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성교육, 성평등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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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성교육, 성평등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6.2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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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594건에 연루된 664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8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피의자는 20대가 41%인 274명으로 가장 많았고 10대가 33%인 221명이었다. 확인된 피해자 536명 가운데 482명이 특정됐으며 이 가운데 10대가 62%인 301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20대가 26%인 124명이었다. 교육의 가장 복판에 있는 10대, 20대가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의 74%라는 것, 피해자의 88%가 10대, 20대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 사회는 일상적으로 성이 거래되고 착취된다. 그 사회로부터 자신과 자신의 공동체를 지키고, 바꾸어나가는 것이 교육이다. ‘정자, 난자’ 등 생물학적 정보전달에 그치거나, 은밀하고 이중적인 성문화로 깊은 죄의식을 내면화하고, 또한 일상화된 성폭력에 대한 저항과 공동체로서의 대응을 가르치지 않는 성교육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 지난 3월 제이티비씨(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김누리 교수는 “성교육이 가장 중요한 정치교육이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철학자 아도르노의 말을 빌어 “민주주의의 최대 적은 약한 자아”라는 데서 출발한다. 약한 자아를 가진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는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 ‘광장 민주주의’는 이루었지만 ‘일상 민주주의’는 이루지 못한 한국 사회의 ‘이상한 현실’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개인의 자아가 약하기 때문에 광장의 성과가 직장, 학교, 가정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한 자아’는 어떻게 가능할까?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성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한다. 성교육이 곧 자아 교육, ‘강한 자아’를 기르는 교육의 핵심이며, 죄의식을 내면화한 ‘약한 자아’는 자신의 삶, 정치 사회적인 주체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약한 자아’를 가진 개인일수록 권력 앞에서 더 굴종적인 인간이 된다. 올바른 성교육은 강한 자아를 만드는 출발점이고, 강한 자아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조건이다.
지난 4월, 경남지방경찰청은 A군(14)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A군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여 초등학생을 만나 위압감을 주면서 옷을 벗게 한 뒤 휴대전화로 신체를 촬영하고 모자이크 처리를 해 트위터에 유포했다. n번방 이후,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 방지법’이 공포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그 전이라면 관련 법이 없어 아예 사건화되지도 않았을 일이다. ‘동의 없는 신체 촬영, 유포, 소지, 시청 금지,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사람을 협박·강요 금지’등을 명문화한 ‘n번방 방지법’은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왜 이런 법을 만드나?’하고 의구심을 가질 것이다. 문제는 그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있어도 법정까지 갈 수 없었으며, 설혹 가더라도 가해자는 무죄석방이 되거나, ‘혐의없음’이 되었다. 가해자는 떳떳하게 일상을 유지하고, 피해자는 세상에서 배제되는 악순환이 n번방 방지법 이전의 한국 사회의 모습이었다. 피해 여학생에게 내미는 손길은 A군에게 내미는 손길과 다르지 않다. 그 시작은 생명과 인권에 기초한 성교육, 성평등 교육일 것이다. 학교에서만 하는 것은 부족하다. 평생교육으로 하자. 우리 중 누구도 제대로 된 성교육, 성평등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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