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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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정치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0.07.0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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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순창을 방문한 사람들이 매우 놀라는 일이 있었습니다. 군내 곳곳의 현수막 게시대에 가득한 ‘최영일 도의원 전북도의회 부의장 당선 축하드립니다’ 현수막을 보며 “참 대단하네!!!” 한 것 같습니다. 읍내 현수막 게시대에 걸린 확인된 현수막만 60장에 육박했습니다. 면 지역 현수막 게시대에 걸린 현수막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꽤 많은 숫자가 걸렸다고 합니다. 보신 주민은 아시겠지만, 위에서 아래까지 통으로 ‘당선 축하합니다’ 한 문구와 한 사람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이 걸린 현수막 게시대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라 보는 사람마다 여러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아무튼, 현란할 정도로 많이 걸린 현수막은 법정 게시 기간을 채우지 않고 모두 내려졌고(걸고 내린 것이 누구의 결정인지 알 수 없지만…), 하반기 정기인사로 지방공무원의 ‘별’이 된 사무관(과장ㆍ면장ㆍ소장) 승진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그리고 또 한 장, 눈길을 끄는 현수막, “언제나 생각의 중심은 순창입니다. - 전라북도의회 부의장 최영일”이 걸렸습니다. 여러 단체와 기업, 개인이 현수막 게시대를 꽉 채워 축하해준 성원(?)에 고맙다는 인사 겸 다짐을 알린 것으로 보입니다. 탁월한 정치 감각에 절로 제 무릎을 칩니다. 작금에 걸린 현수막을 보는 군민들 생각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오랫동안 현안이나 목적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현수막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전(홍보) 수단이 많지 않은 지역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현수막을 걸면 오가는 주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수막과 관련된 일화는 많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순창에서 일어난 사례는, 세월호 현수막을 “귀신 붙은 노란 현수막 때문에 장사가 안되고 지역경제가 죽는다더라”고 발언해 거센 항의를 받은 군수, “밤재터널개설 예타면제” 놓고 서로 ‘공’을 자랑한 군과 사회단체, 국회의원(이용호),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의 문자 메시지와 현수막 공세입니다.
군은 “주민들의 정서를 해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여과 없이 게시돼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어 “지역 이미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현수막을 ‘지정게시대’에 게첨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취”한다며 2018년 1월 ‘순창군 현수막 지정게시대 관리 지침’을 시행했습니다. 지침에는 “성(性)을 표기하거나 연상하게 하는 표현 또는 군민 정서에 반하는 내용을 표시한 현수막, 군민과 청소년들에게 도박ㆍ사행심ㆍ음주ㆍ불건전한 호기심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현수막,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거나 광고주 또는 개인이 본인이나 특정 개인을 홍보하는 내용” 등을 “게시 또는 표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치인과 공무원의 직책ㆍ직위가 높아지는 것을 축하하고, 정책 성과를 홍보하는 현수막은 ‘순창군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와 ‘순창군 현수막 지정게시대 관리 지침’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짐작건대 많은 사람이 좋은 일이니 모두 알고 서로 축하할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ㆍ모든 사물이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 아니면. 
모두 같은 생각(기준)은 아니지만, 다중의 정서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주민들은 일방적 자랑을 늘어놓거나 특정 정당을 근거 없이 맹비난하는 구호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습니다. 정치인은 그런 일들이 정치혐오감을 확산하는 요인은 아닌지 톺아봐야 합니다.
선거가 다가오면 이런 일들이 더 잦아질 것입니다.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 활동을 위해 정책과 신념을 널리 밝히고 명절이나 국경일 등을 축하하며 소신을 알리는 현수막을 게시하는 일은 당연한 활동입니다. 그런데 주민들 반응이 모두 호의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주민과 소통하겠다며 시작한 ’현수막 정치’가 과도한 자랑, 일방적 선전, 지나친 비난으로 변질하면 모두 손해입니다. 국회의원은 법을 제정하고 시ㆍ도의원들은 조례를 만듭니다. 말로 고치고 말로 약속하기보다 법으로 제도로 규정해야 합니다. 1991년 기초ㆍ광역의원을 뽑고 시작한 지방자치는 곧 30년입니다. 그런데 아직 ‘풀뿌리 주민자치’라고 할 수 없습니다.
주민 손에 의해 뽑힌 의원과 자치단체장이 주민 중심이기보다 행정 우선 정치를 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현수막 게시대를 가득 메운 선출ㆍ승진 축하 대상인 도의원님, 군의원님, 과장님, 소장님, 면장님 임기(재직) 안에 주민들이 주민자치에 참여할 수 있는 더 많은 제도 마련해주시기 바랍니다. 당선되신 의원님과 승진하신 공무원님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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