. 20여 년 동안 네 번 바꾸었는데 지금 것 빼고 <화양연화>가 3년 정도로 가장 짧았다.
아내의 전화기에선 ‘변덕스런 나일강’이 울린다. 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고등학생들이었던 5인조 ‘첸테이스악단’이 발표한, 어렸을 때 꽤 즐겨들었던 음악이었다. 내가 선택해 줬지만 ‘변덕’의 뉘앙스를 아내에게 덧씌운 것은 아니다. 그냥 경쾌한 추억의 경음악일 뿐이다.

코로나19 난국(難局)에 몸 건강에 유의하라는 엽서 한 장 보냈더니 답장 대신 전화가 왔다. 그 옛날의 감회 때문에 편지를 받자마자 눈물이 나왔다며 한다는 말이 뜻밖이었다. 
“형님. 한 달에 한 번 씩만 편지 써 줘요. 응? 응?”
떼쓰듯 하면서도 숫제 사정이어서 그러마고 대답했다. 곧바로 카카오톡 사진이 한 장 날라 왔다. 내가 보낸 엽서를 들고 인증 샷으로 찍은 사진. 어떻게 찍었는지 글씨가 거꾸로 보인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곧바로 답이 왔다.
-거울을 앞에 놓고 읽으면 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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