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파내고 ‘소나무’, ‘소나무’ 파내고 ‘보도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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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파내고 ‘소나무’, ‘소나무’ 파내고 ‘보도블럭’
  • 조재웅 기자
  • 승인 2020.07.01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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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사전설명ㆍ의견수렴 없이 예산낭비” 비난
군 “기존 가로수 있어서 의견수렴 불필요” 당당
▲군이 여중학교 앞 인도의 소나무 가로수를 심었다가 제거하고 보도블럭을 깔았다.

순창여중학교 앞 도로(장류로) 공사하면서 소나무 가로수를 심었는데 어느날 모두 파내고 보도블럭을 깔아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다.
‘순창경찰서~옥천교 도로개설사업’ 이 구간 설계 가로수는 소나무가 아닌 은행나무였다. 군은 이 현장 최초 설계에서 기존 은행나무 가로수 13주에 추가로 72주를 심기로 했다. 하지만 설계변경해 사업비 5000여만원을 추가해 은행나무를 소나무 85주로 변경해 식재했다. 그러나 도로 양쪽 인도에 소나무를 식재하자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다.
한 주민은 지난 3월 23일 군청 누리집 ‘군수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한동안 도로 확장 공사를 한다고 대신상가 앞 도로를 비 오거나 바람 불면 먼지 날리고, 비 오면 진흙탕 길을 다니게 하고 불편하게 하더니, 이제는 인도를 좁게 만들어놓고 인도 위에 소나무를 심어 놓고 대신상가 건물 폭 안에 여섯 일곱 그루 소나무를 심어 놨네요. 며칠 사이로 도로 공사하더니, 어제 낮에 소나무를 심고 대신상가 장사하는 건물을 가려 놓는 소나무를 한마디의 공지나 양해 없이 처리했습니다”라며 “담당자 분과 통화도 했지만, 담당자는 군청에서 하는 일을 왜 주민에게 알려야 하며, 행정적으로 처리한 사항이라고 어쩔 수 없다고 처음에 얘기를 하시는데, 실질적으로 대신상가에서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소나무로 인해 상가건물이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고 인도 폭도 좁아졌는데, 그 위에 소나무를 심어 놓으니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라고 항의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지난 4월 6일 “제가 영업장으로 활용하고 또 거주 중인 곳은 도로가 곡선구간이다 보니 상가영업에 어느 정도 지장이 있는 지역입니다. 하여 평소에도 간판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작은 나무도 아니고 크기가 성인키보다 더 자란 큰 소나무를 가로수로 활용하게 될 걸 생각하니 더더욱 상가영업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생각되어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라며 “가로수에 막혀 간판도 보이지 않겠다는 우려에, 봄마다 노랗게 쌓여 감돌 넘쳐나는 송화가루와 거주하며 생활하면서 밤낮으로 송화가루가 입안으로 들어올 텐데 편안한 거주가 되겠습니까? 가을마다 그득히 쌓이고 잎도 작아 바람에 날려 마당 앞을 가득 메울, 청소도 어려울 소나무 갈색 잎을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더불어, 여름에 태풍이 온다면 소나무 뽑혀 인근상가나 주민들에게 큰 피해가 미칠 수도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군은 이 같은 민원에도 아랑곳않고 소나무 54주를 심었다. 그런데 돌연 심었던 소나무를 모두 뽑아내 투자선도지구 가로수로 옮겨 심었다.


최초설계 은행나무를 소나무로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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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군수에 바란다’ 민원 넣어도
묵살하고 다 심더니 어느 날 뽑아내
공무원 마음대로…주민은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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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건설과 도시계획담당자는 “가로수 심을 때는 조례에 산림공원과와 협의하게 돼 있다. 협의하며 은행나무에서 소나무로 변경했다. 기존 은행나무는 동계 나가는 쪽으로 옮겨 심었다”면서 “주민 민원이 많아 이 구간은 가로수를 심지 않기로 해 투자선도지구 현장으로 옮겨 심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림공원과는 “올해 본예산 가로수 식재사업 집행잔액 5000만원 중에서 1300여만원을 이식비용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전형적 예산낭비’라며 “의견수렴이나 사업설명 등 없이 군이 독단적으로 사업 추진하다가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근 상가나 주민들에게 사업 설명을 한 적이 ‘없다’고 당당히 밝힌 도시계획담당자는 “(인근 주민) 특정 지을 수 없다. 앞에 사는 사람도 있고, 뒤쪽 넘어 사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읍내 전체를 가지고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 혼자 그 업무를 다 하기에는 행정력이 한계가 있다”며 “송진가루 민원도 있었는데 야산에 심어진 것이 다 소나무다. 가로수 좀 더 심었다고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 모르겠다. 저는 그 부분은 납득이 안 간다. 있다 해도 영향이 크게 미치지 않는다”고 사업설명과 가로수종 변경에 관해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나무 가로수로 인한 송진가루 피해는 검증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군은 사업설명도 의견수렴도 하지 않아 발생한 민원에 대해 사과하지도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은 채, 주민 민원이 발생해 심은 소나무를 캐서 옮겼으니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예산낭비에 대해서는 잘못 인정도 책임지는 이도 없어 보인다.

 당초 설계에 
 은행나무 구입비는 없고
 식재비만 계상
“가져오려 한 것 같다.
 설계 잘못, 누락 늦게 발견”
 변명하기 바빠

이 공사는 소나무 가로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당초 설계에 은행나무 72주를 심기로 했는데 은행나무 가격이 공사비내역서에 없었다.
은행나무 1주당 가격을 묻자 한참 동안 자료를 뒤적이던 도시계획담당자는 “식재비는 잡혀 있는데 자재비는 안 잡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재비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묻자 “맞는데… 다른 곳에서 은행나무를 가져올 계획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식재비만 들어간 건데 소나무로 바뀌었다”고 답변했다. 은행나무를 어디서 가져오려고 했는지 모른다면서 “최초 설계때 감독이 아니었고 인사이동으로 바뀌었다. 제가 보기에 그 당시 설계 누락이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인수인계를 못 받았냐고 묻자 “받았는데 그 당시에는 내역보다 보상이 급했다”며 “재료비가 (내역서에) 있긴 있는데 나무값인지 아닌지 정확히 말씀을 못 드리겠다”고 말했다. 도시계획담당은 “설계를 미스(잘못)한거고 그 다음에 소나무로 변경했으니까 설계 검토를 잘못할 수도 있고, 관급자재로 구입해서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급자재면 계획단계부터 있을 것인데 “설계 검토할 때 미스해서… 완벽하게 할 수 없다. 우리도 몰랐다”며 “일부러 안 넣고 발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검토하다 보니 자재가 빠졌다는 걸 알았다”고 설명했지만 명확한 해명은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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