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본소득 ‘한 달’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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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기본소득 ‘한 달’ 어땠나요?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6.0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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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비상시기에 가장 적극적인 ‘방역’
재래시장ㆍ소상인ㆍ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지난달 26일 읍내 장날 모습. 

순창에서도 유례없는 기본소득 실험을 했다. 모든 주민에게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했다. 코로나19 심각성과 절박성이 이 실험을 가능하게 했다. 순창군재난기본소득은 4월 17일 시행한 순창군재난기본소득지원조례에 의해 예산 28억5000만원을 세워 4월 20일부터 지급했다. 현재 재난기본소득 지급률은 97.6%이다. 재난기본소득 시행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재난기본소득의 목적인 ‘순창군민의 생활 안정과 사회적 기본권 보장 및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적에 이바지했는지 주민들을 만나 물어보았다. 
많은 주민들이 1인당 10만원 재난기본소득을 이미 쓴 상황이었다. 지급 초기에는 ‘사용기한이 짧다’라는 의견이 나왔는데 의외의 답변이었다. 대부분 긴급한 생활비로 사용했다. 
병원비로 쓴 주민도 많았다. 조택중(84ㆍ구림)씨는 고장난 보일러를 고쳤다. “코로나로 일을 중단하고 있을 때라. 생활에 보탬이 됐다. 서비스업을 하고 있었는데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 식비로 썼다.” 신동자(50ㆍ순창읍) 씨 등, 재난기본소득 목표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대답들이었다. “손소독제, 마스크 사는 데 썼습니다. 평소에 쓰지 않던 돈이라 부담이 되었거든요.” 손태국(35ㆍ순창읍)씨의 답변은 조례의 목적인 ‘생활 안정과 사회적 기본권 보장’이 코로나19 비상시기에 가장 적극적인 방역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미뤘던 소비를 재난기본소득으로 사용한 예도 있었다. 최아무개(72ㆍ유등) 씨는 예취기를 샀다. “아저씨(남편) 이빨(임플란트) 하는 데 보태야 해. 내 돈이 더 들어가.” 임성남(70ㆍ유등 건곡) 씨 등이 그랬다. “밥솥이 고장나서 살라했는데, 못 샀어. 이것저것 쓰느라. 이번에 정부에서 돈 나온다니, 그걸로 사야지.” 박아무개(72ㆍ유등 건곡) 씨는 ‘정부재난지원금’을 기대했다.
소비가 이루어진 곳은 주로 시장과 식당 등 소상인에게 쓰였다. 지난달 26일 찾은 순창읍 시장 노점상 어르신들은 “상품권 나오고 잘됐지. 하루 앉으면 10만원을 벌었어. 석장(세번째 장)부터는 안 돼.” 입을 모아 말했다.
 
자신보다 가족과 친지 위해 사용
거리두기로 소원 했던 관계 회복

“동생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장난감도 사줬다.” 고아무개(25ㆍ순창읍), “엄마 다 드렸어요. 김치도 해주시고 많이 보살펴주시는데, 용돈 많이 못 드리고 죄송해서요.” 김수진(40ㆍ순창읍), “치매를 앓고 계시는 어머님에게 필요한 물품 이것저것 사서 요양원에 갔다. 얼굴도 못 뵙고 맡기고 왔다. 일주일에 몇 번을 찾아뵙는데 코로나로 몇 달째 만나 뵙지 못해 가슴 아프다. 우리도 건설업을 해서 어렵긴 하지만, 더 어려운 사람 있을 텐데, 받아도 되나 싶어요.” 김미성(46ㆍ순창읍). 대부분 자신보다는 가족과 친지를 위해 사용했다. 그동안 거리 두기로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하며 쓴 것으로 보였다. 
“생필품 사고, 묵고 싶은 거 사 묵었어! 그럭저럭 없어지등만. 돈이 얼마나 헤퍼. 태어나서 공짜돈, 나랏돈 처음 받아봤어. 너무 쬐끔이라, 맥없이 써버렸네. 그래도 고맙제. 모처럼 이런 거, 저런 거 썼네.” 방태남(83ㆍ순창읍).
성실하게 일하고, 세금 열심히 내고, 도시인의 먹거리를 생산해온 주민들은 ‘자부심’과 ‘고마움’을 이야기했다. ‘고마움’은 군에 주소를 둔 모든 사람이 대상인 보편적 정책인 만큼, 모두가 공평하게 ‘존중’받은 것에 대한 것이었고, 위기상황에서 ‘주민의 행복을 증진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군의 존재감을 체감한 것에 대한 것이었다. ‘자부심’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공동의 문제에 함께하는 데서 나온 것이었다. 

