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불이/ 죽어야 마땅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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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불이/ 죽어야 마땅하니
  • 정문섭 박사
  • 승인 2020.06.03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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誓死不二 (맹세할 서, 죽을 사, 아닐 불, 두 이)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 213

《사기》순리(循吏) 열전에 나온다. 맹세(서약)와 죽음은 다르지 않다
남부 해안가가 고향인 ㅎ는 어려운 사시(司試)를 거쳐 검사가 되었다. 중견간부가 된 그에게 어느 날, 한 유력정치인이 깊이 관련된 뇌물사건이 주어졌다. 그런데 도저히 거역할 수 없는 한 윗선의 말이 대쪽 같은 기개를 가진, 원칙과 소신으로 살아온 그를 번민에 빠지게 하였다. 더구나 상명하복이 일상이며 전통인 그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찌해야 하는지는 불문가지였던 시대였다. 
필자가 ‘서사불이’의 고사를 들려주며 물었다. “과연, 자네도 이 이리(李離)처럼 자신을 던질 용기가 있는가?”
“아∼,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군. 정말이지 난 그런 관리를 난 존경하고 그리하겠다고 다짐해왔는데∼, 막상 그리하려니 부모님이 떠오르고 아내와 자식들이 눈에 걸리는군.”
하지만 그는 마침내 소신대로 일을 처리하고는 홀연히 변호사로 전직하였다. 나중에 동기 ㄱ이 검찰의 수장이 되었다는 뉴스를 보며 말했다.
“아! 이 친구 그 자리까지 오르기까지 이 정권 저 정권 눈치 보느라 그간 얼마나 많은 가슴앓이를 했을까? 이 친구가 마침내 높아지긴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영혼이 없던 20년을 후회하며, 큰맘 먹고 이리와 같은 기개를 갖고 일을 해나간다면…, 난 정말 그를 존경할 거네.”
중국 춘추시대 이리(李離)는 진(晋) 문공(文公)의 옥관(獄官)이었다. 그는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며 지위고하 막론하고 규정에 따라 똑같이 죄를 따지고 벌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리는 한 사건기록을 살피다 부하의 보고만 믿고 자신이 잘못 판결하여 무고한 사람을 처형한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스스로 옥에 갇혀 처형을 받으려고 하였다. 그러자 문공이 말했다.
“관에는 상하 구별이 있고 벌에는 경중이 있소. 하급 관리에게 잘못이 있다고 하여 꼭 그것이 그대의 죄라고 말할 수는 없소.”
“저는 관직의 장으로 있은 지 오래되었습니다만, 부하의 관리에게 자리를 양보한 일도 없고 또 많은 봉록을 받았지만 부하 관리에게 그 이익을 나누어 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판결을 잘못 내려 사람을 죽이고 그 죄를 부하 관리에게 떠넘긴다는 것은 일찍이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이리는 기어이 사퇴하고 문공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그대는 스스로 죄가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에게도 죄가 있는 것이 아니겠소?”
“옥관에게는 옥관으로서의 지켜야 할 법이 있습니다. 형벌을 잘못 내렸으면 스스로 형벌을 받아야 합니다. 군공께서는 제가 능히 미묘한 것까지 심리하여 의혹을 풀 수 있을 것으로 여겼기에 저를 법관으로 임명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잘못 판결한 죄는 저의 죄이며, 무고한 사람을 사형시킨 저 자신도 사형되어야 마땅합니다(失刑則刑, 失死則死).” 
이리는 결국 문공의 명령을 듣지 않고 칼에 엎드려 죽었다.
자신이 잘못 내린 판결로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 이 이야기는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한다. 나의 안일과 그 조그마한 사회적 출세를 위해 영혼을 버리고 얼마나 곡학아세(曲學阿世)했던가 말이다. 나만은 아닐 것이다. 
이 성어는 의지가 결연하여 죽어도 굽히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사실, 사람들이 바른말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것은 남을 판단하는 일일 것이다. 즉, 자기도 완전하지 못하면서 남을 판단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남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르는 재판에 관여하는 법조계 사람일수록 이 성어의 의미는 남다르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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