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가게] 시골집백반 복흥 ‘시골집’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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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가게] 시골집백반 복흥 ‘시골집’ 식당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6.17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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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우리 동네 작은 가게

‘한국부모’가 물려준 상호ㆍ간판ㆍ음식솜씨… “맛있어요”
“사람들, 많이 예뻐해 줘요. 열심히, 멋있게 살고 싶어요”

▲ 시골집 전경. 상호도 간판도 10년 전 그대로다.

복흥면사무소 앞, 간판이 세월에 낡아 흐릿할 만큼 오래 사랑받아온 작은 식당 ‘시골집’. 아직 6월인데도 볕이 뜨거운 데다 한창 농번기라 자리에 앉자마자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손님들은 모두 지역 주민이다.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에 마늘장아찌, 고등어 조림, 양념게장, 계란찜, 멸치볶음, 콩나물국 시골집 백반 차림이다. 손님이 많아서 해놓은 계란찜이 다 떨어지니 즉석에서 뚝배기 계란찜이 나온다. 맛 내기 쉽지 않은 게장도 제맛이 난다. 맛도 맛이지만 푸짐한 밥상 차림새가 ‘시골집’ 그대로인데, 웬걸, 사장은 젊은 새댁, 베트남에서 온 김진영(36ㆍ복흥 정산)씨다. 
이 식당에서 10년 전, 종업원으로 일하기 시작해서 전 주인이 그만두면서 자연스레 식당을 이어받았다. 벌써 5년이 넘었다. 상호도, 손맛도 이전 주인 그대로, 손님들도 그대로다. 작은 식당이 좁게 느껴질 만큼 손님은 끊이지 않는다. 
“깔끔하게 잘해요. 맛있어요.”
김진영 씨는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언제 쉬느냐는 질문에 “가끔 친구 만나러 점심 장사만 하고 가요. 수요일에는 탁구 치러 가요.” 답이 돌아온다. 손님들이 증언(?)에 나선다. “사장님, 우리 탁구 모임 회원이에요. 탁구 잘 쳐요.” 탁구 동아리 3년 차다. 
“타지에서 와서 힘들 텐데, 지역 주민과도 잘 지내고, 고맙지요.”
한창 바쁜 점심시간이 오히려 조금 낫다. 면사무소에서 청소하는 남편이 점심시간을 쪼개 일손을 거들어 준다.
“남편 착해요. 고마워요. 내 말 잘 들어줘요.” 
손님이 뜸해진 세시가 넘어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아침 7시 반에 나와 아침 배달을 하고 점심 장사까지 쉴 틈이 없다. 아침도 점심도 거른 상태. 먼저 식사부터 권하자, “밥이 안 들어가요.” 진영 씨는 그제야 의자에 앉으며 숨을 고른다.
“젊을 때 많이 벌어야 나이 들어서 편하지요.” 베트남에도 그런 말이 있다며 웃는다. 가게 벽에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보낸 편지가 붙어있다. 
‘사랑으로 임현성을 키워주시고 용돈도 주셔서 고맙습니다’ 유치원 때 보낸 어버이날 카드 속의 아이 임지은(13), 임현성(11)는 벌써 훌쩍 자랐다. 
“쉬는 날이 없어 아이들에게 미안해요.” 항상 웃는 그의 얼굴에 잠시 웃음기가 가신다. “그래도 일하는 게 좋아요. 행복해요.”
외국인으로 천연덕스럽게 한국 밥상을 차려낼 수 있는 비결은 뭘까? 
“한국 엄마가 가르쳐줬어요. 지금도 많이 도와줘요.” 실제로 그의 핸드폰에 ‘한국 엄마’, ‘한국 아빠’로 저장 되어 있는 이들은 시부모가 아니다. 시부모는 모두 돌아가셨다. ‘한국 부모’는 전 이 식당 사장 부부, 김준희ㆍ박일순(복흥 반월) 씨다. 김진영이라는 이름도 이 부부 막내딸의 이름이다. 주민등록증도 이 이름으로 했다. 
“제가 그 이름 좋다 했어요. 정말 딸같이 해줘요.” 한국 엄마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눈가가 젖는다. 
“많이 예뻐해 주고 도와줘요. 혼낼 때도 있어요. 가면, 맛있는 것도 해주시고, 속 얘기 다 들어줘요.” 
외국인으로 한국어는 여전히 낯설 터. 그와의 인터뷰는 최소한의 말로 진행했다. 그런데 아쉽거나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더 강하다. 
“사람들, 많이 예뻐해 줘요. 열심히, 멋있게 살고 싶어요.”

한국 부모, 박일순ㆍ김준호 씨

“똑똑하고 야무져서 잘해”
“그냥 한식구가 되어버렸지” 

 

 

 

 

 

 

 

 

 

 

 

 

‘한국 엄마’ 박일순 씨는 인터뷰를 내켜하지 않았다. “우리를 왜 인터뷰해요? 진영이, 지가 똑똑하고 야무져서 잘하는 걸.” 부부가 일하는 담배밭으로 찾아갔다. 진영 씨 이름이 나오자, 박일순(60)ㆍ김준호(61) 씨 입가에 웃음이 걸린다. 
“고 놈이 딸 노릇 다 해요. 어버이날이나 명절 다 챙겨요. 애들도 이쁘고.”
진영 씨는 한국에 와서 처음에는 양계장에서 일했다. 임신 중이던 진영 씨에게 양계장은 워낙 멀었고 부부가 따로 살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준호 씨가 먼저 말을 건넸다.
“그냥 동네서 일하며 살자 했어요. 애들 키울 때가 힘들었지. 아기들이라 아프면 병원 왔다 갔다 해야지, 남편도 살펴야지, 차도 없지. 우리도 한다고 했지만 지가 힘들었지.”
“말도 잘 안 통하는데 어떻게 음식을 다 가르쳐 주셨어요?”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안 통해도 다 살아.”
박일순 씨가 허리가 아파 식당을 그만두게 되면서 가게 주인이나 동네에 따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외국인이라 손님이 떨어질까 해서였다. 그래서 시골집은 상호도, 간판도, 명의도 박일순 씨 때와 같다. 
어떻게 딸로 삼게 되었을까? “그냥 한식구가 되어버렸지.” 이 생소한 가족을 보면서 궁금해졌다. “외국인을 차별하는 일도 있는데, 왜 그런 걸까요?” 박일순 씨는 잠시 생각하다 “편견이죠.” 
‘편견’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사고나 견해다. 이 편견이 구체적인 대상을 갖고, 현실에 반영될 때 차별과 폭력이 된다. 막내딸의 이름을 주고, 맛을 전수하고, 가게를 넘긴 한국 부모와 가게를 찾는 주민들이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진영 씨와 시골집 그리고 복흥을 지키고 있었다. 밥집 기사를 쓰다 보니 출출하다. 박일순 씨의 손맛이 고스란히 이어진 진영 씨 밥상이 그립다. 
 

▲ 베트남에서 온 백반집 주인 김진영 씨.
▲ 백반 차림. 시골집 어머님 솜씨.
▲ 아이들이 보낸 감사편지.
▲ 요리, 서빙, 배달 모두 진영 씨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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