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로나19 이후와 한국형 뉴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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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로나19 이후와 한국형 뉴딜정책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0.07.0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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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疫病)의 대유행은 중세 이후 국제질서를 뒤흔들었다. 비단길을 따라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전파된 흑사병(페스트)은 14세기 유럽에서 7500만~2억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6세기 중남미 아즈텍ㆍ잉카제국은 스페인군이 묻혀온 천연두로 멸망했고, 로마제국이 쇠하기 시작한 것도 페스트·발진티푸스ㆍ천연두 같은 역병 탓이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세상은 달라질 것이라는 데에 이견은 없다. 과거에 중시됐던 가치들 중 많은 것이 빛을 바랬고 새로운 가치가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데에는 정부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컨트롤타워 역할을 잘 해냈고, 의료인의 헌신도 크게 기여했지만 마스크ㆍ보호복ㆍ진단키트 등을 자체 제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스크나 진단키트를 생산할 수 없었던 나라는 큰 타격을 받았다.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자유무역에만 의존하면 된다는 공식이 깨어진 것이다. 3차ㆍ4차 산업 못지않게 1차ㆍ2차 산업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백신이 개발되는 데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그전에 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을 자주 씻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감염병 예방에 도움이 되었다. 때문에 감기 환자와 독감 환자, 눈병 환자도 크게 줄었다고 한다. 이런 생활 습관은 앞으로도 강조될 것이다.
구조적 불평등이 표출되고 타 인종과 종교에 대한 혐오가 증가하면서 사회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비대면 근무가 힘든 서비스직과 취약계층이 상대적으로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이로 인한 사회 갈등이 확대될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그린뉴딜정책을 코로나19 극복 이후 다가올 새로운 시대ㆍ상황의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한국형 뉴딜정책은 우리나라의 강점인 ‘디지털’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21세기형 뉴딜’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실제로 정부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경제성장을 이끌겠다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실시해 1930년대를 함께한 뉴딜정책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추구했다. 자유방임주의가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뉴딜은 고삐 풀린 시장을 국가가 나서서 규제하는, 사회주의적이고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판 뉴딜’에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를 어렵게 한 것은 성장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성장의 결과를 공정하게 나누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과 불안정 고용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위기에 빠진 시민에게 안정적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장의 보편적 확대도 한국판 뉴딜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 공적 복지의 전면적 확대를 추진해야 하지만, 한국판 뉴딜에는 그런 고민이 담겨있지 않다. 
이제는 ‘선 성장 후 분배’, ‘재정 건전성’ 등에 목을 매는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을 버리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고용을 창출ㆍ유지하는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로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하기 위한 담대한 복지 확대를 담은 그런 경제정책을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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