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중앙식당 김해순ㆍ이근석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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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중앙식당 김해순ㆍ이근석 부부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7.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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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식당ㆍ슈퍼 운영하는 '힘내라 우리 동네 작은 가게'
▲늘 오시는 손님도, 뜨내기 손님도 환대하는 금과중앙식당 김해순ㆍ이근석 부부.

“밥 먹으러 왔는데 그냥 보낼 수 없잖아”

 

김해순(59)ㆍ이근석(62) 부부는 금과에서 20년째 식당과 슈퍼를 운영하고 있다. 
한우 생고기를 파는 식당 ‘금과중앙식당’의 주인 김해순 씨는 취재간다는 기자에게 ‘가게 홍보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새 손님이 많으면 늘 오시는 손님을 맞는 데 소홀해질까…” 단골 손님에 대한 배려가 크다.
“우리는 늘 오시는 손님이 오셔. 그러니까 같은 국을 못 내. 김치도 매일 담궈.”
‘늘 오시는 손님’에게는 농사철에 밥할 시간 없는 동네 주민도 있고, 공사 현장에서 매일 일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이 손님들을 맞는 일은 쉽지 않다. 같은 음식을 못 내니, 이틀에 한 번 새벽에 공판장에 간다. 재료 손질, 요리, 손님맞이까지 모두 주인 김 씨의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이 없다. 장 보는 일은 남편 이근석 씨에게 맡길 만도 한데 고개를 젓는다. 
“내가 가야 해요. 보고 사야 해요. 제일 좋은 놈으로, 공판장에서 내가 가면 다 알아서 좋은 놈으로 줘요.”
공사장에서 일하며 식사했던 사람들 가운데는 현장 일이 끝나도 식사하러 오는 이들도 있단다. “한 번 온 손님은 ‘늘 오시는 손님’”이 된다.
한참 이야기하고 있는데 동네 주민들이 오간다. 그저 와서 앉아있는 분도 있고, 고기 사러 온 분도 있다. 김 씨가 내어놓은 수박을 둘러앉아 먹는다. ‘공판장에서 제일 좋은 놈으로 골라온’ 수박이라 달다. 
주민 이근태 씨는 “이런 고기가 없어. 고기 사러 광주서도 오는데, 고맙지.” 매일 생고기를 받아 끊어서 팔기 때문에 냉동해서 썰어 파는 고기와는 맛이 다르다. 
김 씨는 20년째 하는 요리가 지겨운 적이 없다. 식당 시작 전에는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할 때부터 그랬다. 시장 다니는 것, 재료 손질하는 것은 힘들지만 요리는 딱 적성이다. 새로운 조리법을 시도하고, 맛있는 요리가 있다는 소문에는 일부러 먹어보러 간다. 즐기는 사람을 이길 방법은 없다고 하던가. 곧 12시(점심시간) 인데 김 씨는 여유가 있다. 
“내가 새벽에 미리 다 해두고, 동생이 와서 도와줘요.”
이날은 김 씨를 돕는 손이 하나 더 있다. 직장 쉬는 날 가끔 오는 아들 이선호(34) 씨다.
“애들이 오면 식당일을 열심히 도와줘요. 설거지, 청소 가리지 않아요. ‘엄마 내가 할게’ 하면서 밥 하나 푸더라도 정성껏 퍼.” 자식은 부모 뒷모습을 모며 자란다는데… 가게 홍보는 극구 사양하던 식당 주인이 아들 자랑에는 힘이 들어간다. 
금과중앙식당은 명절날만 빼고 문을 연다. 
“밥 먹으러 왔는데 그냥 보낼 수 없잖아. 반찬 하나 떨어지면 또 뭐라도 무쳐 내놓고 그렇게 손님 맞아요. 뜨내기면 더 신경을 써요. 단골손님은 내가 어떻게 하는지 알아도, 한 번 오는 손님들은 그런 거 모르잖아.” 
20년간 금과에서 손님들에게 정성껏 밥상을 내온 김 씨의 마음은 뜨내기에게도 가닿는다. 
김 씨와 이야기하면서 ‘공동체가 성원이 아닌 이들을 배제하는 경향’에 대한 우려가 말끔히 가신다. 공동체가 단단할수록 ‘환대’의 힘도 커진다. 금과중앙식당 옆, 40년 된 은행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누구에게나 내주는 것처럼. 
“앞으로 바라는 것이 있나요?” 묻자 “오늘 것도 못 하는데, 앞은 무슨” 뜸 들이지 않고 답한다.
‘지금 내 가게에 온 손님이 최고의 인연인 곳’, 금과 한구석을 단단히 지켜온 금과중앙식당이 ‘중앙’이다.

▲중앙식당에서는 국내산 생고기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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