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100)/ ‘할일없이’(X) ‘하릴없이’(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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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100)/ ‘할일없이’(X) ‘하릴없이’(O)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20.06.24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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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할일없이’ → ‘할 일 없이’
‘하릴없이’ → ‘하릴없다’의 부사

“최근 특별한 이유 없이 일하지 않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22만 명이 ‘할일없이’ 그냥 놀고 있는 셈이다.” 
“급한 일 때문에 모처럼 만난 친구가 먼저 자리를 떴다. ‘할일없이’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앞의 두 예문에 쓰인 ‘할일없이’는 잘못 쓴 것이다. 첫째 문장의 ‘할일없이’는 띄어쓰기가 잘못됐고, 둘째 문장에서는 띄어쓰기는 물론이고 그 의미도 문맥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들은 각각 ‘할 일 없이’와 ‘하릴없이’로 고쳐 써야 맞다. 
많은 사람이 대화할 때 ‘할 일 없다’와 ‘하릴없다’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다. 발음이 비슷해서인지 이 ‘하릴없이’를 ‘할 일 없이’와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릴없이’는 ‘하릴없다’에서 나온 부사다. ‘하릴없다’는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단어다. 그런데도 ‘해야 하는 일 없이’ 또는 ‘하고자 하는 일 없이’라는 뜻으로 많이들 쓴다.
‘하릴없다’에는 ‘일이 없어서 한가하게 지내다’란 의미가 없다. ‘하릴없다’는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고 방도가 없다’는 뜻을 가진 형용사다.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렸으니 꾸중을 들어도 하릴없는 일이다”와 “그러면 숫제 알거지가 되어 여덟 식구가 하릴없이 쪽박을 찰 수밖에 없었다”에서 보듯 어쩔 수 없거나 난처한 상황에 부닥쳐 있음을 나타낼 때 흔히 쓸 수 있는 표현이다.
‘하릴없다’에는 조금도 틀림이 없다는 의미도 있다. “몸뚱이는 네댓 살 박이 만큼도 발육이 안 되고 그렇게 가냘픈 몸 위에 가서 깜짝 놀라게 큰 머리가 올라앉은 게 하릴없이 콩나물 형국입니다”와 “보름간의 야외 훈련을 마치고 나니 대원들은 하릴없는 거지꼴이었다”라는 경우처럼 ‘하릴없다’라는 ‘영락없다’, ‘간데없다’와 의미가 상통한다. 
반면 ‘하릴없다’와 소리가 비슷한 ‘할 일 없다’라는 글자 그대로 일이 없어서 한가하다는 말이다. 정말 해야 할 일이 없어 한가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을 때 딱 들어맞는 말이다.
간혹 ‘할일없다’처럼 붙여 쓰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면 틀린 말이 된다. ‘할일없다’는 하나의 낱말이 아니므로 반드시 ‘할 일 없다’처럼 세 단어로 띄어 써야 한다. 국어사전은 ‘할일없다’처럼 붙여 쓴 말은 ‘하릴없다’의 북한어라고 밝혀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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