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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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0.06.1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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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직 3대 이어 굴뚝 고공농성 증손자까지 노동으로 풀어낸 100년 현대사

“그동안 한국문학에 산업 노동자를 정면으로 다룬 장편소설이 없었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빠져있었다. 그것을 채워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분단된 한반도 현실을 그 누구보다 애달파하며 민족의 정체성과 한을 집요하게 묘파하고 복원해온 우리 시대 대표 작가 황석영.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로 한반도 백년의 역사를 꿰뚫는다. 구상부터 집필까지 30년의 세월이 걸린 이 역작은 철도원 가족을 둘러싼 방대한 서사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노동자의 삶을 실감나게 다루며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문학적으로 탁월하게 구현해냈다. 
“그동안 한국문학에 산업 노동자를 정면으로 다룬 장편소설이 없었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빠져있었다. 그것을 채워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장 황석영이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를 쓴 이유는 분명했다. 한국 근현대문학을 돌아봤을 때 산업 노동자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철도원 삼대》는 철도원 가족을 둘러싼 방대한 서사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그리고 21세기까지 이어지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실감나게 다룬 작품이다. 초판 1만부가 출고된 지 1주일도 안 돼 모두 판매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 작품은 원고지 2000매가 넘는 압도적인 분량임에도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실감을 주는 캐릭터로 황석영의 저력과 장편소설의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작가는 리얼리즘의 세계를 확장해서 쓰려고 노력하면서 형식적인 실험도 했다. 예로부터 민간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인 민담의 형식을 빌렸다.
‘이백만ㆍ이일철ㆍ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와 오늘날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이백만의 증손이자 공장 노동자인 이진오의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룬다. 아파트 16층 높이의 발전소 공장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 중인 해고노동자 이진오는 페트병 다섯 개에 죽은 사람들의 이름을 각각 붙여주고 그들에게 말을 걸며 굴뚝 위의 시간을 견딘다. 매섭게 춥고 긴긴 밤, 증조할머니 ‘주안댁’, 할머니 ‘신금이’, 어릴 적 동무 ‘깍새’, 금속노조 노동자 친구 ‘진기’, 크레인 농성을 버텨낸 노동자 ‘영숙’을 불러내는 동안 진오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자신에게 전해진 삶의 의미를 곱씹는다. “그것은 아마도 삶은 지루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지속된다는 믿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낸다.”(207면) 
《철도원 삼대》라는 제목은 자연스럽게 염상섭의 《삼대》를 연상시킨다. 한기욱 문학평론가는 “염상섭의 《삼대》가 구한말에서 자본주의의 등장까지를 펼쳐 보였다면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는 일제강점기와 분단의 역사, 현재의 노동운동까지를 다뤘다. 이 두 작품을 함께 읽는 데서 한국문학의 근현대가 완성된다”고 평했다. 작가는 “염상섭이 《삼대》를 통해 식민지 부르주아를 나는 《철도원 삼대》를 통해 산업 노동자를 다뤘다. 한국 문학사에서 연결되는 두 작품이다”고 말했다.
《철도원 삼대》는 1989년 방북 때 평양백화점에서 만난 ‘아버지뻘’ 부지배인과의 대화가 구상의 시작이었다. 뜻밖에 옛날식 서울말을 쓰는 노인은 작가가 유년기를 보냈던 서울 영등포 출신이었고, 노인은 아버지가 영등포 철도공작창에 다니던 이야기와 그가 철도학교에 들어가던 이야기, 기관수로 대륙을 넘나들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삼십여 년 세월이 흘러 그 이야기는 《철도원 삼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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