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발해와 신라의 대립에서 얻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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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발해와 신라의 대립에서 얻는 교훈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0.06.1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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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삼국시대가 도래하기 전인 남북국시대, 날로 강성해지는 발해의 존재는 급속도로 쇠약해지는 신라에게 큰 위협이었다. 두 나라는 당나라를 무대로 국제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러한 대립 관계는 외교사신으로서의 순위와 당나라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과거시험인 빈공과(賓貢科)의 합격자 순위 경쟁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872년, 당나라에서 열린 빈공과에서 발해 유학생 오소도(烏沼度)가 신라 유학생들을 제치고 수석합격의 영예를 차지한다. 이 소식은 신라 유학생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이때 장안에서 유학 중이던 최치원은 “이미 사방 이웃 나라에 웃음거리가 되었다. 일국의 수치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하여 치욕스럽게 여겼다.
2년 뒤(874년) 최치원은 18살의 나이로 빈공과에 합격함으로써 그 수치를 씻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뽑아 준 당나라 예부상서 배찬(裵瓚)에게 보낸 감사 편지에서 “덕분에 이전의 치욕을 씻을 수 있었습니다”라며, 자신의 합격에 대해 “온 나라가 당(唐)의 은혜로 생각하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신라가 발해보다 앞서야 한다는 명분을 장황하게 설명하며 발해에 대해 극도의 적개심을 나타내고 있다. 
“고구려의 미친 바람이 잠잠해 진 뒤 잔여 세력이 느닷없이 나타나 이름을 도둑질했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발해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그 발해가 근년에 와서 계속해서 우등급제하고 있습니다. ~ 백산(백두산)에서 악명을 떨치며 떼 강도짓을 했습니다. ~ 저 발해야말로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자갈과 모래 같고~ 발해는 제 본분을 지킬 줄을 모르고 오로지 윗사람들에게 대들기만을 꾀했습니다.”
발해와 신라는 서로 교류하기도 했지만 군사적 긴장관계의 대결구도로 치닫기도 했다. 두 나라의 교류 증거로는 발해에 ‘신라도’라는 길이 있었다. 신라도는 발해의 5가지 대외 교통로 중의 하나다. 신라 천정군(지금의 함경남도 덕원)에서 발해의 책성부(중국 길림성 훈춘)까지 연결하는 길로, 39개의 역참이 있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그런데 발해가 멸망하는 과정에서 신라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거란국지》는 거란의 팽창에 두려움을 느낀 발해의 마지막 왕 대인선이 후삼국시대의 신라에 구원을 요청해 약속을 받았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발해를 돕기로 했던 신라는 약속을 어기고 발해 대신 거란을 도왔고, 그 공으로 선물을 받았다. 발해는 신라의 배신 내지 방관으로 거란에 망한 셈이다. 
남북국시대 신라 지배세력은 국내 정치적 위기를 발해와의 외교를 통해 극복하려고 했다. 반면 발해는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에 고구려가 멸망한 것에 대한 감정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늘 긴장 속에서 신라와 교섭할 수밖에 없었다. 남북국 두 나라는 당과 일본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남북 교섭은 차선책이나 보조적인 수단으로 생각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200여 년간 원교근공(遠交近攻) 외교가 지속되었고, 정치 군사적 대결이 굳어졌다. 이는 오늘날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를 둘러싸고, 숨 가쁘게 전개되는 외교상황과 너무도 흡사하다. 
북한이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지난 9일 정오부터 남북 사이 모든 통신선들을 차단 폐기하고 ‘대남 사업’을 ‘대적 사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국내 정치적 부담을 지면서도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 뒤 신속하게 대북전단 살포를 막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북한은 이를 무시하고 연일 거친 언사로 대남 압박과 비난을 강화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가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됐던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중대 갈림길에 섰다. 
정부는 판문점선언 이행 차원에서 대북전단에 단호하게 대응하며 신속하게 관련 입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리고 대북 제재에 묶인 남북관계의 자율성을 높일 획기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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