 

‘주민의 행복 증진’ 존재 이유 ‘체감

‘큰 타격은 없었다’는 임종우(45ㆍ순창읍) 씨는 “우리 지역은 코로나로 피해를 덜 입어서, 대구나 더 필요한 지역 분들께 이런 돈이 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나오면 식당이랑 시장에 갈거다. 어차피 쓰는 거 더 목마른 데 가서 써야지.” 김아무개(50ㆍ경천). 
재난기본소득이 반가우면서도 ‘더 어려운 곳, 더 절실한 곳에 가야지 않는가?’ 말하는 주민이 많았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에게 느끼는 공감과 연민이 더 약한 곳, 더 절실한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우한 교민이 호송되었을 때, ‘우한 교민 환영’ 펼침막을 내걸었던 아산, 진천 주민의 마음, 마스크 대란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을 때, 마스크를 기부했던 마음의 연장선이었다. 가족, 마을, ‘순창’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감각이 확장되고 있었다. 

세금폭탄? 공동의 문제, 
같이 해결해나갈 수 있을 듯

일부 언론이 재난기본소득의 가치를 낮추는 기사를 많이 생산하고 있다. “세금폭탄 받는 거 아닌가?” 걱정하는 주민도 있었다. 김민중(27ㆍ순창읍) 씨가 재치있게 대답했다. 
“세금폭탄 나중에 받더라도 저 혼자 받는 거 아니고 같이 받으니까요. 공동의 문제니까, 같이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순창은 재난기본소득을 빠르게 집행했다. ‘선별지급’ 아닌 ‘보편적지급’과 ‘지역화폐 형태 지급’이 가장 큰 특징이다. 보편적 지급은 ‘우리’라는 공동체의 신뢰를 도모하고 관계에 대해 고려하게 만들었다. 지역화폐 지급은 기본소득이 우리가 수행하는 경제 활동의 관계를 새롭게 볼 수 있는 계기, 즉 우리가 어디 살고 있고, 누구와 거래를 하는 것이 더 나은 일인지를 살피게 했다. 
코로나19로 깨달음이 있다면, “세계는 한 이불을 덮고 있다”일 것이다. ‘환경’과 ‘생태’라는 이불이다. 환경과 생태는 우리의 삶을 가능하게 해온 공유자원이다. 크게는 지구, 작게는 순창이라는 공유자원. 인류가 환경과 생태와는 반대의 길을 걸어온 결과, 공유자원이 훼손되었고, ‘코로나19’로 그 책임을 추궁당하고 있다. 동시에 우리는 이 재난의 의미를 다시 찾아나서고 있다. 함께 겪은 재난 이후에 우리는 좀 더 나은 삶을, 좀 더 평등한 삶을, 좀 더 서로를 돌보는 삶을 살게 될 것인가?

김미성 씨.
방태남 씨.
임종우 씨.
조택중 씨.
손태국, 김민중 씨.

☞기본소득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정치공동체)가 모든 구성원 개개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기본소득 논의는 16세기로 올라가며, 첫번째 실현지는 미국의 알래스카이다.
이 기사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자료를 참고해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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