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옥(석촌)ㆍ최경순(신매우)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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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옥(석촌)ㆍ최경순(신매우) 이장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7.01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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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면, 공정하고 평등한 마을 만들기 ‘앞장’
윤, “5년전 귀농, 크고 작은 마을일 같이해야 한다”
최, “이장, 챙겨주시는 것도 불편 … 똑같이 합시다”
▲윤정옥(왼쪽), 최경순 이장이 신매우마을회관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금과면 마을 24개 가운데 여성이 이장을 맡은 마을은 2곳이다. 
신매우마을 최경순 이장과 석촌마을 윤정옥 이장이 마주 앉았다. 신매우 마을은 24가구, 석촌마을은 12가구로 구성되어 있다. 

마을 살림 돌보는 ‘보람’

최경순(최) : 가장 보람 있는 일은 관정을 판 것과 마을회관 등기부 등본을 만든 일이다.
우리 마을은 소형 관정을 사용했는데 모내기하기도 어려웠다. 가물면 7월에 모가 말라 죽기도 했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에 대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군의 지원을 받아 마을 관정을 팠다. 지금은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다. 
또 하나는 회관 등기를 한 것이다. 회관에 외부 화장실을 지으려다 회관이 무등기인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을 주민 합의를 거쳐, 집집마다 도장 받고, 측량부터 다시 하고 행정 절차를 밟아 등기했다. 외부 화장실도 지었다. 마을 주민들에게 많은 칭찬을 받았다. 

윤정옥(윤) : 마을 공동 재산이라 절차가 복잡하고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정말 수고하셨다. 등기 안 된 마을회관이 가끔 있다. 당장 필요한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혹은 공동 문제라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등기가 없으면 불이 나거나 태풍 파손 등에 보상을 받을 수 없어 마을 재정에 부담을 주거나, 주민 간 갈등 소지가 될 수 있다. 마을 어르신들이 살아계셔서 정확한 정보가 있을 때, 해결해야 한다.

“이장하면서 바람 쐬고 
 좋은 사람들 만나라”

: 5년 전, 남편 고향에 귀향했다. 내려오자마자, 어르신들이 “마을회관에 내려와서 같이 지내게.” 하셨다. 그때부터 크고 작은 마을 일을 같이 했다. 그렇게 지내다 몸이 좀 아팠다. 아무래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다. 마을 어르신들이 “이장하면서 좋은 사람들 만나고 바람 좀 쐬라”며 이장을 권하셨다. 여성이장인 최 이장이 마을일 잘한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하셨다. 고마운 마음에 2년째 하고 있다. 우리 밭이 마을 끝에 있다. 때때로 밭까지 올라오셔서, ‘지금 뭐 심을 때야.’ 농사일에 대해 도움을 아끼지 않으신다. 농촌은 공동체 의식이 남아있다. 필요한 것 미리 살펴서 비빌 언덕이 되어주신다. 
: 마을은 들어온 사람이 노력하면 살아갈 수 있도록 품을 내준다. 귀농인에게 마을에서 300평 이상 땅 내줘 농업인으로 등록하게 해줬다. 모르는 사람한테 임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금과는 친환경 벼, 친환경 작물로 제값을 받는 편이다. 성실하게 농사짓고, 마을 속에서 재미나게 살 수 있다.

공정한 질서, “가사ㆍ돌봄 노동 함께하는” 젊은 문화 절실

: 마을에 귀농인 집 세 채가 있다. 젊은이들이 와서 1년 단위, 5년 단위로 산다. 다문화 가족도 말이 안 통하니까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 처음에는 식사나 회의에 이주민분들 오라고 하면, “그 사람들은 뭐 하러 같이 가자 해?” 달갑게 생각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때 이장으로 분명히 이야기했다. “우리 마을 사람은 떡 한 봉지라도 똑같이 나눕니다. 이장이라고 더 챙겨주시는 것도 불편합니다. 똑같이 합시다”라고. 마을 일에 나오는 집이나 안 나오는 집 똑같이 대한다. 이제는 어르신들도 이해해주신다. 추석 등 명절 때나 공동 급식 도우미할 때도 주민이면 모두 같이 나누고, 마을 대청소도 같이한다. 
마을 문화에 아쉬운 것도 있다. 오늘도 인터뷰를 결정하면서 망설였다. 여자가 나댄다는 말이 나올까봐. 여성들은 ‘공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어머니 세대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생각도 든다. ‘남편이 아니라 시아버지와 사는 느낌이다’라는 주민도 있다. 가부장 문화가 아직 남아있다. 
: 아직도 “물 떠다 줘”하면서 집안일에 손 한번 까딱하지 않는 남성들이 많다. 공동급식할 때도, 남성 어르신들은 시간 맞춰 와서 차려진 밥상에서 드시고 가신다. 여성 어르신들은 먹거리를 가지고 오시고, 함께 준비하고, 뒷정리까지 도우신다. 우리 자식 세대들은 완전히 다르다. 가사 등 돌봄 노동을 여성에게만 의존하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의 개방적이고 개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마을에 들어와야 한다.
: 그렇다. 새로운 문화를 익힌 젊은 사람들이 마을에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모범을 보여주면 마을 사람들의 생각이나 태도가 바뀌지 않을까? 

선주민이 먼저 베풀고, 
이주민 적극적으로 나서야

: 많은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 내려와서 살아야 농촌이 산다. 젊은 농업인들이 농촌에서 자기 삶을 잘 일구고 자식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경제적 대책을 포함해 사람이 오게끔 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마을에서도 젊은 사람에게 자리를 적극적으로 내줘야 한다. 들어온 사람도 다가와야 한다. 마을 일에 자신 일처럼 같이 나서야 한다. 
: 귀농인이나 이주민들도 마을살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길에서 만나도 차 타고 휭 가버리는 모습을 보면 마을 어른들이 마음을 내주기 어렵다. 도시에서 살던 대로 시골에서 살 수 없다. ‘마을살이’에 대한 귀농교육 받고 온 사람은 다르다. 차 타고 가다가도 창문 내리고, 어르신 어디 가시느냐고, 같이 가시겠냐고 묻는다. 

꼭 하고 싶은 말

: 마을에는 문화적 혜택이 너무 없다. 노래교실, 공방교실 등에 갈 수 있도록 차량 등 지원이 필요하다.  
: 어르신들 모시고 음악회도 가고, 영화도 보고, 맛난 것도 먹고 싶다. 남은 임기 안에 꼭 하고 싶다. 

윤ㆍ최 이장님은 “지지해주시는 주민들께 고맙다. 이장을 하려면 가족 도움이 필수적이다. 일하다가도 회의나 행사가 있으면 가야 한다.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남편이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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